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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Oct 20. 2023

환경 문제의 원인은 "불공정"

대다수의 책이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환경 문제의 원인으로 산업 발전에 따른 대량 생산과 소비를 지적한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환경 문제는 18세기 산업 혁명을 계기로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 과정에서 나온 범지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과학 기술 발전에 뒤따르는 공업화에 의한 자원과 에너지의 과잉 소비, 인간의 쾌적한 환경을 구하는 개발 사업 등의 욕구가 환경문제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시작은 그렇지만 문제로 인식된 후에도, 개선 노력이 강화되는 과정에도 계속해서 나빠지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2019년 3월 유엔 환경 계획(UNEP, UN Environment Programme)은 지속 가능 발전 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93개 환경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23%만이 긍정적으로 나타났으며, 77%는 그렇지 못하다고  발표했다. 긍정적인 23%에는 정책, 투자 부분과 재난, 식품 안전,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집약도, 생태계 보호 등이 해당되었다.

부정적인 77%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쁜 결과를 보이는 것은 자원 소모 부분이었다. 이 외에 멸종위기종, 수계 및 대기 오염, 폐기물과 재활용 분야에서 부정적 결과를 보이거나 데이터가 부족하여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되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2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을 뿐 아니라 증가 추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나라 지속가능성 수준과 진행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 부문의 경우 재생 에너지, 자원 소모, 수계 및 육상 오염이 위험 수준인데 육상 오염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환경오염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장벽이 되어가는 지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문제들의 직접 원인은 인간의 활동 그 자체이다. 의, 식, 주와 같은 일상생활, 생산 및 소비와 직접 관련된 다양한 산업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산업 활동이 1위로 나타났으나 내면을 살펴보면 산업활동의 에너지 소비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건물 부문에서도 에너지 소비의 비중이 결정적이다.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차량과 건설기계, 그리고 제조 사업장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에 여러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특정 기능의 수행이 가능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적절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능과 성장 저하를 유발하는 납은 부식을 막아주고 페인트 색상을 잘 내준다. 인지기능과 내분비계 장애를 가져오는 비스페놀 A는 우수한 코팅제이며, 발암성 물질인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해 가공성을 높인다. 

폐기물 발생은 인구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비 증가가 핵심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제품 개발과 판매 전략도 무시할 수 없다. 포장쓰레기는 편안함을 추구할수록, 개인주의적 생활 방식이 증가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되는 데는 경제 시스템과 잘 사는 기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발전 중심의 경제 정책, 단기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 생산성 위주의 운영 방식, 성능과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 그리고 물질적 개인주의 생활 방식과 고급스러워지는 식생활 등이 해당된다. 

미국 생물학자로서 인구 증가와 지구의 제한된 자원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폴 에를리히(Paul R.  Ehrlich)와 그의 아내인 앤 에를리히(Anne H. Ehrlich)는 환경 영향(Environmental Impact)이 인구(Population), 풍요(Affluence), 기술(Technology)이 야기한 것이라고 환경영향방정식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환경영향(EI) = 인구(P) X 풍요(A) X 기술(T) 

인구, 즉 사람의 숫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의, 식, 주의 일상생활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잘 살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가 있다. 자본주의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잘 산다는 기준은 물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 수준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싶어 하게 되는데 이 욕망은 발전 중심의 경제정책을 낳고 기업들이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만든다. 

발전 중심의 경제 정책과 이익 극대화 추구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성능을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려는 개발로 이어지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자극하게 되는 순환 고리를 가진다. 

환경 문제가 경제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면 관련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져 가격을 안정시키게 되는데 가격의 안정은 곧 환경 문제가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1980년 폴 에를리히는 줄리언 사이먼(Julian Simon)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고갈이 우려되는 5개의 천연자원인 구리, 크롬, 니켈, 주석, 텅스텐의 가격 전망에 대해 내기를 했다. 

10년 뒤 가격이 오르면 폴이, 내려가면 사이먼 교수가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결과는 폴이 졌다. 유한한 자원의 수요가 늘어나면 자원고갈의 측면에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가격이 올라가니 새로운 자원 공급원을 채굴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 경우 자원고갈이라는 환경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 방안을 찾아내었지만 이 기술이 전반적으로 환경 관련 리스크를 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이 어떤 환경 문제를 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기 대상이었던 유한한 자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는 줄어들었을 수 있으므로 기술은 환경영향에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의 풍요는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 속에서 잘 살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에 기술은 환경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됨에 따라 환경에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폴과 앤 에를리히의 공식을 다음과 같이 변화시켜 본다. 

환경영향 = 인구 X  잘 살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 X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 


인간 자체는 80억에 육박하는 인구의 수와 잘 살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다. 잘 살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는 인간의 DNA며 발전의 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꿈, 목표, 비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지만, 철학적, 사회학적 관점도 있다. 철학적 차원에서 잘 산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행복, 만족, 가치 등의 용어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현실적인 경제적 관점, 즉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이다.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잘 살고 싶어 한다. 다 같이 잘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객관적인 경제 수준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객관적이라는 것이 상대적 비교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비교 기반의 잘 산다는 것을 사회적인 풍요인 과시적 소비라고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은 말한다. 

베블런은 대표적인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1899년)에서 과시적 소비를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하는 소비라고 정의하면서 사회계급과 소비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과시적 소비는 우리 사회 모든 계층에 존재하며, 심지어 빈곤 계층에서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소비가 과시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인다. 소위 명품들은 과시적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발달하고 있는 SNS는 여행, 취미, 상품, 음식 등에서 과시적 소비를 자극한다. 과시라는 말은 남보다 또는 남만큼의 의미를 가지며 이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환경 문제가 개개인의 건강과 돈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다면 환경 문제를 줄여 나가는 것이 건강과 돈에 이익이 된다는 뜻이 된다. 

이기심이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것이니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왜 자연스럽지 못할까? 환경 정책을 만들려고 하면 산업계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심지어 시민들조차 경제가 어려운데 라면서 못 본 척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환경 문제 해결에 이기심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환경 문제를 줄여 나가는 것이 개인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환경 문제를 줄여 나가는 것이 개인의 이익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환경 문제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가해자와 환경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 

환경 이슈에 대한 불공정한 구조는 “환경 분야에서 일해오며 느낀 점 3 - 회의감과 도전”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어 생략한다.  


불공정이 이기심과 만나 환경 문제의 주원인인 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이것을 환경영향 공식에 접목해 표현해 보았다. 


환경영향 = 인구 X  잘 살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 X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   =>



환경영향은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이 가치 기준인 사회에서 잘 사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로 인해 발생한다. 

잘 사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이 바탕이 되는데 환경 영향에 대한 구조적 불공정과 맞물려 불공정이 심해질수록 개인의 욕구가 환경영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된다. 환경오염이 각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돈을 축내고 있으니  환경 문제의 불공정한 구조가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좀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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