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 해결, "기술 혁신"으로

by 굳센바위

기술은 인류 역사에서 한계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인류는 수렵채취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해 왔다. 수렵채취 사회에서 사냥과 채집 능력의 향상은 풍부한 식량을 공급하게 했고, 풍부한 식량은 인구를 증가시켰다. 인구 증가는 소비를 증가시켰고, 식량 부족으로 이어졌다. 부족한 식량은 비용 한계, 즉 같은 식량을 얻기 위해 들여야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전쟁과 여아 살해와 같은 풍습을 낳았다. 전쟁은 식량을 빼앗기 위해, 여아 살해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과 목축이라는 혁신적 기술이 등장했다. 농업 기술의 발전은 식량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인류는 농경사회로 전환하게 되었다.

농경사회의 발전 단계도 수렵채취 사회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인구가 증가하자 자원 고갈과 비용 한계가 나타났고, 이는 토지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농경사회의 비용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가 열린 것이다.

환경 문제는 산업사회 자원고갈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자원을 포함하여 여러 자원의 공급에 대한 이슈, 환경오염 처리 및 회복,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질병 등은 산업사회가 비용한계에 도달했다는 증거다. 산업화 이후 전쟁 원인에서 에너지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기술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이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혁명이 필요하다.

환경운동가이자 기업가, 저술가로 1998년 67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들이 선정한 비즈니스와 환경 분야 최고의 책인 비즈니스 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의 저자 폴 호켄(Paul Hawken)과 지속가능성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풍요를 위해 환경오염을 배출했다면, 차세대 산업혁명은 환경영향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의미한다.

기업과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방향과 방법을 다루고 있는 요시 세피(Yossi Sheffi) 교수는 저서 밸런싱 그린(Balancing Green)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기술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로 기후변화 문제 관련 유럽연합과 중국의 경제계획 설계에 기여하였으며, 3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의사소통 방식, 에너지와 물, 운송과 물류에서 회복력 혁명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 발전의 흐름이 환경 문제의 해결, 나아가 현재 인류의 비용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일본, 영국과 미국의 2019년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지식재산 트렌드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식재산, 특허, 상표, 디자인 등 개별 분야의 키워드 분석에서 노출 빈도가 높은 용어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IoT, ICT, 의약품 등이었다. 환경 분야는 전체 지식재산 관련 키워드에서 50위에 그쳤다.


지금까지 환경 친화적이라고 주목받던 기술들이 다른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친환경디젤차량의 역습을 기억하는가? 에너지 효율이 높아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강조되면서 클린디젤자동차라는 명칭까지 생겼었다. 국내에서는 원료인 경유 가격까지 저렴하다 보니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디젤 차량이 미세먼지의 주범임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정책과 자동차 회사의 전략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독일 국책기관인 프라운호퍼 건축물리학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for Building Physics)는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환경영향을 비교한 결과, 전기차는 생산 과정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보다 6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전해도 3만 킬로미터를 운행한 뒤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이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은 패널의 중금속 함유가 우려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태양광 폐패널 중금속 함량을 분석 검사한 결과, 구리·납·비소·크롬 등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 설치 시 산림과 농지 훼손 문제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환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신기술이 예상치 못했던 환경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인간의 건강에 대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과불화탄소(PFCs)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로 밝혀져 규제 대상 물질이다.

온라인 생활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동이 줄어드니 환경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프랑스 비영리단체 The Shift Project 보고서 climate crisis: the unsustainable use of online video에 따르면 온라인 영상 30분 재생 시 1.6kg의 이산화탄소 발생하는데, 이는 차로 6.3km 운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메일이 친환경을 목적으로 발명된 것은 아니지만 종이 사용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메일이 증가했어도 종이 사용량은 증가하였고,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불필요한 메일이 증가되어 에너지 사용도 늘어났다.


전기차와 태양광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 단편적 기술혁신은 다른 환경 영향을 일으키는 상충효과(Trade-off)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충효과의 결정판은 핵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과 운영과정에서 부가적인 환경영향이 매우 크며,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 문명의 종말까지도 우려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고준위폐기물은 안전해지는데 수백 년에서 수만 년이 걸린다.


제대로만 한다면 기술 혁신이 환경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기술 혁신 추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 혁신 기술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전체 기술 개발 분야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 혁신이 여러 환경 분야에서 에너지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2022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 분야 내에서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분야에 집중된 기술 혁신 방향은 장기적으로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리라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기술 혁신이 생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앞에서 수렵채취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인류 사회의 혁명적 변화도 기술 혁신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당시의 한계는 생산이 걸림돌이었다. 새로운 기술은 생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나아갔던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생산은 부족하지 않다. 소비가 문제다. 소비를 혁신할 수 있는 방향이 필요한데 새로운 생산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생산을 줄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생산이 줄어들면 경제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이야기한다.

독일 연방정부가 전기차 하나로는 답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도시 설계와 대중교통 체계 등 종합적인 소비 중심의 환경 배려 시스템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1년 칼-하인즈 케틀(Karl-Heinz Kettl)이 교통수단별로 에너지 공급과 운송 시스템을 모두 고려하여 화석연료 사용, 대기오염, 수계오염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철도와 버스, 전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었고,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차보다 약간 좋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수계오염은 나쁘게 나타났다. 전기차만으로 현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독일 정부 정책의 일면을 이해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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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가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술 혁신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있어 현재는 분명히 장벽이 존재한다.

이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기술과 시스템의 조화를 추구하고, 기술 혁신이 종합적인 방향으로 올바르게 작동하려면 어떤 동기가 필요할까?


마빈 해리스, 식인문화의 수수께끼, 2019, 한길사

요시 세피, 밸런싱그린, 2021,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연구원

통계로 보는 특허동향, 2019, 특허청

IP Research Map 분석보고서, 2020,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손어진, 하리타, 전기차, 수소차… ‘저공해차’의 불편한 진실, 2021.04. 28., 일다

Climate crisis: the unsustainable use of online video, 2019. 7. 11., The Shift Project

리바운드 효과와 에너지 절약의 딜레마, 2011. 3. 7.,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독일기후행동 2050,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Karl-Heinz Kettl, Ecological footprint comparison of different means of transportation based on Sustainable Process Index(SPI)methodology, 2011, Sustainable Intelligent Manufact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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