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과 책임감에 대하여

by 굳센바위

친구들과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일하는 사람이 유난히 정성과 센스가 있어 보였다. 그녀가 사장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다.

“주인일 거야. 알바가 그럴 리 없어. 만약 알바가 저렇게 일하면 급여를 두 배 줘도 아깝지 않을걸.”


며칠 뒤, 한 컨설팅 회사 사장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일을 가르쳐서 이제 좀 제대로 한다 싶으면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로 이직해 버린다는 것이다. 주인의식은 고사하고, 맡은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득 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재벌 회장이 초밥에 들어있는 밥알의 개수를 정확히 말하며 “내가 주인이니까 아는 거야”라고 말하던 장면이다.


나 역시 20여 년 전 한 컨설팅 회사에서 사업 총괄로 일할 때,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와 중요한 결정에서의 다툼을 계기로 진짜 주인과 주인처럼 생각하려는 사람은 다르다는 일종의 깨달음이 있었다.


개인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주인의식에 대해 조금은 냉정하게 정리해 보았다.

주인의식은 진짜 주인만이 가진다. 주인의식은 ‘내 것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주인의식이란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가꾸는 마음이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가정을 행복하게 가꾸며, 회사를 풍요롭게 만들고, 나라를 평화롭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주인의식이다.

주인의식 없는 주인도 있다. 그런 주인과는 손절이 답이다.

주인 아닌 사람에게는 온전한 주인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책임감은 요구할 수 있다. 요구하는 책임감의 정도는 권한의 크기와 동등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춘 직원은 빨리 발전하고, 주변의 신뢰를 얻으며, 조직의 성과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상황은 그렇다 치고, 이 상황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 같다.

요즘 기업들은 직원의 책임감에 대해 신뢰가 낮다. 그러다 보니 신입 채용에 몹시 신중하다. 한편 개인의 입장에서는 직업과 직장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더 좋은 조건으로의 이직이 당연하다. 그 모습이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회사와 개인, 양쪽의 주장이 모두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사이의 간극은, 작게는 학생들의 취업 문제에서, 크게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솔직히 이 문제를 해결할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서로의 입장을 한 번쯤은 더 고려하자. 그리고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책임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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