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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Oct 02. 2023

환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 건강, 돈, 행복

환경 문제는 크게는 우리의 행복을 좀먹고, 작게는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그라니 이 이야기를 하는 나조차도 그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환경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구조적 차원에서 알게 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는 매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2020년 보고서에서는 사회 및 환경 이슈와 6개 행복 요소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환경 관련 항목들은 소득과 건강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환경 항목: 식량과 농업, 건강한 물, 클린 에너지, 안전한 도시와 주거지,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대응, 육상 및 해양 생태계 보전

6개 행복 요소(Determinants of six well-being): 수입(돈), 사회적 지원, 가치 추구, 선택의 자유, 정부 신뢰, 건강

이 분석은 UN SDGs 지속가능성 지표에 대한 국가별 데이터와 개인 행복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수행되었으며, 인류의 지속가능성 수준과 개인 행복의 상호 관계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먼저, 건강(Health)과 환경의 관계를 살펴보자.

환경 관련 항목의 성과가 좋으면 건강 수준도 양호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에 102개의 주요 질환 중 85개가 환경적 위험 인자 노출과 관련이 있으며, 환경적 원인은 질병으로 인한 건강 손실에 24%, 사망률에는 23%의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질환에 미치는 환경 영향은 다음 그림과 같다.

이승복,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동향, 2019

특히, 대기 중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한데 호흡기, 심혈관, 내분비, 신경정신질환, 피부, 어린이 및 태아 등 종합병원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거의 모든 질병에 관련되어 있다.

호흡기 질환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기준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PM2.5의 일평균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1~4주 후 발생하는 급성하기도감염 환자 수가 15~32% 늘어난다고 보고하였다.

심혈관 질환

유럽의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는 79만 명에 달하며, 이 중 40∼80%가 호흡기가 아닌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PM2.5의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불안정 협심증, 심근경색)이 4.5% 정도 증가하였다.

내분비질환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필터로 거르지 않은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실험군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과 코티존,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더 높게 검출되었다.

미세먼지가 성호르몬 조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는데, PM2.5에 노출된 정도가 높을수록 정상적인 모습의 정자가 적게 관찰되었다.

신경정신질환

대만에서 10년 동안 시행한 지역사회기반 연구에서 PM2.5의 농도가 4.34㎍/㎥ 증가할 때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가 138%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PM2.5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우울증과 조현병 등 정신질환 악화에 따른 응급 입원 위험도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미세먼지(PM10)가 자살위험을 최대 4배까지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피부

미세먼지가 장벽이 손상된 피부를 통해 진피층 안으로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어린이 및 태아

WHO에서 발표한 '대기오염과 어린이 건강'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어린이 사망 원인 중 2위가 대기오염에 의한 급성 하기도 감염이었다.

미세먼지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스웨덴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아동의 정신질환이 4% 증가한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산모의 폐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 태반을 지나 태아에게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조산,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호흡으로 마시거나 입으로 먹거나 피부 접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다.

위생용품인 치약에도 살균제, 방부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려 동물 용품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일으켰던 CMIT, MIT와 같은 살균보존제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의 종류가 많다 보니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다양하다. 아마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이 해당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유해 화학물질의 독성은 일반적으로 눈 손상과 피부 자극을 유발하며 간, 신장 등 각종 장기들의 기능을 손상시키고 근육과 관절을 약화시킨다고 보고된다. 또한, 암과 돌연변이의 원인 물질이며, 뇌와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불임과 같은 내분비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유해 화학물질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러한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 제품들을 정리해 보았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환경 문제인 기후변화는 어떤 건강문제를 일으키고 있을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피부암, 설사질환, 감염병, 호흡기 질환, 폭염으로 인한 사망 등 다양한 질병 및 건강에 위해를 초래한다.

2003년 유럽 150년 만의 폭염으로 약 3만 5천 명 사망.

2015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폭염으로 4천여 명 사망.

지구온난화는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07년 7월 동아시아 지역 대규모 홍수로 중국에 약 7천만 명의 이재민 발생.

2011년 브라질 홍수와 산사태로 500여 명 사망.

2017년 미국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인명 피해 80여 명, 재산 피해는 300조 원.

2019∼2020년 호주 산불로 34명이 사망했으며,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들이 사망했고 80조 원 이상의 재산 피해 발생.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강남 도시침수 피해로 1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었고, 태풍 힌남노로 포항 냉천이 범람하여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를 통해, 이전 20년(1980~1999년)에 비해 자연재해가 1.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0~2019년 동안 전 세계에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40여 억 명이 피해를 당했으며 3,400여 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1980~1999년 동안 발생한 재해는 4,212건이었다.

기온 상승은 새로운 질병의 출현과 열대성 질병의 확산을 초래해 의료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킨다. 2020년부터 현재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역시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IPCC는 지난 2007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곤충, 설치류 등에서 비롯된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으며, 29개국 48개 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 학자들 모임인 세계바이러스네트워크(Global virus network)는 “기후변화와 지구화는 바이러스의 여권”이라고 명명했다.

8개의 환경 항목이 종합적으로 돈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income)으로 표현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건강 문제는 치료비와 같은 의료 비용 지출뿐만 아니라, 수입을 감소시키며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PM10 미세먼지 농도가 월평균 1% 증가할 때마다 미세먼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60만 명 가량 증가하고, 이로 인해 매년 600억 원 이상의 추가 의료비가 발생한다고 한다.

농작물과 가축이 피해를 입으면,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비싸진 식료품을 구매하는 데 비용이 더 든다.

식품 가격 상승은 가난한 지역 사회에 영양 결핍과 여러 건강 관련 문제를 일으키며,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중산층의 경우도 식료품비 비중인 엥겔 지수가 높아져 문화생활이 위축되는 등 삶의 질이 나빠진다.

호주 기후학회(The Climate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지 절반이 사라질 수 있으며 전 세계 커피 재배지 중 80~90%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도 돈이다.

기업은 녹조 발생 시 산업용수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국가가 환경 때문에 지불하는 비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복잡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의 환경비용은 오염물질을 처리하거나 환경시설을 운영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비용 및 환경시설과 관련된 지역주민과의 소통 비용 등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비용의 규모는 기업의 환경오염 외부화 비용으로 추산해 볼 수 있는데, 2008년 전 세계 3,000개 기업의 외부와 비용은 2,600조 원으로 계산되었다.

국가의 비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환경에 대한 책임 이상의 세금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점 등 다양한 형태의 시나리오가 포함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산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정책 및 전략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 수입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환경 이슈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