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굳센바위 Oct 10. 2023

정말 플라스틱이 환경의 적인가?

정말 플라스틱이 환경을 망치고 있을까? 

2007년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봉투를 대체하기 위해 면 캔버스 가방 “I'm not a Plastic bag”을 출시하여 에코백에 대한 관심과 확산을 불러일으킨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는 에코백이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환경을 더 망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2020년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I'm a Plastic bag”을 내놓았다. 

영국 환경청은 2011년 면 가방은 131번 이상, 종이백은 3번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환경 영향이 적다고 발표했다. 면과 종이 재질은 나무와 목화 재배 시 물, 비료, 살충제 등이 투입되고 사용 시 내구성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어떤 것이 우수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카페에서 플라스틱컵을 대신하기 위해 텀블러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KBS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텀블러가 플라스틱컵에 비해 온실가스가 13배 더 배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료를 만드는 과정과 사용 시 세척하는 활동 등을 고려한 결과다. 

플라스틱컵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분석된 종이컵은 사용성을 위해 풀리에틸렌으로 코팅이 되어있어 제조단계와 폐기단계의 환경영향이 늘어날 수 있다.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종이 빨대가 등장했다. 종이 빨대는 비합리 3종 세트다. 불편하고 플라스틱보다 비싸며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희박하다. 종이 빨대는  제조과정에서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고 재활용도 어렵다. 


플라스틱 없이 우리의 일상은 유지되지 못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발견된다. 

플라스틱 용기로 식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는 지폐와 동전의 사용을 대신하여 화폐의 수명을 늘린다. 한국은행은 2018년 측정한 지폐의 유통 수명이 1000원권 52개월, 5000원권 43개월, 1만 원권 121개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11년 대비 1000원권은 14개월, 5000원권은 3개월 늘어난 것이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Green Alliance의 보고서 plastic promise에 따르면 유리병은 플라스틱보다 무거워 운송 과정에서 대기오염 유발한다. 종이봉투는 비닐보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경향을 보이며, 사용성을 위해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한 오이는 다른 포장재를 사용한 경우보다 신선도가 14일이나 더 오래 지속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플라스틱(plastic)은 열과 압력을 가해 성형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로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되었다. 

19세기 코끼리 상아는 단추, 상자, 장식품, 당구공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상아 가격이 상승하고 밀렵이 성행하여 코끼리 수가 줄어들었다. 1863년 무분별한 밀렵으로 상아가 사라져 가자 미국의 한 상아 당구공 제조사가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에 1만 달러의 보상금을 걸었다. 이 보상금을 위해 발명된 코끼리의 상아 대체 물질이 플라스틱의 시초다.  

플라스틱은 낙하산, 폭탄 부품 등 군사용품으로 전쟁에 영향을 미쳤으며 영화 필름과 음반 재료로 문화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금속이나 도자기에 비해서 비중이 작기 때문에 가볍고도 강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가공성이 좋아 복잡한 형상의 것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전기절연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전제품의 부품에 사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스틱이 환경에 이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 분해가 어렵다. 따라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장기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플라스틱에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성분들이 다양한 기능을 위해 포함된다.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 과불화화합물, 다이옥신 등은 플라스틱 제조 공정에서 소비자의 사용, 재활용, 폐기물 처리까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에 피해를 끼친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물질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재료의 환경성을 단순 비교해 보면 철과 유리는 제조 과정에서 플라스틱보다 에너지 사용과 오염 발생이 더 많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철, 알루미늄, 종이 등 다른 포장재에 비해 전과정 환경영향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미국화학위원회(ACC), 2018). 

이 연구에서 플라스틱 포장재는 다른 포장재에 비해 에너지 사용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50%, 물 사용은 17%, 폐기물 발생은 30% 정도의 수준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부영양화는 1.9%에 불과했다. 

이 연구가 플라스틱 산업계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불편함이 있지만, 플라스틱 포장재만을 악당으로 지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충분하다. 


환경 영향은 물질 자체보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사용에 있다.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도 살균제 자체보다 사용 방법의 문제였다. 살균 성능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기능 중 하나다. 해당 살균제를 호흡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는 가습기에 사용하면 안 되었던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물질이 치약, 화장품, 샴푸, 수영장 소독제 등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이런 접근은 본질을 이해하자는 것이고 어느 누구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단죄해야 함은 명확하다. 

사용에 환경 영향의 초점을 맞춘 디자이너가 있다. 레일라 아카로글루(Leyla Acaroglu)는 찻주전자 또는 커피포트 사용 시 과도하게 많은 물을 끓이는 사용 패턴이 에너지 낭비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도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일 때 사용하지 않고 남은 물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 보자. 영국 소비자들이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남은 끓인 물에 소비된 에너지는 영국의 모든 거리를 하룻밤 밝혀줄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접근해도 일회용 플라스틱은 환경의 적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모든 일회용은 환경의 적이다. 

그런데 위생과 편리함 측면에서는 일회용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일회용 마스크의 주재료인 부직포도 플라스틱이다. “일회용” 이것 역시 사용이 핵심이다. 보건 위생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의료 기관에서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의료용 도구에 대해 환경적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1) 일회용을 꼭 사용해야만 할까? 

(2) 사용할 수밖에 없으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없을까? 

(3) 사용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오염을 줄여 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순서적으로 답을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 

쓰레기 처리 공유앱인 LITTERATI를 만든 제프 키르쉬너(Jeff Kirschner)는 샌프란시스코 거리 쓰레기 1위가 타코회사의 1회용 소스 포장재였는데, 원하는 고객에게만 1회용 타코 소스를 제공하고 대용량 디스펜서를 사용할 것으로 제안했다. 어느 초등학교의 쓰레기 1위는 플라스틱 빨대였다. 그 학교는 더 이상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플라스틱을 적으로 몰다 보니 생분해 플라스틱이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복병이 숨어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한 일반 플라스틱 7종류와 생분해 플라스틱 등 바이오 플라스틱 4개의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결과,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높은 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되고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화학 물질이 또 다른 오염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썩는 플라스틱으로 기존 플라스틱이 평균 100년 이상 걸려 분해되는 데 비해 5년 내에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학자인 이모젠 내퍼(Imogen Napper) 박사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서 얼마나 잘 분해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흙에 묻어둔 경우, 바다에 버려진 경우, 공기 중에 노출된 경우 등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추적했는데, 3년이 지나도 토양이나 해양에서 썩지 않았으며 공기 중에 방치된 제품은 쇼핑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고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분해성에서 환경적으로 이익을 얻으려면 일반 플라스틱과 구분하여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 구분이 쉽지 않고 구분하더라도 일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에 비해 종합적인 환경성이 우수할지는 의문이다. 생분해라는 것이 매립에 기반한 개념인데, 매립되어 생분해된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메탄이라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매립지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매립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소각되면 생분해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반 플라스틱과 바이오 소재를 혼합한 경우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플라스틱에 대한 적대감을 배가 시키고 있다. 여기에도 복병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서 나오고 있을까? 

2017년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세탁과 타이어 마모가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1, 2위였다. 개인관리용품인 세정용 화장품과 세제, 치약은 성능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다.  1위인 세탁은 폴리에스테르, 아크릴과 같은 플라스틱을 가공한 합성섬유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 

캐나다 맥길대의 나탈리 투펜키 교수팀은 플라스틱포장이 사용된 티백 한 개를 물에 넣고 끓이자 100억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조각이 배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제품에서 배출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잘못된 대상을 지목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나아가 환경 개선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플라스틱이 환경의 적이라는 오해는 환경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방해물이 된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의 적을 이야기하라면 적절하지 못한 사용과 관리 시스템을 지목하고 싶다. 플라스틱 이슈에서 적절하지 못한 사용의 핵심은 일회용과 불필요한 포장이다. 플라스틱의 제조와 사용, 수거와 폐기, 재활용의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이겨내야 할 대상은 플라스틱이 아니고 바로 일회용과 불필요한 포장, 그리고 허술한 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2021년 그린피스 코리아가 가정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율을 조사했는데 78%가 식품 포장재였다. 전체 플라스틱의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27%였고 일회용 플라스틱의 비중이 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16.4%에 불과했다. 


에코백 열풍 일으킨 이 사람, 이제는 ‘플라스틱 가방’을 판다?, 2020. 6. 20, 인터비즈

온실가스가 왜 친환경 텀블러에서 나와?, 2019. 11. 29, KBS NEWS

2018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결과, 2019. 1. 14, 한국은행 보도자료 

Plastic promises: What the grocery sector is really doing about packaging, 2020. 1. 9, Green Alliance

[이덕환의 과학세상] 가습기살균제, ‘살인적 사용법’이 문제였다., 2021. 1. 20, 동아사이언스

Leyla Acaroglu: Paper beats plastic? How to rethink environmental folklore, 2014, TED

생분해 플라스틱 정말 친환경적? “생각만큼 분해 잘 안되네”, 2020. 5. 31, 조선비즈 

Life Cycle Impacts of Plastic Packaging Compared to Substitute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Theoretical Substitution Analysis (2018. 4. 17) 


작가의 이전글 환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 건강, 돈,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