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와 건강 문제 모두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복잡하다 보니,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2023년 8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기관인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의대는 평균 오진율이 11.1%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도 2023년 6월 처방 약품 오류율이 22.9%에 달한다고 밝혔다.
환경 분야에서 오류의 비율을 직접 조사한 데이터는 없지만, 다양한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 관련 데이터가 여전히 부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현실은 제대로 된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환경목표의 진척 상황: 부족한 성과
2015년 이후 UN SDGs 17개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면 환경 관련 목표가 가장 뒤처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15번 육상 생태계 항목은 퇴보하고 있으며, 13번 기후행동과 14번 수생태계 항목은 개선이 가장 저조하다. (2021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우리나라의 SDGs 진행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14번 수생태계, 15번 육상 생태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15번은 그 마저도 퇴보하고 있다.
해결은 어렵고, 사기는 쉽게 스며든다.
해결은 어려운 복잡한 문제일수록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그 틈에 사기가 스며들기 쉽다.
환경 분야에서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큰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뜻한다.
건강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는 잘못된 건강 비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심심치 않게 유통되며, 많은 사람이 이를 신뢰하고 피해를 보기도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필요한 것은 '종합적인 처방'
환경과 건강 모두 복잡한 인과관계와 다층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적인 식견과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 정책에서는 과학적 데이터와 분석에 기반을 둔 정책이 필요하며, 건강 분야에서도 근거 기반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과 건강 모두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바로 “돈”이다.
경제적 이익이 환경과 건강의 가치를 종종 압도하면서, 양보의 우선순위가 돈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환경과 경제: 규제 완화의 덫
환경문제는 경제 발전을 위해 종종 희생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언제나 등장하는 해결책이 규제 완화이며,
그 규제 완화의 첫 번째 대상이 환경 규제인 경우가 많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환경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건강은 어떤가?
건강과 경제: 일과 삶의 균형 상실
건강 문제에서도 경제적 우선순위는 비슷하게 작용한다.
몸이 힘들어도 회사를 나가야 하고, 민간 기업에서는 병가를 썼다가 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중병이 아닌 이상 돈을 벌어야 하기에 몸을 혹사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돈을 벌 수도 없다.
환경은 어떠한가?
환경이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진다
1972년 로마클럽(Club of Rome)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는 "환경이 무너지면 경제도 망가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8년에 환경비용이 GDP의 11%에 이르며, 2050년에는 18%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환경문제가 지속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결 과정에서도 부딪치는 경제적 현실
환경과 건강 문제는 해결 과정에서도 경제적 제약에 부딪힌다.
건강 문제는 치료를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환경 문제 역시 예산이 부족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환경 관련 예산이 다른 분야에 밀려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업에서는 환경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을 비용 절감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환경도, 건강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저개발 국가는 환경문제가 더 심각하고, 저소득층은 생활환경이 열악해 질병과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경제와 환경의 관계: 환경 쿠즈네츠 곡선
경제와 환경의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환경 쿠즈네츠(Kuznets) 곡선을 언급한다.
쿠즈네츠 곡선: 경제 발전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감소한다는 이론으로, 쿠즈네츠는 이 연구로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를 환경에 적용한 것이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 경제가 발전하면 초기에는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오염 분야에 따라 다르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민소득이 증가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환경문제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돈과 환경의 상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환경이 무너지면 경제도 흔들리지만, 역설적이게도 돈이 있어야 환경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돈과 환경의 상생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경 개선이 단순히 비용 부담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여준다.
친환경 제품 개발은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은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제는 환경을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환경과 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환경과 건강 둘 다 평상시에는 잊고 살지만, 사실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이처럼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 당연하게 느껴지다 보니, 오히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역설이 생긴다.
문제가 생겨야 비로소 관심이 생긴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로소 떠오른다.
환경문제: 평소에는 무심코 지내다가도, 초미세먼지 예보에서 '매우 나쁨'을 본 후에야 불안해진다. 폐기물 수거 대란이 일어나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한다.
건강 문제: 건강검진 결과에서 '주의'나 '이상 소견'을 받아야 "술을 줄여야겠다",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에는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에 구체적인 위험이 드러나야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환경과 건강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환경문제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건강관리와 마찬가지로 환경문제 역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감기나 독감 예방을 위해 평소에 손을 씻고, 면역력을 관리하는 것처럼, 환경문제도 작은 실천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건강을 갑작스럽게 개선할 수 없듯이, 환경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과 함께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지에 초점을 맞혀야 한다.
환경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환경문제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매일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사용하는 자원 모두 환경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을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늘 함께 존재하는 삶의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분리수거를 생활화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작은 행동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결국, 환경문제는 지속 가능한 일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작은 실천이 쌓여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6.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정신 차린다.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죽음을 앞두고 몰려오는 후회
건강을 잃어 죽음이 가까워지면 후회가 몰려온다. 그제야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적기 시작한다. 사실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삶을 되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실감한 적은 없다. 그래서 어떤 후회와 마무리가 찾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환경을 잃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환경을 잃었을 때 인류가 맞이할 종말의 시나리오는 이미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룡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훨씬 전인 약 6,500만 년 전에 멸종했다.
일부 학자들은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지만, 공룡이 종말을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공룡 종말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대기 변화, 질병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결국 환경을 잃은 결과였다. 이는 인류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경고다.
인간에게도 사례가 있다.
이스터섬의 교훈: 자연 자원의 남용이 불러온 문명의 종말
칠레 영토의 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터섬은 환경 파괴로 인해 문명의 종말을 맞았다.
풍요로웠던 이 섬은 경쟁적으로 석상을 만들었다. 돌을 운반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사용했고, 나무가 사라지자 토양이 황폐해져 농산물 수확이 급감했다. 배를 만들지 못해 고기잡이도 줄어들면서 문명사회 자체가 주저앉게 되었다.
이스터섬의 사례는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명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환경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멸망의 경고
지구 환경 위기 시계는 인류가 환경문제로 인한 멸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 시계는 9시 11분을 가리킨다. 세계 전체의 환경 시계는 9시 27분으로 더욱 불안한 상태다.
이 시계는 12시가 멸망을 의미하며, 9시 이후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
환경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지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환경과 건강: 생명을 쥐고 있는 두 축
건강이 개인의 생명을 좌우하듯, 환경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결정한다.
사람들은 주로 암이나 심장 질환으로 생명을 잃지만, 자살과 사고도 적지 않다.
비슷하게, 환경문제에서도 기후변화가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핵 문제, 수질 오염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문화'에 있다
1974년, 캐나다 보건부 장관이었던 마크 라론드(Marc Lalonde)는 보고서에서
개인의 건강 결정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유전적 요인:20%
환경적 요인:20%
보건의료 수준:8%
개인 생활습관:52%
라론드는 생활 습관이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부분의 의료 자원이 치료 중심의 의료 서비스에 집중되어 국민 건강이 향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978년, 이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알마아타 선언(AlmaAta Declaration)을 통해 1차 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PHC)개념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이 선언은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이라는 표제를 내세우며, 치료 중심의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나 예방을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알마아타 선언은 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을 중요한 요소로 삼아, 전 세계 보건 정책이 예방적 건강관리와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삼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생활 습관의 중요성: 오도넬 박사의 연구
1999년, 마이클 P. 오도넬(Michael P. O’Donnell)박사는 개인 건강의 결정 요인에서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도넬 박사는 연구를 통해 선진국에서의 질병과 사망의 50% 이상이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 습관은 의료 비용 절감, 산업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이익 극대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문제에도 적용되는 건강의 교훈
건강 결정 요인을 환경에 접목해보자.
유전 = 지구: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자연적 요인
환경 = 산업: 인간 활동과 산업 구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보건의료 = 환경기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접근
생활 습관 = 문화: 개인과 사회의 문화적 행동 양식
이를 통해 환경문제의 결정 요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문화:52%, 산업:20%, 지구(자연적 요인):20%, 환경기술:8%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문화적 가치가 환경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서 환경문제가 건강과 달리 넘어야 할 추가적인 장벽을 소개한다.
첫째, 노력이 성과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개인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부적절한 관리로 건강이 나빠지면 자신이 책임을 진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그렇지 않다.
둘째,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가 크다. 환경문제는 전체 가치 사슬의 마지막 단계에서 개인의 노력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예를 들어, 이미 과대 포장된 제품을 소비자가 아무리 분리 수거해도 환경오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부정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도전
환경문제와 건강 문제 모두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후회를 피해야 한다.
우리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생존을 포기할 수 없듯, 환경문제에서도 멸망의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기 전에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문화적 변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산업적 혁신을 통해 환경기술을 발전시키며,
정책적 지원을 통해 환경 개선 노력이 성과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환경문제는 해결 가능한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인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재단 greenfund.org
한국의 환경쿠즈네츠 곡선에 관한 고찰, 김정인, 오경희, 2005, 통계연구
dashboards.sdgindex.org
O’Donnell, Michael P. (1999). Health Promotion: An emerging Strategy for Health Enhancement and Business Cost Savings in Korea
Lalonde M. (1974) A new perspective on the health of Canadians. Ottawa: Government of Canada
Why environmental externalities matter to institutional investors, UNEP 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