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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Sep 03. 2023

환경, 건강과 정말 닮았다. (2)

3.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며 사기도 적지 않다.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복잡하다 보니,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2023년 8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기관 중 하나인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의대는 평균 오진율이 11.1%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2023년 6월 처방 약품 오류가 22.9%라고 공개했다. 

환경분야에서 오류의 비율을 조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 관련 데이터가 부정적인 결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제대로 된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15년 이후 UN SDGs 17개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면 환경 관련 목표가 가장 뒤처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15번 육상 생태계 항목은 퇴보하고 있으며, 13번 기후행동과 14번 수생태계 항목은 개선이 가장 저조하다. (2021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우리나라의 SDGs 진행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14번 수생태계, 15번 육상 생태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15번은 그 마저도 퇴보하고 있다. 


해결은 어려운데 마음은 급하다 보니 사기가 스며들 공간이 생긴다. 친환경 위장인 그린워싱이 그러하고, 건강과 관련해서는 각 종 부작용을 유발하는 잘못된 비법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복잡한 형태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처방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4. 매우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다. 

환경과 건강 둘 다 양보가 우선시되는 대상이 있다. 바로 “돈”이다. 

환경은 경제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경제가 좀 어려워졌다 하면 매번 등장하는 것이 규제 완화이고, 규제 완화의 첫 번째가 환경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건강은 어떤가? 몸이 힘들어도 회사는 나가야 되고, 민간기업은 병가 후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병이 아니면 돈벌이가 더 중요하고 수입을 위해 몸을 혹사한다. 

그런데, 건강이 나빠지면 돈을 벌 수가 없다. 환경은 어떠한가? 

1972년 로마클럽이라는 단체에서 "성장의 한계"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환경이 무너지면 경제도 망가진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은 2008년 환경 비용이 GDP의 11%에 이르며, 2050년에는 18%에 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문제가 지속되면 전지구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원인뿐만 아니라 해결 과정도 돈과 부딪친다.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 포기하기도 한다. 환경과 관련된 예산은 다른 분야에 밀리기 일쑤고, 기업에서는 환경 관련 예산을 줄이면 비용 절감이라 부른다.

그래서인지 돈이 없으면 환경도 건강도 망가지는 경우가 흔하다. 저개발 국가의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하고, 저소득층은 생활환경 수준이 낮아 질병과 사고 위험이 높다. 


경제와 환경의 관계를 설명하는 그래프를 환경 쿠즈네츠(Kuznets) 곡선이라고 부른다. 사실 쿠즈네츠 곡선은 경제 발전에 따라 소득의 불평등이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을 지나면 감소한다는 이론으로, 쿠즈네츠는 이 연구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이론을 환경에 접목한 것이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면 환경오염이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돈이 있으면 환경문제 해결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실천이 이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오염 분야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는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이 무너지면 경제도 위태로워지는데, 돈이 있어야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강력한 경쟁 상대인 돈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 개선이 비용 절감 및 새로운 사업 분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로 연결되어야 한다. 


5. 평상시에는 잊고 있지만 늘 옆에 있다. 

환경과 건강 둘 다 평상시에는 잊고 살지만, 늘 우리 옆에 있다. 늘 옆에 있기 때문에 관심이 덜하지 싶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걱정이 시작된다. 질문을 받으면 그때 생각을 한다. 환경에 관심 없이 지내다가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이 예보되면 불안해지고, 폐기물 문제로 수거 대란이라도 나야 쓰레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건강은 어떤가? 검진결과가 이상이 있어야 술 좀 줄여야, 운동 좀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환경 문제는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환경 문제와 함께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6.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정신 차린다.  

건강을 잃어 죽음이 다가오면 후회가 몰려온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기 시작한다. 마지막 단계에 다다르기 전에 삶을 되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솔직히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실감한 적이 없어서 어떤 후회와 마무리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환경을 잃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멸망에는 이미 유사한 전례가 있다. 공룡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훨씬 전인 약 6,500만 년 전에 멸종했다.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종말을 맞이한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다. 

공룡 종말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대기변화, 질병 등이 주장되고 있다는 것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공룡이 환경을 잃어 마지막을 맞이한 것이다. 

인간에게도 사례가 있다. 칠레 영토인 태평양에 있는 이스터섬은 환경 파괴로 문명의 종말을 맞이했다. 풍요로웠던 이 섬은 경쟁적으로 석상을 만들었다. 돌을 운반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사용했고, 나무가 사라지자 토양이 황폐해져 농산물 수확이 줄어들었다. 나무의 실종으로 배를 만들지 못하게 되자, 고기잡이도 줄어 문명사회 자체가 주저앉게 되었다. 


환경 문제로 인한 인류 멸망으로의 진행을 일깨워주는 지구 환경 위기 시계가 2022년 우리나라는 9시 28분을 가리켰다. 환경시계는 환경재단이 2005년부터 일본의 아사히글라스재단과 함께 세계 각국의 정부, 연구소, 시민단체 등에 소속된 환경 전문가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9시 이후는 매우 불안한 상태로 12시는 멸망이다. 세계는 9시 35분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환경시계는 정확한 시간이 아니지만 현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징이다. 



환경의 실체를 건강과 비교하면서 살펴보았다. 

건강이 사람의 생명을 쥐고 있듯이 환경은 인류의 생존을 쥐고 있다. 사람은 암이나 심장 질환이 생명을 잃는 주요 원인이지만, 자살과 사고로 인한 사망도 적지 않은 것처럼, 기후변화가 암이나 당뇨와 같은 수준으로 느껴지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핵이나 수질 문제가 결정타를 날릴지 누가 알겠는가? 

불명확함과 복잡성, 늘 함께하고 있는 상황은 중요성 인식과 해결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문화와 산업이 해결의 실마리

1974년 캐나다 보건부 장관이었던 마크 라론드(Marc Lalonde)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의 건강은 유전적 요인 20%, 환경적 요인 20%, 보건의료 수준 8%, 개인의 생활습관 52%가 결정한다. 

라론드는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결정요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 개선에 의료 자원의 90% 이상이 투입되어 국민 건강이 향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 WHO에서 1978년 치료 중심에서 예방을 강조하는 1차 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PHC) 개념을 담은 알마아타 선언이 채택된다. 이 선언은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이란 표제로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였으며, 세계 보건 정책이 생활습관 개선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 건강의 결정 요인은 1999년 오도넬(Michael P. O’Donnell) 박사가 다시 한번 확인하였는데, 오도넬 박사는 선진국에서의 질병과 사망은 50% 이상이 생활습관에 원인이 있으며, 비용과 산업 생산성 및 종합적인 사회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자신 및 주변인의 건강 상태를 생각해 보자. 식사, 수면, 흡연,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이 핵심적인 결정 요인일 것이다. 

건강결정요인을 환경에 접목해 보자. 이미 건강과 환경의 유사성을 논하였으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전을 지구로, 환경을 산업으로, 의료 수준을 환경기술로, 생활습관을 문화로 대치해 볼 수 있다. 

그러면 환경 문제는 문화 52%, 산업 20%, 지구 20%, 환경기술 8%가 결정하는 것이 된다. 물론 숫자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산업, 즉 문화적 가치 기준과 산업 구조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여기서 환경 문제가 건강과 달리 넘어야 할 장벽들을 소개한다. 

첫째, 노력이 성과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행동이 성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둘째,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미미하다. 개인은 전체 가치 사슬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이미 제품 포장이 과대한데 소비자가 분리수거한다고 환경오염이 개선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크다.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전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생존을 포기할 수 없듯이. 


환경재단 greenfund.org 

한국의 환경쿠즈네츠 곡선에 관한 고찰, 김정인, 오경희, 2005, 통계연구

dashboards.sdgindex.org

O’Donnell, Michael P. (1999). Health Promotion: An emerging Strategy for Health Enhancement and Business Cost Savings in Korea 

Lalonde M. (1974) A new perspective on the health of Canadians. Ottawa: Government of Canada

Why environmental externalities matter to institutional investors, UNEP 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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