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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Aug 29. 2023

환경, 건강과 정말 닮았다. (1)

우리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적어도 표현은 그렇게 한다. 그러나 개인의 실천 수준이나 정책의 주요 주제, 언론의 관심사를 보면 현실과의 괴리가 드러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괴리는 환경 문제의 실재 위험성과 인식의 괴리다. 이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식이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두 번째는 인식과 실천의 괴리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동기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동기는 신뢰, 가치와 연결된다. 정보가 있어도 믿기 어려우면 실천하지 않게 되고, 경제성과 편리성이 떨어지면 실천이 어려워진다.  


이 괴리들은 건강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한다. 

환경 문제에서 나타나는 실재와 인식의 괴리, 인식과 실천의 괴리는 건강에서도 발견된다. 

삶에 있어 건강의 우선순위가 어떤지는 개인의 나이와 신체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설문 조사에서 건강은 개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9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89.2%가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인식하지만, 실제로 노력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64.1%였다. 이 64%도 여러 항목 중 하나만 해당되면 포함되기 때문에 부풀려져 있는 숫자다. 예를 들어,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는 것도 건강관리에 포함된다. 

건강관리를 못하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가 60.2%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답변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건강과 환경 모두 실재 중요성에 비해 인식이 낮고, 인식의 수준에 비해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어떤 점들이 환경과 건강의 닮은 꼴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환경과 건강은 범위와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환경, 건강, 둘 다 익숙한 용어지만, 막상 설명하고자 하면 그 의미와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환경의 정의가 무엇일까? 

여러 문헌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하면 환경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으로 구분된다. 

자연환경은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존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이나 상태, 즉 생태계를 말한다. 생활환경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정적, 주변적 조건이나 상태를 말하며 대기, 수질, 폐기물 등 각 종 오염과 사람이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도로, 공원 등과 같은 사회적 환경, 역사문화적 유산인 문화적 환경도 포함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교육 환경, 가정환경, 환경 미화까지 생각하면 환경이란 용어에 연결되지 않는 분야가 없는 것 같다. 


건강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강의 범위는 몸에 대한 것이니 비교적 명확해 보이지만, 병원의 진료 분야를 생각하면 단순하지가 않다.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신경계, 뼈와 근육, 피부, 눈, 코, 입 등 신체적인 부분이 있고 정신 건강이 구분되어 있다.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 건강한 관계 등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이렇듯 환경과 건강은 머릿속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열어보면 그 범위와 의미를 정확하게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2. 원인과 결과의 관계, 인과관계가 복잡하다. 

하나의 환경 문제라도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차량 배기가스와 산업 시설 배출이 직접 원인인데,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생성, 즉 간접 영향의 비중이 더 높다. 

하나의 원인이 여러 환경 문제에 연결되고 연결되는 단계도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환경 문제 자체가 여러 종류이니 종합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후변화를 보자. 

현재 기후변화의 95% 이상이 인위적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지만, 태양 에너지의 변화, 화산 폭발, 기후시스템의 변화와 같은 자연적 원인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인위적 원인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과 축산 및 산림 벌채 등이 직접적인 것들인데, 이들은 전기전자 제품 등 에너지 사용과 산업 활동, 자동차, 비행기와 같은 운송 수단 이용 등 다양한 인간의 활동이 관련되어 있다. 


건강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원인에서 생활 습관, 사고,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다. 여러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여 질병으로 나타나는 경우, 각 원인들의 비중을 알기 어렵다. 

고혈압을 살펴보자. 고혈압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비만, 식습관, 흡연, 운동부족 등이 대표적인데, 스트레스와 같은 간접적 원인과 자연스러운 원인인 나이 및 선천적인 유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기후변화와 고혈압의 인과관계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환경 문제와 건강이 연결된 인과관계는 더 복잡하다. 

이 복잡성에 대해 코발란, 헤일즈, 맥미카엘(Corvalan, Hales, McMichael)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업 생산량이나 해안 어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것은 영양 결핍 및 결핍된 영양과 관련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림 벌채는 지역의 기후와 질병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잠재적으로 질병 분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깨끗한 물의 이용 가능성 감소는 다양한 수인성 질병을 증가시키고 농업생산량을 감소시킴으로써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태계 파괴에서 기인한 여러 과정들은 질병의 출현 및 재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빈곤, 부실한 예방 및 대처 등 지역 요인은 지역 전염병으로 고착될 수 있다. 

지역 전염병이 국제화와 관련한 인간 활동과 합쳐지면, 세계적 질병 대유행(global pandemic)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현재 코로나-19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원인과 결과의 복잡성을 악화시키는 것이 있는데, 한 분야에 이로운 것이 다른 분야에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유차는 에너지 저감과 온실가스 배출에는 긍정적이지만, 대도시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다. 

과불화탄소(PFCs)는 오존층 파괴에는 기존 물질에 비해 긍정적이지만,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해당된다. 

2015년에는 해양 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기여를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구온난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포스텍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오히려 태양빛을 흡수해 수온을 높여 지구온난화를 20%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연구에 따라 새로운 인과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 분야에서 상반된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살펴보자. 

과일과 야채, 해산물과 견과류 및 우유는 고혈압에 좋은 음식으로 추천된다. 그러나 신부전 증상에는 피해야 할 음식이다. 신부전 환자는 야채와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며, 해산물이나 견과류, 치즈 등에 많이 포함된 인이 뼈의 칼슘을 배출시켜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인과관계의 복잡성을 부추기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가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점이다. 대기 중 황산화물이 증가되면 일차적으로 대기오염을 일으키지만, 비가 온 후 산성비로 인해 토양의 산성화로 연결된다. 이러한 단계들은 문제를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만들고, 인과관계를 희석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환경 문제나 건강 문제가 최종 단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멸망한다면, 기후변화 자체가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전쟁, 질병, 자연재해로 시작될 것이다. 사람이 고혈압으로 사망한다면, 고혈압이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기후변화나 고혈압과 같은 환경 및 건강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알아볼 환경과 건강의 닮은 꼴은 아래의 4가지다. 

3.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며 사기도 적지 않다. 

4. 매우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다. 

5. 평상시에는 잊고 있지만 늘 옆에 있다. 

6.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정신 차린다.  


2019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 2019,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정의

Ecosystems and human well-being: health synthesis, 2005, C. Corvalan, S. Hales, A. McMichael, WHO 

www.postech.ac.kr/POSTECH-국제공동연구팀, 식물성플랑크톤과 북극온난화 관계 연구 발표

채소도 ‘독’이 될 수 있다? 콩팥병 환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의외의’ 음식, 2017. 6. 1, YTN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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