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의 시선> , 조슈아 오펜하이머 : 리뷰
최근 영화를 보며 큰 울림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는 보고 난 후 하고 싶은 말이 마구잡이로 머리속에 구성되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인터뷰어가 한 사건과 연루되었던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침묵의 시선은 제목과는 다르게 침묵하지 않는다. 조용한 영화의 흐름과 달리 그 속의 내용들은 엄청난 폭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초반, TV속 화면의 남성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자칭 '공산당'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나라의 적이라 불리우는 '공산당'들을 잔인하게 살육하는 행위를 마치 자랑하듯 떠벌린다. 처음에는 역겨울 정도로 화가 났다. 죄의식 하나 없이 자신의 과오를 뽐내는 모습은 극단의 악(惡)을 보는 것 만 같아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상한 모순이 그들의 행동에 자꾸만 나타났다. 칭찬 받기만을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저들은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의 행위가 분명히 윤리적으로 그릇된 것임을 알지만,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자신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버리는 셈 인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신의 이름 아래에 있는 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그렇기에 사실을 회피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시킴으로써, 죄책감을 묻어두는 인위적인 행위를 행한다.
이러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 은 화면 속 남성들 뿐 만이 아니다. 뒤에 나오는 당시의 처형단장, 행동대장, 군 부원들 또한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내뱉는다. 그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과거의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론화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수면위로 올라올 때마다 오히려 폭력적인 행동을 표출하곤 한다.
수 많은 가해자들 중, 영화 속 에서 사과하는 인물은 딱 한 사람이다. 가해자의 딸. 앞에서 뻔뻔한 태도로 나아가던 여러 사람들과 달리 그 여성은 인터뷰어에게 부끄러운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한다. 그리고 오히려 인터뷰어 즉, 피해자는 가해자의 딸을 위로한다. 부끄러운 감정을 느낀 사람은 가해자의 딸 뿐만이 아니다. 대 학살이 일어난 당시, 몰래 빠져나와 혼자만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정작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직접적인 가해자들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외면하고 등한시한다. 가해자들은 과거의 일이니 우리 모두 잊자고 한다. 피해자는 마음이 아파서 떠올리는 행위 자체도 어려워하는데 말이다. 가해자는 정부가 시켰다며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피해자는 남의 탓을 할 수도, 따질 수도 없다. 가해자는 과거의 일을 자랑스러워 하고 정부의 혜택을 받으며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피해자들은 부끄러움을 느껴가며 죽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인도네시아 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웠던 우리 한국 근현대사 또한 이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갑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중 위의 가해자와 동일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많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이 공권력을 잡고 흔들어 대고있다. 소수의 사람들은 늘 다수의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있다. 우리는 신음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과거의 몰락하였던 윤리적 태도와 폭력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는 늘 의심하고 부끄러워 하며 과거를 잊지 말아야만 한다. 영화 속,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피해자의 침묵의 시선 속에 무서울 정도로 처절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만 같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