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스며든 아름다움의 강박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서평

by 해든


현대 여성들은 방대한 자기 검열을 통해 살아간다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고민하는 모습부터, 눈가의 주름이 얼마나 늘었는지, 너무 파인 옷이라 성적인 느낌을 주는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 이상의 칼로리인지 아닌지 등.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렇지 않다면 자기 관리의 부족이라며 남들에게 질타당할 것을 생각하며 두려워한다.


당신은 이와 같은 행동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는가?

이런 생각들은 어디서부터 흘러 들어왔으며,

어떤 이들이 이런 강박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적 관념들을 여성에게 강요해 왔는가?


이러한 의문들에 대답은 나오미 울프 저자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 나와있다.





나오미 울프

그녀는 세 번째 페미니즘의 물결을 일으킨 미국의 사회 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이다.

19세기 말, 여성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투표권과 참정권을 얻기 위해 제1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 이후, 1960년대 사회 문화적 차별 문제에 의해 일어난 제2의 물결. 그리고 90년대 초에 시작된 세 번째 페미니즘 물결은 백인 이외의 여성이나 동성애 문제들로 관심을 넓혀간다.

나오미 울프가 1991년 출간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The beauty myth>는 제3의 물결이 막 시작하던 무렵, 지표가 되었고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현재까지 페미니즘 운동의 성격을 대표하는 책이 되었다. 그녀는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 인종, 등 다양한 차별주의를 비롯하여 많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에 화두를 던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6장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여성들이 권력구조로 나아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경제적인 불이익, 이상적인 모습을 강요하도록 만들어진 잡지와 광고들, 여성의 정신을 지배하는 신흥 종교,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섹스에 길들여진 성(性) 문화, 아름다움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고통과 스스로를 향한 폭력 등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겪는, 겪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압력들에 대해 서술하였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잔인한 언어를 던지고 전혀 타당하지 못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여성을 희롱하는 행위를 당연시 여기며, 여성은 외모에 늘 힘써야 할 수밖에 없음을 강요한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 또한 책에서 묘사한 여성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는 점을 느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통념에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잡지에 나온 아름다운 여성들을 우상화하기도 하였으며 언제나 머릿속에는 다이어트만이 존재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글을 읽으면서 고개가 계속해서 끄덕여졌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정교하고도 조용하게 우리 사회에 아름다움의 신화가 스며들어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성의 성을 어떻게 해서 억압해 왔는지, 어째서 마른 체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성형수술을 감행해야만 하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몰랐었던 사실들을 나오미 울프는 덤덤한 어투로 풀어내며 그에 근거하는 사실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많은 미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참고문헌과 미주들을 모아 놓은 페이지만 약 50장인데, 이것들은 사건에 뒷받침하는 예시들이 되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예시들과 법률적 정보로 인하여 책을 읽는 속도와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서사가 있는 책이 아닌 사실적 예시를 나열해 놓은 책이니, 재미있는 책을 원하다면 이 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책을 읽으면 놀라울 정도의 사실을 접할 기회가 많다. 여기서 놀랍다는 표현은 물론 긍정의 의미가 아니라 부정의 뜻이 담겨있다. 과거의 여성은 경악스러울 만큼 성적 대상화되었고 무시당해왔으며 폭력에 뒤덮여있었다. 문제는 현재의 여성들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의 60년대에 진행되었던 판결들은 지금 2020년의 한국 사정과는 별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의 상황들이 떠올랐다. 한국은 이제서 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페미니즘에 한 발 다가섰을 뿐이다.






물론 그 한 발은 아주 큰 시발점이 되었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갇혀 있어 임금격차를 겪어야 하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살이 찔까 죄책감을 느껴야 하며, 지하철역을 걸을 때마다 대문짝만 한 성형광고들을 봐야 한다. 또한 여성은 쉽게 남편 덕 보며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말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으며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오는 여성 아이돌을 티브이만 켜면 볼 수가 있다. 여성은 늘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을 것이고 환경이 만든 낮은 자존감에 의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야만 할 것이다.


책을 읽는 중간에 임산부의 날인 10월 10일, 낙태금지법이 발의되었다. (글을 쓴 건 2016년, 수정본 2020년) 한국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그에 대해 더 많은 생각들과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와 비교해보면 많은 발전들이 있었다. 91년에 출판된 이 책이 약 25년이 지난 이후, 이 시기에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여성인권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여성의 문제뿐 아니라 장애인이나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인식 문제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 결과, 빠른 속도로 발전 해왔다. 이제는 우리 차례이다. 많은 과거의 여성들이 힘써오고 노력해 왔던 것처럼 그들을 본받아 여성운동에 앞장서야 하며, 그래야만 한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사슬에서 벗어나 거울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며 주위에서 들려오는 비판이 아닌 비난의 의견들을 최대한 귀 기울여 듣지 않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느낀 점이 굉장히 많아 주위 친구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며 추천하였다. 더불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일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낯설고 어쩌면, 자신의 권위에 대해 반항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듯 아름다움의 신화는 거대한 문화 경제적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 다음 차례는 바로 남성이란 것이다. 최근 광고주들은 어떤 성별의 자신감을 겨냥하든 효과가 있음을 알았고, 아름다움의 신화로 남성의 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이는 벌써 남성들도 한쪽 진실만을 받아들일 대상이 되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뻔뻔해지자. 탐욕스러워지자. 쾌락을 추구하자. 고통을 피하자. 마음대로 입고 만지고 먹고 마시자. 다른 여성의 선택을 받아들이자. 우리가 원하는 섹스를 찾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섹스와 맹렬히 싸우자. 자신의 이상과 대의를 선택하자. 규칙을 깨부수고 바꾸어 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확고해지면, 그러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꾸미고 과시하고 한껏 즐기자




여성들은 위의 말을 늘 상기하고 기억하며 되새겨야 한다.

이러한 생각의 파동은 많은 이들에게 크게 작용되어 또 한 번의 여성운동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글은 4년 전에 쓰였던 글이므로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도 많이 변했다면 변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인권에 많은 소리를 내고 있고 탈코르셋을 한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에서도 페미니즘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고, 성차별적인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페미니즘은 인권운동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나 또한 본문을 수정하며 생각의 변화를 느꼈다. 나라마다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책의 인용글은 어쩌면 백래시를 뜻하는 글이라고 생각되어 수정을 할까 하다가 그대로 놨뒀다. 아직도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고민해보고 싶은 구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년 후의 사회와 나의 생각 변화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