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에서 맞는 첫여름방학, 찐하고 슬기롭게.
미국 이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방학, 동네 수영팀에 아이들을 집어넣었다. 막연히 '여름이니 수영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로 가르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된다.
어바인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Irvine Swim League가 열린다. ISL 웹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어바인 내에 22개의 수영팀이 있다고 한다. 어바인 내 초등학교가 24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동네마다 수영팀이 있는 셈.
매주 열리는 Swim meet을 보면 예상외로 체계적인 생활체육의 현장도 놀랍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기 후 메일로 오는 리포트. 이 리포트에서 언급하는 학생들의 순서를 보면, 한국에서와 사뭇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
1. 대회 신기록 경신자
2. Swimmer of the week :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을 보여준 사람
3. N개의 경기에서 본인의 기록을 경신한 사람
4. N개의 경기에서 1등으로 들어온 사람
경기에서 1등이냐 꼴찌냐는 중요하지 않다. 기록이 중요하고, 내가 얼마나 지난번 기록에 비해 성장하는가가 중요하다. 레이스를 완주한 아이들은 '내 기록이 얼마냐'를 묻지만, '내가 몇 등으로 들어왔느냐'라고 묻지 않는다. 수영은 기록스포츠이니 기록이 중요시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올봄에 참가했던 야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이겼냐 졌냐 팀이 몇 등이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잘했는가, 실수했던 상황은 다음에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했었다.
난생처음으로 스트로크를 배운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꼴찌로 시작했고, 매 경기마다 조금씩 성장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5년 이상 수영을 해 온 아이들이라 당연히 여전히 하위권이지만, 내년이면 더 키가 커질 테고 수영 기록도 올 해보다 좋아지겠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칭찬하는 사회, 그게 내일의 더 성장한 나를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