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암모나이트 Oct 11. 2019

호치민 국제학교 입학상담기

내 아이의 학교는 어디인가

좋은 학교라는 개념은 꽤나 주관적이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싱가포르식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규범이 엄격한 영국식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벌러덩 드러 누워 수업을 들어도 되는 미국식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한국인이 없는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국인이 많은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다. 거주지 기반으로 배정된 초등학교에 가는 한국 방식과 달리, 이 곳에서는 수 많은 국제학교 중 어떤 것이 나와 아이에게 잘 맞을 것인가를 손수 발품팔아 알아봐야만 했다. 같은 고민을 해야 할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그 기록을 남겨본다.


베트남에서 학교를 보내게 된다면, 크게는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1) 로컬 공립학교 - 고려해 본 적이 없어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2) 로컬 사립학교 

3) 소위 말해, 국제학교


Bilingual이라고 부르는 베트남어+영어 이중 학교들은 대부분 2번에 속한다. 한국에서 대강 알아볼 때는 'bilingual이면 영어만 하는 것보다 좋은 거 아냐? 왜 학비가 더 싸지?'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수업이 베트남 선생님에 의해 진행되고, 일부 영어 과목 수업이 있는 형태였다. 회사의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이 이 형태의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었다. 돈 좀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자녀가 가는 로컬 사립학교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발품을 팔아 알아본 국제학교에 대해 적어 본다. 


방문 해 본 초등학교들

초기에 연락을 해 보았던 학교는 더 많지만, 티오나 일정 등의 문제로 몇 학교를 제외하고 난 후 직접 방문해서 입학 상담과 학교 투어를 해 본 학교는 다섯 개다. 입학 후 교육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겪어보지 않아 모르겠고, 입학 상담 및 투어 과정에서의 인상만 남겨본다. 초등학교 저학년/유치원 학령의 아이 위주로만 보았다.


A. 7군에 있는 비싸고 큰 학교

B. 2군에 있는 비싸고 큰 학교

C. 2군에 있는 비싸고 큰 다른 학교

D. 빈탄에 있는 초등학교. 

E. 2군에 있는 초등학교.

*여기서 큰 학교라 함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의 전 과정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큰 학교는 한 학년당 여러 반이 있어서, 전체 학생 수가 훨씬 많다.  


A. 7군의 비싸고 큰 학교

설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시설이 정말 좋다. 상상하던 '비싼 국제학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참고로, 이 학교 강당은 호치민 시립극장보다 시설이 더 좋아 보인다. 

다만, 시설들을 별 고려 없이 배치한 것 같은 느낌이 좀 있다. 예를 들면, 악기 합주실 바로 옆에 조용해야 할 시설이 들어가 있다던가..하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고 학교의 경험치가 좀 더 쌓이면, 이런 부분은 개선이 될 것 같다.

국적별 쿼터를 갖고 있는데, 7군에 워낙 한국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인 자리가 잘 나지 않는 다는 점도 주의 할 필요가 있다. 지원하고 싶다면 수 십만원의 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러고도 입학 허가가 날 지 안 날 지는 알 수 없다. 비영리 학교라고는 하는데 입학 시험 전형이 과도하게 비싸다. 학비도 당연히 비싸다.


B. 2군에 있는 비싸고 큰 학교 

호치민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국제학교로, 교실 레이아웃이나 이런 저런 시설에서 오래 된 시설의 느낌이 난다. 방학마다 교실을 리모델링 하고 있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리모델링이 완료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유치원 교실에서 오늘의 일과표를 벽면 한 쪽에 프로젝터로 보여주고 있어, 아이들이 시간표를 보고 무엇을 할 지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한 가지 활동을 하다가 다른 활동으로 옮겨가는 것이 어려운 편인데, 저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다음 활동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A 학교 대비 시설과 프로그램의 짜임새가 마음에 들었다. 


C. 2군에 있는 비싸고 큰 다른 학교

B 학교가 주인이 바뀌면서 좀 후져 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몇 년 전부터 2군에서 떠오르는 핫한 학교. 

담임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학교를 홍보 해 주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입학 담당 선생님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이 분이 우리 학교를 보러 오셨는데, 너희들이 생각하기엔 우리 학교가 어떤 것 같니?' 라고 질문하고, 아이들이 '좋아요!' 라고 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음악실, 과학실 등의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 다양한 편이다. 아이들이 망아지처럼 뛰어다니지 않는 걸 보면 영국 학교 스러운 규율이 여기 저기 있는 듯 하다. 


D. 빈탄에 있는 초등학교

위에 언급한 B 학교와 주인이 같아서, 커리큘럼이 동일하다고 들었다. 이걸 마케팅 포인트로 쓰는 것 같기도 한데, 커리큘럼이 동일하다는 말이 교육의 질이 동일하다는 말과는 뜻은 아니니, 판단은 각자 하는 것이 좋겠다. 

베트남 국적 비율은 50%라고 했는데, 상담 당시 교실에 붙은 출석부 명단을 보고 추측해 본 결과, 베트남 학생이 50%보다는 훨씬 많은 듯 하다.  

아파트 단지 내 건물에 위치해 있어, 야외 운동장이 따로 없는 점은 아쉽다. 활동량이 많지 않아도 되는 유치원 아이라면 괜찮은 선택일 듯 하다.


E. 2군에 있는 초등학교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입학 담당자가 아니라 교장선생님이 입학 상담을 담당했다. 한 학년 당 15명 정도의 한 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든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고 지내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학교가 작고 시설도 그닥 좋지 않다. '시설 좋은 국제학교'를 기대한다면, 단언컨대 이 곳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정말 딱, 외딴 시골 분교의 느낌이다. 어지간한 사립학교라면 다 갖고 있는 '에어컨 있는 실내 체육시설'조차도 없다. 수영장도 그늘막을 설치하긴 했지만 야외에 있다. 

더운 날씨 때문에 다른 학교들이 실내 운동 시설에 집중하는 반면, 이 학교는 특이하게 야외 운동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 트램폴린이라던가, 거위를 키우는 작은 연못이라던가.. 어른들의 눈에는 보기만 해도 덥지만,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결론

호치민의 국제학교들을 구분지어 본다면, 크게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큰 학교, 작은 학교. 


큰 학교에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각종 악기가 가득한 음악실, 한 방을 가득 채우는 과학 실험 집기들, 여러 용도의 실내 체육시설들, 크기와 깊이가 다른 여러 개의 수영장 등..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준의 다양한 부대시설과 프로그램이 있다. 보통 이 정도 규모가 된다면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전 학년이 개설되어 있다. 학비는 시설값과 퀄리티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호치민 국제학교를 검색 했을 때 처음 검색망에 잡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이런 학교들이다. 보통 이런 학교는 마케팅 인력이 따로 있고, 한국인 입학 상담을 위한 직원을 두는 경우도 있다. 입학 상담/시험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잘 갖춰진 자본주의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다.

대입을 고려해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있는 집이라면, 무조건 이런 큰 학교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작은 학교는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겨줄 수 있는 분위기가 장점이다. 애들이 형님들한테 덜 치이고,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선생님들이 학생들 하나 하나를 다 알고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같은 느낌이 있다. 시설들이 어린 아이들 위주로 되어 있어 좀 더 안전해 보인다. 학비가 저렴한 것도 장점.

초등학교와 유치원만 있는 학교는,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운동장이 크지 않고, 방송국 같은 드라마 극장을 갖고 있지도 않다. 학급 수가 많지 않다 보니, 특수 예체능 과목에 대한 선생님들을 따로 두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예체능 활동도 제한적이다. 

영어 유치원 졸업생들이 입학 연령이 되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신설하는 학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규모의 학교들은 종종 문을 닫는 경우도 있으니, 불안하다면 최근에 확장한 형태보다는 호치민에서 몇 년 이상 영업(?)을 해 온 학교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면, 낯선 환경에서의 연착륙을 위해 작은 학교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미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세컨더리 과정이 있는 학교에서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호치민 국제학교 탐색 방법이 궁금하다면? -- 호치민 국제학교 탐색기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 학교, 학력 인정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