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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버블과 전세약탈

전세사기와 부동산 12

by 김태근

1. 지역과 자산 양극화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불안 현실

전세사기는 지역과 자산양극화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먹으며 기생한다. 그리하여 전세사기라는 사건만을 보면, 지역과 자산양극화가 보이지 않지만, 전세사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자산양극화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불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 수도권 인구 비중의 50% 돌파


한국의 수도권 인구가 2019. 12.을 기점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는 언론기사가 보도되었다. 2020. 1. 7.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2019. 12. 기준 수도권 인구(2,592만5,799명)는 비수도권 인구를 1,737명 차이로 앞섰다고 한다. 1970년 28.3% 수준이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계획한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과 혁신도시ㆍ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수도권 인구 상승률은 0.2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균형발전 정책의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2016년부터 다시 상승 속도를 높여 마침내 2019년말 50%를 넘어섰으며, 공공기관 이전사업은 2019년 12월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충북 음성군)을 마지막으로 153개 기관이 모두 이전을 완료하였다. 그 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고 있다. 인구가 수도권을 집중되면서, 급등하는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수도권의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2) 금리 급락과 급등으로 인한 주택 가격의 급등과 급락


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급락과 급등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코로사 19로 인한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역사적인 저금리인 0.75%로 인하하였고, 2020년 5월 다시 역사적인 최저금리인 0.5%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였으며, 2022년 8월 미국 연방중앙은행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여, 2023년 1월 3.5%까지 인상하였고, 그 후 줄곧 3.5%를 유지하다가, 2024년 10월 11일 0.25%, 11월 28일 0.25% 순차 인하하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202411).PNG


나) 주택 가격의 급등과 급락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2020년 7월경부터 역사적인 최고 가격을 찍으며, 전세 가격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는데,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2022년 6월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깡통 전세가 의심되는 상황이 확인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누구도 이렇게 집단적인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하였다.


[주택 매매가격지수 추이(한국부동산원), 2012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전국, 대도시 기준]


[주택 전세가격지수 추이(한국부동산원), 2012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전국, 대도시 기준]

3)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불안


마흔 일곱 살, 초등학생 딸 하나 있는 가장은 2021년 7월 30일 청와대의 국민청원에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징계와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서민들을 대변하는 글이었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부가 거의 매일 싸우고 있다는 글이었다. 당시 동갑에,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던 나는 그 분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2021. 7. 30.자 국민청원,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징계와 처벌을 청원합니다)

마흔일곱 살, 초등학생 딸 하나 있는 가장입니다.

이날 이때까지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 한푼 두푼모아서 돈이 모이면 집을 사려고 미뤘습니다.

돌이켜보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시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를 믿었습니다.

부동산 정책 자신있다. 지금 사면 후회할 것이다.

자신 만만한 정부의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결혼하고 거의 20년 동안 큰 싸움 한번 없던 저희 부부가 요새 거의 매일 싸움입니다.

3억원짜리 전세가 내년에 5억 5천만원이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머리를 짜내서 궁리를 해도 2억5천만원이 나올 구멍은 없습니다.

답도 없고, 해결 책도 없고, 희망도 없는 문제를 두고 부부가 거의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싸우다 싸우다지쳐서 이제는 왜 싸우는지 조차 모르고 싸웁니다.

국민이 국가의 정책을 믿고, 정부 수반의 말을 믿은 댓가가이렇습니다.

지금 전세 사는 집에서, 딸이 다니던 학교 전학시키지않고 계속 다니게 하고, 월급 아껴서 한푼 두푼모아가는 것, 그것이 그리도 크고 허황된 꿈인가요?

그렇게 제 가정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1년 남짓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범죄밖에없습니다.

도둑질을 하지 않고, 강도짓을 하지 않고, 마약을 팔지 않고, 사기를 치지 않고, 합법적으로 1년 남짓 동안 2억5천만원을 벌 수 있는 일, 어떤 게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 내몰린 국민이 어디 저 혼자이겠습니까?

한 국가의 국민이자한 집안의 가장이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면 가정을 보호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그 책임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단순히 행정 정책상의 과실이 아닙니다.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범죄 수익이라도 꿈꾸게 하여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든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어 반드시 징계와 처벌을 내렸으면 합니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일 것 같습니다.


4)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인한 주택 세입자의 고통과 절망(2024. 6. 5. 기준)


가)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


그 후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주택 가격은 조금씩 안정되었고, 2022년 6월부터는 오히려 급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부터 깡통전세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는데, 2022년 10월부터 인천 미추홀구의 집단적인 전세사기 문제가 발생하였다. 2022년 11월 29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의 기자회견문은 아래와 같다. 당시 기자회견문을 누가 작성하였는지 알지 못하나, 그 후 모든 전세사기 피해 대책의 뼈대를 제시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인천시는 전세사기피해 지원 대책 즉각 마련하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나 홀로 아파트, 빌라’는 건축시작 부터 현재까지

건설사, 임대인,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업체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전세사기로

인하여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어느 아파트에서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른 어느 곳에서는 관리업체 대표로 되어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조사한 정황상 대략 30여명 정도가 공모한 사기사건으로, 피해세대는 2,000세대 이상 피해금액은 2,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인천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중에 있으며

조직적 전세사기의 혐의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재력을 과시하며 임차인을 현혹시키고, 선순위 근저당에 대하여 위험성을 고지하는 것보다 경매로 인한 피해가 있을 시 모든 책임을 공인중개사무소가 지겠다며 안심시켜 피해자들에게 계약을 유도하였습니다. 또한, 임대인의 세금 체납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약 체결을 유도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수많은 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임대인의 고의적인 체납으로 인하여 경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매각된 세대들에 대하여 피해구제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저희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긴급 주거 지원


가장 큰 문제점은 경매로 매각되어 곧 퇴거해야하는 피해자들입니다.

이 피해자들은 경매 매각시 인천시에는 지원되는 주거지가 없어 강서구 전세사기피해 지원센터의 지원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주거지를 잃고 길거리로 쫓겨날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주거지원이 지금 즉시

필요합니다. 임시적 방편인 강제관리 건물을 대상으로 한 최장 6개월의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긴급한 주거지원 대책이 절실합니다.

(HUG 및 주택도시 공사에 매입 임대화 추진, 공공임대 자격대상 부여 등)


둘. 피해세대 경매 중지 및 연기


인천경찰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아 민사소송이 어려운 상황이고 피해구제 방안 조차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계속적으로 경매가 진행된다면 피해 임차인들은 강제 퇴거가 불가피 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피해자들은 어떠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점점 더 삶이 벼랑끝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시장의 권한으로 행정명령을 내려 경매 지연 및 연기가 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시행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셋. 전세사기피해 지원 원스톱 센터 설립


미추홀구에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설립예정이라고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었습니다. 국토부에서도 본건을 설립 예정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설립은 무기한 연기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의지대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지원 원스톱센터 설립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넷. 전세자금대출기한 연장


계약이 만료되거나 계약 만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은 대출의

만기 연장 역시 문제입니다. 임대인과의 연락은 되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니 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 및 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각 은행마다 대응방법이 달라 피해자들은 혼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에 따른 전세대출 구제뿐만 아니라 개인 파산 및 회생 절차를 밟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일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섯. 주택관리법의 개정


피해 임차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은 현재 관리사무소입니다.

건물관리업체 또한 전세사기 조직의 일부로 확인되었습니다. 관리비 횡령, 건물의 관리소홀, 관리비 상세내역 공개 거부, 안전검사 미실시, 전기세 및 상수도세 체납 등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행 150세대 이하 집합 건물은 미추홀구청 문의 결과 관리 업체에 관련된 법률 자체가 없어 어떠한 제지도 할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2023년 1월 50세대 이상의 집합건물에 대해서도 개정 법안이 발의되어 시행 예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임차인에게도 관리단의 권리와 권한이 주어져 관리사무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대규모 피해의 전세사기로 하루아침에 은행빚을 떠안고 거리로 쫓겨나게 된 피해임차인들이 또다시 생계도 꾸리지 못하고 피해대책마련을 촉구하며 거리에 나섰습니다.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2022년 11월 29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나) 연이은 전세사기 희생자 발생

그 후 2023년 2월 28일부터 미추홀구 희생자를 시작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이어 돌아가셨다. 때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희생자부터 때로는 과로사로, 지병으로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하였다. 2024년 6월 5일 현재 대전에서는 다가구 전세사기 희생자들 중 3분이 더 돌아가셨는데, 유가족의 반대로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2023년에는 미추홀구의 후순위 전세사기 희생자들이 많았으나, 2024년에는 다가구 후순위 전세사기 희생자들이 계속 발생하였다. 후순위 세입자는 경매 절차를 진행할 경우에, 새로운 소유자에게 전세금을 받을 때까지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전세금조차 받지 못한채 쫓겨날 수 밖에 없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전세사기 희생자]

1차 미추홀구 희생자(2023. 2. 28.)- 84년생 남성, 2021년 10월 전세금 7,000만 원(전재산), 최우선변제금 없음(2011년 4월 13일 선순위담보 등기, 소액보증금 6,500만 원, 최우선변제금 2,200만 원)


2차 미추홀구 희생자(4. 14.)- 97년생 남성, 2019년 8월 전세금 6,800만 원, 2021년 8월 전세금 9,000만 원 증액,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 2019. 5. 10. 민간등록임대주택


3차 미추홀구 희생자(4. 17.)- 92년생 여성, 2019년 7,200만 원, 2021년 9월 전세금 9,000만 원 증액, 최우선변제금 없음, 2018. 7. 12. 민간등록임대주택(2017년 7월 11일 선순위담보 등기, 소액보증금 8,000만 원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


4차 빌라왕 희생자(5. 8.)- 30대 여성, 2021년 5월 선순위 전세금 30,000만 원, 전세대출금 2억 4,000만 원, 2021. 5. 31. 민간등록임대주택(전세대출금을 갚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쓰리잡을 뛰면서 과로사한 것으로 알려짐)


5차 미추홀구 희생자(5. 24.) – 78년생 남성, 2020년 6월 전세금 6,500만 원,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 2017. 2. 20. 민간등록임대주택 (다중 부채 부담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


6차 대전 다가구 희생자(6. 30.) – 73년생 남성, 2021년 전세금 8,000만 원, 최우선변제금 없음 (대전 다가구주택 후순위 전세사기 피해자, 코로나로 인한 실직 후 전세사기 피해)


7차 미추홀구 희생자(8. 4.)- 56년생 남성, 중국인 교포, 2021년 전세금 8,500만 원, 최우선변제금 없음(2023. 8. 7.자 경향신문 기사 “남편도 재산도 다 잃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규)


8차 대전 다가구 희생자(2024. 3.) – 남성, 2022년 전세금 16,000만 원, 최우선변제금 없음, 대전 다가구 후순위(2024. 4. 11.자 kbs김아나의비인칭시점, 선순위4억 원 기재, 실제 선순위보증금 17억 원)


9차 대구 다가구 희생자(2024. 5. 1.) - 86년생 여성, 2019년 5월 전세금 8,000만 원, 2021년 5월 전세금 8,400만 원 증액, 최우선변제금 없음, 대구 다가구 후순위(2017년 10월 27일 선순위담보 등기, 소액보증금 6,000만 원, 최우선변제금 2,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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