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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마지막 날

by 투오아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 한 해가 간다. 살아가면서 사람과 만나고 모임에 참석하고 하는 것들이 모두 배제되고 가능하면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삶을 산 첫 번째 해였다.


코로나와 상관없이도 올 한 해는 신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년 12월 31일 회사를 옮기면서 한 달을 쉬었고 2월부터 다닌 회사는 다시 9월에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일주일을 쉬었다.


대학교 졸업 한 뒤로는 쉬는 날 없이 살아왔던 나에게 특별했던 시간들이기도 하였다. 한 해에 회사만 두 번 옮기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든 한 해였다.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어 일 년을 보냈다. 둘째는 3학년으로 친구들을 몇 번 보지도 못하고 온라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내일이면 새 해이지만 두 달 뒤면 첫째가 초등학교 졸업을 한다.


첫째의 유치원 졸업 때가 기억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참석한 졸업식에서 첫째가 자기는 자라서 태권도 관장님이 되겠습니다 하면서 큰소리로 앞날의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목이 메어왔었다. 그런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6년이 흘러서 다시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 시대인 만큼 비대면 졸업을 한다고 하는데 졸업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아이에게는 어떻게 기억이 될지 걱정이 된다.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준다고 한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선물을 주는 해라면서 지난주에 첫째가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썼었다. 그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또 기억도 해야 할 것 같아 여기에 옮겨본다.


안녕하세요 산타할아버지. 저의 이름은 이미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중략) 이제 내년이면 제가 중학생이니 이번해가 마지막의 '선물 받는' 크리스마스입니다. 슬프네요. 곧 군대가야되... 어험... (중략) 저는 GBA 게임팩 2개를 갖고 싶습니다. "뭐라고!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을 사달라고!" 하실 수 있지만... 마니아의 세계가 있지 않습니까. 전 '게임' 마니아이고 산타할아버지께서는 '아이들' 마니아시고... (이하 생략)

같은 마니아끼리 알아서 선물을 챙겨달라는 이 당돌함 앞에 산타할아버지께서 선물을 주셨을지 의문이다.


작년 몸이 많이 아팠었고 내 인생의 중반부에 대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루하루가 답답했었다. 그리고 5월부터는 마음을 좀 차분하게 먹을 수 있게 방향을 정했었다. 일단 내 생활의 모든 시간을 생산활동과 연결하자고 다짐했다. 생산활동이란 그냥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한 번도 제대로 관심을 가져 보지 않았던 부동산, 주식을 비롯해 블로그 글쓰기까지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가능한 시간 내에서 한 번씩 시도를 해 보았다. 그렇게 오늘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그나마 마음 편히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를 수는 있게 되었다.


전혀 알 수 없는 미래이고 또 아이들은 하루하루 커나간다. 나는 언제 또 아플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이러한 날들을 이겨내 살아오셨을까?

이제 7시간 남은 2020년의 마지막 날. 휴가를 내었지만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올 한 해를 돌아본다.


솔직히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가 더 가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좀 두렵기만 하다.

스무 살 때 공책에 썼던 말이 생각난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나에게 남은 시간 중 오늘이 가장 이른 시간인 만큼 남은 몇 시간이라도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이 글을 읽으실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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