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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아 Aug 31. 2022

부모님

그분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 쉽지는 않구나를 느끼며


어머니 아버지의 건강검진을 위해 휴가를 내었다. 일반적인 진이 아니다 보니 대구에 있는 전문병원까지 내려가는데 자식 대표로는 내가 휴가를 내고 같이 다녀오느라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새벽 6시부터 금식인데 어제저녁을 드시고는 그 뒤로 아무것도 안 드시는 부모님께서 자식 아침은 또 차려주신다.

얼른 먹고 길을 나서 고속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다. 때가 또 점심시간이 되니 자식 밥 먹여야 한다며 근처 맛집을 찾아보라 하신다. 괜찮다고 해도 기필코 찾아서 밥을 먹어야 한다 하시어 찾아보니 대구는 막창이 유명한지 막창 집이 여러 개 나온다. 그중 가장 평점이 높은 집으로 가본다.

두 분은 드시지 않고 나만 먹어야 하니 일 인분만 주세요 하는데 일 인분은 안 된다고 하여 2인분을 시켰다.

드시지도 않을 식사를 자식 먹이겠다며 불판에 요리조리 구우시더니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서 젓가락으로 막창을 집어 내 밥그릇 위에 올려주신다. 그러고는 자식 먹을 생각하니 신기하게 배가 안 고프다시며 나 혼자 먹는 것을 살펴보신다.

20년 전 공부한다며 대전 내려간 나를 밥 먹이시겠다면서 서울 집에서 밥이며 반찬이며 몽땅해서 아침 7시에 대전 학교에 오셔서 연락하셨던 그때가 떠오른다. 부모님도 그때가 생각이 났는지 그 당시의 일을 말씀하시며 참 행복했다 하시며 웃으신다.

포장으로 2인분을 주문하니 사장님께서 가지고 다니면 상할 수 있다고 말린다. 그래서 그럼 병원 건진 끝나고 오겠다니까 오시면 3인분 드리겠다고 말씀하신다.

병원에서 일을 다 보고 부모님이 허기진다고 말씀하셔서 아까의 그 식당으로 향한다. 사장님이 반기며 3인분을 가져다주고 또 서비스로 달걀말이며 소시지도 가져다주신다. 그 친절함이 정말 감사하다.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며 이제까지 외식 중 제일이다 하신다.

말끝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시는 어머니. 누구보다 항상 앞장서 걸으시던 아버지. 이제는 종종걸음으로 걷는 모습이 너무 불안하고 이제는 가장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신다.

내 나이 마흔여덟이고 아버지는 내년에 팔순이시고 또 부모님 두 분의 금혼식이 내년이다.

벌써 친구들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도 한 내 나이와 이 세월이 오늘 하루의 기억을 좀 더 밀도 있고 소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시 돌아온 기차역에서 할머니만 찾던 하지만 이제는 전화도 잘 안 드리는 사춘기의 첫째와 곧 2차 성징을 보이려고 준비하는 둘째가 어머니 눈에 아른거리시는지 손주들 뭐라도 먹여야 한다며 처음 보는 비싼 빵을 듬북 사서는 손에 쥐어주신다. 속이 후련하다고 하시며 아버지와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시는 그 모습이 감사하고 또 넘어지실까 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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