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비가 내리고 아침이 되어 주방에 섰다. 주방의 쪽창으로 미세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이 빼꼼히 모습을 나타낸다. 그 모습이 너무 기뻐 창을 모두 열었다.
출근길에 아파트 앞 화단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내려 공기를 힘껏 들이마셔본다. 봄 꽃 향이 마스크에 걸러지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내 코로 들어온다. 정말 달콤하다. 마냥 그 자리에 서서 그 향을 맡고 싶다.
그러다 문득 어떤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먼 산이 보이고 봄 꽃 향기를 맡으며 길을 걷는 것과 미세먼지에 창을 닫고 코로나에 마스크를 쓰는 것.
눈부시게 밝은 해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