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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학 學

하브루타 21번째

by 투오아

어제저녁에 둘째가 아빠가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야 하브루타도 안 하고 자기가 늦게 일어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아빠 마음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놓고는 잠깐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아빠가 일찍 집에 오면 그때 하브루타를 하면 시간도 많고 좋겠다고 말을 더한다. 이 녀석 하며 웃음이 난다.


그래서 오늘의 하브루타는 저녁에 진행해 보았다.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집에 좀 일찍 출발해서 9시에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웬 일로 아빠 빨리 왔냐며 반가워한다.

그렇게 바로 하브루타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내색 없이 순순히 같이 참여를 해주어 무척이나 고맙다.


오늘의 주제는 지난주에 진행하려던 논어 학이불사즉망 글과 관련되어 우선 한자를 하나도 모르는 나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 글자씩 하브루타를 해 보고 그 다음 전체 문장으로 확대해 나가 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첫 글자인 배울 학 자에 대해서 서로 질문을 가져 보기로 하였다.


먼저 크게 배울 학자를 써 보고 오 분 동안 질문을 만들고 서로 공유하여보았다.

둘째는

1. 어떤 그림에서 이 글자가 나왔지?

2. 우리가 일본 사람들 때문에 한자를 쓰는 건데 왜 배울까?

3. 우리는 한국인인데 왜 이 질문을 할까

라고 질문을 만들어 본다.

첫째는

1. 배울 학자의 기원은?

2. 學자의 윗부분은 학교의 모습을 본뜬 걸까

3. 이 글자의 형성시기는 언제일까?

4. 아들 자 자는 아래에 왜 있을까?

5. 만든 사람은 누굴까

6. 우리나라는 왜 한자를 쓸까

를 만들어 낸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은 질문을 만들었는데 옆에서 보던 아내가 내 질문들을 보고는 유치하다고 느끼는지 피식 웃는다.


서로 질문을 공유하고 멋진 질문이라고 칭찬하고 세명의 공통질문인 이 글자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각자 10분 동안 찾기를 해보았다.

그 뒤에 서로 공유를 하였다.

둘째는 잘 찾지를 못해서 구글에서 나온 첫 번째 관련 글인 나무 위키에 있는 배울 학의 기원 페이지를 찾아서 주니 그것을 보면서 열심히 마법천자문 한자 카드를 만든다.

첫째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찾더니 나와 똑같은 나무 위키 페이지를 찾아서 그것을 보고 정리한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 사전을 이용해서 배울 학자의 기원을 찾아보았다.

본래 서당을 뜻하는 글로 양손에 배움의 도구를 들고 집에 있는 모양이었고 추후 배운다는 의미로 확장 되었다는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중국어 발음은 슈에 라는 식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왜 한자를 우리는 배울 까에 대해서 질문을 해 보았다.

둘째가 일제시대 때 한자를 많이 써서 지금도 한자를 쓰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래서 일제시대 이전부터 사용했다고 말을 해주니 그러니까 일제시대가 옛날 아니냐고 묻는다. 우리 둘째에게는 일제시대부터 과거 고조선까지가 똑같은 옛날인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첫째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셨는데 어리석은 신하들이 반대해서 그렇다면서 무척이나 흥분한다. 그만큼 한자가 싫은가 보다.

그래서 신하들은 왜 반대를 했을 것 같냐고 물어보니 첫째가 자기들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한다.

둘째는 중국이 강한 나라니까 자기들이 죽기 싫어서 살아남으려고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유럽도 과거에는 라틴어로 모든 글을 써야 했던 적이 있다고 말해주고 이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말해주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무엇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한자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약 40분이 흘렀다. 밤 열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니 둘째가 마술 동영상 하나 보고 싶었는데 못 보았다면서 아쉬워한다.

그래도 하브루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시작한 방법인데 이 정도 시간을 지겨워하지 않고 진행해준 아이들이 무척이나 고맙다.


밤 9시에 들어오는 아빠에게 웬일로 빨리 왔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퇴근 시간이 늦는 현재가 무척이나 안타깝다.


이렇게 처음으로 다소 긴 하브루타 시간을 마쳐보며 다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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