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속초로 놀러 가기

즐거움의 기억

by 투오아

아이들의 방학이 이제 끝나간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아이들의 방학 중 여러 날을 여기저기 다니게 되었다. 맨 처음은 태국, 그다음은 군산, 그리고 이번에는 속초이다.

아마도 아이들 방학의 마지막 휴가지일 곳인데 처제네가 숙소를 잡아 놓아서 덕분에 다녀오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 회의를 끝내자마자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수리를 맡긴 차는 예정보다 늦게 완료된다고 하여 급하게 집 앞 동네 렌터가 업체에서 차를 빌렸는데 회사 마치고 업체 끝나는 시간 안에 거기까지 가야 하니 6시 반이 넘어 출발한 발걸음이 바쁘다.

한 시간 반이상 걸리는 집까지 간신히 시간 맞추어 도착한 뒤 맞이한 차는 담배냄새가 곳곳에 배어있는 그런 차다.

이 차를 가지고 이틀을 보낼 생각에 출발 전부터 속이 답답해진다.


어쨌거나 출발이다.


여름휴가철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차들이 많다. 두 시간쯤 운전 뒤 꼭 한번 들려보고 싶었던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 들렀다. 담배 냄새가 너무 답답했는데 밤에도 더운 우리 집과 달리 공기가 선선하고 무엇보다 숨 쉬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공기에 향이 있다. 신선한 향. 계속 이 숨을 쉬고 싶다.


목적지를 향하여 다시 출발하였다.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한 속초 쏘라노 리조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주차장에 자리가 전혀 없다. 마중 나온 동서의 안내로 방으로 가서 바로 잠들려고 하는데 신이 난 첫째 둘째가 신나게 배게 싸움을 한다. 어릴 적 생각도 나고 해서 그냥 두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자고 있는 조카들도 있으니 그만하라고 아내가 말려서 애들을 강제로 눕혔다. 그러고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새 잠들어있다. 아이들은 이럴 때 보면 스위치가 달린 것 같다.


아침이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설악산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멋지다. 하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적극 원하는 물놀이장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여름철 물놀이장은 아이들과 네 시간 이상 놀아본 적이 없는 곳이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있어 좀 꺼려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속초의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모든 종류의 미끄럼틀과 시설을 이용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게 되었다. 아이들이 일 년 사이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예전에는 무서워서 못 타던 시설들을 이제는 나서서 도전해보고 또 재미까지 느끼는 것을 보니 군대 가기 전까지 이런 종류의 놀이시설을 전혀 이용 못했던 나로서는 아빠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끝나고 나와서도 더 놀고 싶다고 아쉬워한다. 이런 재미를 앞으로 아이들의 인생에서도 느끼길 바라본다.


저녁밥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청초호 근처의 순두부집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강릉에서 유명한 집이 속초에 체인점을 낸 것으로 보였는데 초당 순두부와 짬뽕순두부가 주메뉴로 먹고 나니 속이 참 편하였고 맛도 상당했다. 반찬으로 준 비지가 참 맛있다며 아이들도 밥을 잘 먹는다.



속초는 워낙 만석 닭강정이 유명하지만 속초시장에는 닭강정 집이 한 개만 있지는 않다. 이번에는 중앙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 사서 먹어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만석보다는 새로 가본 곳이 더 맞는다.


그렇게 시장까지 돌고 숙소로 돌아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마지막 날이 밝았다. 강릉 커피거리의 수제 햄버거집을 가자는 처제의 제안으로 그곳으로 향한다. 한 시간쯤 이동을 하여 도착한 가게는 바로 앞에 바다를 끼고 있어 그 모습이 참 멋지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냥 이렇게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빌린 차를 반납할 시간이 5시간 앞으로 다가와서 집으로 먼저 출발하였다. 길이 엄청나게 막히다 보니 정말 시간을 겨우 딱 맞추어 차를 반납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덕에 휴게소에서 거의 쉬지도 못하고 내리 다섯 시간을 운전하였다.


다급한 일정과 숨 막히는 담배냄새와 함께한 주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휙휙 지나가는 시간들만 바라보는 이틀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다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한다. 그 말이 나에게 의미를 준다.

중학교 일학년때 다도해 국립공원의 한 섬으로 작은아버지 고모들 모두 해서 여름휴가를 간 적이 있다. 그때 정말 맘껐뛰고 배고파 죽겠으면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밥 먹고 또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저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 뒤로는 누나부터 고등학교 수험생이 되고 또 대학 가고 군대 가고 하다 보니 그것이 결국 마지막 친척들과 함께한 휴가가 되었고 이제는 그렇게 정정하시던 고모도 돌아가시고 어르신들의 건강도 예전 같지 않아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누구나 안다. 지나가는 시간은 결국 사람에게 경험으로 쌓이고 그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전혀 알 수 없는 미래를 해쳐가며 살아간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기억은 훗날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를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기도 하다. 이번의 이틀이 아이들에게 그런 힘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의 맛의 추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