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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도라전망대 제3땅굴

독서여행

by 투오아

아이들과 연초에 독서여행을 가자고 하면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여행지들을 골라봤었고 8월은 남한의 북쪽 끝 도라산으로 기차를 타고 가자고 이야기하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이것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인 도라산으로 향하기 위해 지난 며칠 도라산에 대해서 하브루타를 진행해왔다.


우선 도라산은 자유여행이 되지 않는다. 군사분계선 안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경찰이 아닌 군인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매우 특수한 형태의 여행이 되는데 일단 열차표를 왕복으로만 끊어야 한다. 서울역에서 DMZ 열차를 기다리다 보면 용산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약 7분을 달려 서울역으로 들어온다.

열차를 타면 종착역인 도라산역으로 향하게 되는데 안내방송에서 도라산역은 우리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유라시아 철도의 첫 시발역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열차역으로 입출국 수속을 할 수 있는 곳임을 설명해준다. 지난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 덕에 남북 철도가 연결이 되었고 그 때문에 북한이 허락만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러시아 독일까지 연결되는 유라시아 철도가 출발할 수 있다는 설명에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가장 북으로서가 아닌 조상들이 마음에 가졌을 열려있는 북쪽으로의 국경이 떠올랐다.

도라산역과 그안의 입출국수속 시설


열차가 임진각을 지나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갈 때 독개다리가 나타난다. 오랜 세월 포탄에 생채기 난 모습 그대로 통일을 기다릴 그 다리의 모습 위로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리다.

도라산역에 내려 줄을 서서 버스를 탄다. 앞서 말했듯 민간인 통제구역이어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안내원이 한 명씩 버스에 타서 행동요령을 말해준다.

평화공원에서는 2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도라산 전망대에서 약 30분의 관람시간을 준다. 그리고 제3땅굴은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주는데 땅굴에서는 모든 휴대품을 맡기고 가야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굉장히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이 되고 중간에 통일촌에서 점심이 예약되어있어 그곳에서 모두 밥을 먹는다.

통일촌 식당에서 먹는 점심식사

민통선 안에 마을이 3개가 있고 초등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제로 살고 있다는 뜻인데 어떻게 살아가는지 참 궁금하다.


도라전망대는 주차장에서 10분쯤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도라전망대 건물에 들어서서 3층 옥상으로 가면 망원경이 쭉 늘어서 있는데 나의 첫 느낌은 정말 경치가 멋있다는 것이다. 아 이렇게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곳이 잠시 전쟁을 멈추고 있을 뿐인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짐은 어쩔 수가 없다.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니 우리 태극기가 먼저 보이고 약간 북쪽에 붉은색 인공기가 보인다.

망윈경을통해본 북한과 육안으로보는 비무장지대


진짜 북한이구나라는 것을 그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느낀다. 고향이 저곳에 있는 분들의 기분은 어떨지 감히 상상이 잘 안 간다. 군대에 있을 때 보초를 서면서 내려다 보이던 민가들이 있었다. 그곳에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그 기억으로 실향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본다.


전망대에서 5분쯤 시간을 남기고 내려와 주차장까지 열심히 걸어 차에 시간 맞추어 도착한 뒤 땅굴로 향한다. 땅굴은 처음 가보는데 약간 무섭기도 하다. 아들이 물어본다. 땅굴은 어떻게 파는지. 그래서 보통은 다이너마이트 같은 것으로 폭파하고 긁어내는 식으로 할 텐데 이러한 침략용 땅굴은 우리에게 발각되면 안 되니 손으로 파지 않았을까 하고 말해보았다. 해설사 분이 설명을 시작하여 들어보는데 땅굴이 무려 지하 25층 깊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땅이 화강암으로 되어있어 폭발을 시켜가며 굴을 뚫었다는 것이다. 아마 어릴 때 이에 대해서 배웠을 것 같은데 아무 기억이 나지 않고 놀라움만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아왔는지도 느껴진다.

제3땅굴 현재는 차폐벽을 3중으로 우리나라 쪽에서 만들어놓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며 노동에 시달렸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휴전 상태인 이 땅에서 정말 못 할 행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무슨 근거가 있어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가능할까. 또 무슨 권한이 있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자식 부모, 아내 남편을 다른 이유도 아니고 선이 그어질 당시 남과 북에 있었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인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땅굴의 존재와 도라 전망대에서 눈에 보이던 북한 땅이 다시금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들로부터 역사로서가 아닌 주변에서 일어났던 경험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동학농민운동, 일제시대, 6.25. 이러한 일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남과 북이 나뉜 것이 얼마나 인위적이고 어색한 것인지 그래서 그만큼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 다시금 느껴본다.


남과 북은 원래 하나이고 도라산에서 우리는 유럽 어디든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다가 끝이지만 북으로 시선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기회의 땅이 보이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그래서 통일을 어떤 희한한 이유를 들어 방해하려고 하는 자들은 결국 역사의 악역일 수밖에 없겠다는 사실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결국 그들은 고려말의 이인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국제열차 시발역 도라산역

전체 관람을 마치고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녀 보았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서울역 고가도로 위로 일부러 올라가서 지는 해를 바라다본다. 요즘 열심히 피아노를 다니는 둘째가 여기저기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는 것을 들으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고가 위에는 젊으신 분들이 가판대를 펴고 이것저것 팔고 있다. 모두 평화로운 광경이다.

휴전선과 서울역 사이 거리는 기차로 1시간 조금 넘는다. 휴전과 평화는 전쟁이 없는 것은 같지만 의미의 거리가 1시간보다는 훨씬 멀어 보인다. 부디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길 커 나가는 두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빌어본다.

서울역 고가에서. 서울역 구역사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행 간략정보

열차는 코레일 앱에서 열차표만 끊을 수도 있고 코레일 관광상품으로도 살 수 있다

표 만사면 열차 안에서 추가로 도보 관광권을 사야 한다(모노레일은 구매 불가)

관광상품은 도보 관광권 또는 모노레일 관광권이 가능하다

제3땅굴은 걸어갈 수도 있고 모노레일을 탈 수도 있는데 관광상품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임진강역에서 모든 사람이 내려 신분증 검사를 한다. 반듯이 신분증 지참 필수. 아이들의 경우 여권이 있으면 가져가면 편하고 신분증이 없을 경우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통일촌 식당의 밥값은 표값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한사람당 7천원 정도 한다.

열차표만 사면 노란색 명찰을 준다. 임진강역에서 모두 내려 신분증 검사를 한다. 현재는 공사 중이라 다리 밑에서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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