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생각

돈의 역사

관심분야 - 경제

by 투오아

자본주의란 무엇이지?


눈을 떠보니 내가 사람이었듯이 눈을 떠보니 내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가진 대한민국이었다. 돈이 생기면 그걸로 밥을 사 먹을 수 있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고 또 뭔가 일을 하면 필요한 돈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자본주의란 무엇이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생명과학을 전공해 살아오면서 도대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떻게 우리가 살아있는 것인지 더더욱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체 내 중요 기관이 운동을 멈추면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고 출혈이 심해도 죽는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는 DNA부터 단백질로 연결되는 정보의 흐름과 세포에서 조직으로 또 조직에서 기관을 넘어 하나의 개체가 형성되기까지의 구조를 아는 것과 이들이 역동적으로 어울려 커나가고 병에 걸리기도 하고 낫기도 하다가 나이 들어 죽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제한적인 지식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도 알고 또 병에 걸렸을 때 원인 파악만 된다면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는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러다 문득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고 그렇게 해서 바라본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아 보였다. 자본주의 체계이던 다른 경제 체계이든 간에 경제의 각 주체들을 억지로 신체 기관에 비유할 필요들은 없겠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돈은 혈액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다른 기관이 다 멀쩡해도 혈액이 없어지면 각 기관들 사이의 소통이 끊기면서 모두 죽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각 경제 주체들이 멀쩡히 다 있어도 돈이 마르면 경제는 침체된다. 이것이 IMF 시절에 직접 목격했던 일이었고 돈이라는 것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기억이었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 돈에 대해서 특히 불황 시기에는 돈을 풀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류 역사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설명한다. 총 7부로 구성이 되어있고 각 부는 5~7장 정도로 세분화되어있다. 그리고 각 부의 마지막에 교훈을 적어 두었다. 가장 첫 부는 트라팔가르 해전 (물론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에서 영국이 어떻게 나폴레옹 프랑스에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7장은 우리나라가 왜 IMF에 빠졌는지 어떻게 했으면 경제위기 상황을 최소한의 피해로 넘어갈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 전문가의 시선에서 설명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한번 읽고 무슨 소리인지 바로 이해한다면 상식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저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이다.

제7부 5장에서

결국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벌어진 건 금융 시장을 개방하면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했던 당국의 실수 때문이다. ... 경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던 1995~1996년을 전후해 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연준 의장 그리스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적자가 날로 확대되던 우리나라가 금리를 떨어뜨린 것이 과연 타당했는지 의문이다.

이 짧은 문장을 보면 금융 시장 개방,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 금리의 오르고 내림, 경상수지 적자 등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하는데 모두 제각각 그것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이 책에서는 저자가 일부러 각 장마다 자신이 참고한 책들을 친절하게 쪽수까지 표시하여 적어 놓았다. 그래서 경제에 대한 초보자들은 이 책을 중심으로 해서 경제 관련 책들을 읽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위 문장을 읽었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다만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책의 내용들이 혹시라도 사후 확신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역사부터 경제까지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두 가지를 하나로 엮어서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현상은 생명현상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이 case/control 실험과 같은 이론을 테스트해볼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인간의 경우는 군을 두 개로 나누어서 통제 변수에 대한 결과가 어떨지를, 사후적으로 볼 경우에라도 어느 정도는 평가가 가능한데 경제 현상은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 있다 보니 개체수로 따지면 한 개로 보이고 결국 역사 속에서 유사한 상황을 보고 현재를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데 과거와 지금을 설명하는 변수는 분명 한 개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이렇게 했어야 한다 저렇게 했어야 한다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래에 그래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정말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저자의 여러 가지 설명에 따른 처방이 사후 확신 편향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근거는 없다.


이 책에 대해서 읽게 된 것은 우연히 유튜브에서 엄청나게 추천하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연결)

이 책을 추천하신 분은 이 분야를 그래도 잘 아시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인데 이 추천 영상을 보면 책을 안 읽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이해 안 가는 이 세상의 작동 원리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는 날을 그려보며 책 독후감을 마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노베이터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