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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생각

Unscripted (언스크립티드)

관계, 사회, 역사

by 투오아

(원래는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블로그 활동을 잘 하지 않고 있어서 여기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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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은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 AI의 등장은 너무나도 많은 충격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지적 존재가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지식 노동자라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살고 있던 나에게는 내가 살아왔던 모든 인생이 부정되는 미래가 그려졌던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엠제이 드마코가 전작 부의 추월차선 이후 3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원래 책의 표지는 옆에서 보듯이 UN 위의 사람은 폴짝 뛰어오르고 있고 Scripted 위의 사람들은 붉은색의 넥타이를 매고 (아마도 직장인?) 경직되어 서있으며 그 뒤로 메트릭스 영화의 컴퓨터 가상 세계 코드가 흘러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전작에서도 그러했지만 이 세상의 노동자들에게 富라는 관점에서 수준이 다른 기업가가 되는 길이 태어날 때부터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가지 각도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앤더슨이 네오가 되기 위해 모피어스가 준 약 중 빨간약을 먹는 장면처럼 대오각성에 의해 깨어나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의 핵심이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계급에 대한 이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먼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살펴봐야만 할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 가지의 계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1. 3대 생산요소: 노동, 자본, 토지

2. 3대 계급: 노동자, 자본가, 지주

3. 3대 소득: 임금, 이윤, 지대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읽기. 이근식)

1. 3대 생산요소: 노동, 재산(돈, 기계, 건물, 토지, 지적 재산 등), 경영

2. 3대 계급: 노동자, 재산 소득자, 기업가


위의 3대 계급을 잘 보면 계급이 어떻게 변화하였듯 상관없이 노동자는 노동을 대고 다른 계급들에게 가치를 만들어 주는 존재로서 자신의 노동을 통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대신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망을 제공받는다.


그러나 국부론에서는 사유재산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자유경쟁체제만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정부만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계급 사이의 균형이 맞아지면서 전체가 행복한 경제체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였는데 (보이지 않는 손) 알다시피 이러한 '작은'정부는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이룩하기 아주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 때문에 계속해서 노동운동이나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위한 법시행, 최저임금 등에 대한 법적 강제 등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계급 간의 이동을 아무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바로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노동자로 살지 않기 위해 창업을 하는 순간 '쪽박' 차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며 한번 경제적 실패가 일어나는 순간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식구들이 매우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창업은 보통 통닭집 사장님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이러한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한 시나리오로 적혀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세상이 노동자에게 계속해서 보여주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남에게 임금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과 그런 방법이 아니면 나에게 임금을 받고 사는 창업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계속 누군가가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계급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과 주변의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이며 위의 타인에게 고용되거나 자신에게 고용된 노동자의 계급에서 자본가나 기업가의 다른 계급으로의 이동이 가능하고 또 위험하지도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임금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히들 사업을 하겠다 장사를 하겠다 하고 세상에 나갈 때는 정말 엄청난 부담을 안고 나아가야 하는데 많은 돈을 들여서 식당을 내거나 통닭집을 내거나 하는 식의 창업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는 타인에 의한 고용에서 자신에 의한 고용으로 고용인이 바뀔 뿐 똑같은 임금 노동자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자신의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수익이 늘어나기 구조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길이 아니라 시간과 별개로 수익이 발생하는 방법이 있으며 그 방법은 고심하면 반듯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인 것이다.


국부론에서 아담 스미스도 자본가는 노동자와 다른데 노동자는 노동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자본가는 투입한 자본에 비례하여 가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둘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이 Unscripted에서도 저자는 수동적 소득 (Passive income)에 대해서 강조를 하는데 이는 자신의 시간을 쓰지 않거나 매우 적게 쓰면서도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내용은 경제체제에서 노동자가 아닌 다른 계급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으며 현대의 3계급에서 지적 재산 등을 공급하는 재산 소득자이거나 시간과 상관없는 소득을 만들어내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경영자의 삶을 찾아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라고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까지 생각을 해보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우리 아버지 세대도 그랬고 우리 세대도 그러한데 공부 잘했다고 하는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직해 있고 그렇지 않았던 친구들 중에 사업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상당히 자주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위와 같은 계급 간의 이동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애초에 걸어갔던 길이 달랐던 것이다. 학교의 공교육은 모두 임금노동자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 책에서 나온 용어와 내가 한 이해를 추가하여 그림을 그리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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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번역본의 표지는 위의 그림처럼 되어있는데 이 그림을 저자가 동의 한 그림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오로지 돈이 쏟아져 나오는 금고문을 그리고 있는데 이 책이 줄곳 하는 이야기는 돈을 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어서 책 제목 Unscripted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저의 상당히 거친 느낌이 든 단어들을 우리말로 잘 번역을 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부제인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entrepreneurship 은 아무리 봐도 미국 독립선언서에 나온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를 가지고 만든 표현으로 보이는데 이 문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에서도 나오지만 항상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서 표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기업가정신이라는 entrepreneurship 도 인권운동가들이 미국에서 절대 양도할 수 없는 자연권을 주장했던 것처럼 임금노동자들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임을 일깨우기 위해 책의 부제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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