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행복감이나 만족이란 감정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최근 3년 동안 관리직으로 일하다 다시 연구 개발직으로 돌아선 지 한 달이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다시 컴퓨터를 가지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피하지 못하여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결국 전문 개발자들이나 쓸 것 같았던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을 펴고 아무것이나 펼쳐진 대로 읽어 보았다. '이사'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서재가 가지고 싶던 선생님은 당신과 당신 식구들의 첫 집이기도 했던 정든 집을 무작정 팔고 서재가 있는 집을 간신히 찾아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은 그 덕에 얻은 것이라고는 15년 융자와 15분에 한 번 오는 버스뿐이고 잃어버린 것은 집 근처의 비원이라고 하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가난을 느끼게 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선생님의 글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이렇게 유명한 분도 어느 면에서는 나의 삶과 큰 차이는 없는 것이구나 싶다가 갑자기 나는 왜 키보드를 그토록 갖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식 키보드는 높이가 많이 높아서 내가 계속 쓰던 만 원짜리는 납작해 보일 정도였다. 그 덕에 요 며칠 동안 손목이 몹시 불편하였는데 바로 옆에 계신 전문 개발자 분께서 기계식 키보드를 쓰려면 손목 받침대가 있어야 할 거라고 알려주어 불편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연달아 다시 손목 받침대를 구매하게 되었다.
나의 만족을 위해 소비를 하고 새로운 물건이 내 삶 속에 자리를 잡으니 새로 생긴 자리 주위로 빈틈이 생겨 다시 그곳을 매울 일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연달아 소비하게 되는 형태는 예전 아이패드를 샀을 때도 자전거를 샀을 때도 똑같이 일어났던 것들이다. 결국은 낡아버릴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거기서 오는 만족감. 이 감정은 피천득 선생님이 느꼈던 서재에 대한 열망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 때문에 소유하고자 하는 것인지 스스로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쉽지는 않다. 분명한 건 어린 나의 아이들도 장난감이나 게임을 계속 계속 원한다는 것과 그러한 욕망은 나를 지나 그분에게 까지도 뻗어 있다는 것이 결국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기분 좋은 만족감과 스스로 납득 못하는 사이에 왜 이 키보드의 느낌과 소리는 이렇게도 좋은 것인지. 이러한 나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키보드를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