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의 이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세상 사용 설명서
살면서 수동적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미 석 달 정도 지난 것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까 하여 적어본다.
2월 말의 이사는 이사비용이 거의 두배 가량 올라간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서둘러 이사업체를 예약해야 한다.
나의 경우 결혼한 지 십삼 년에 들어서는 올해 그동안 직장 생활하며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않고 살아온 아내 덕에 집을 장만하였다. 그리고 이사업체를 천천히 알아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셋집을 돌아다니며 얻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이사 관련해서는 한 달 전쯤 시작하면 되겠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기를 2월 말로 잡고 모든 잔금 등을 그때로 잡고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닌 이사업체 계약 부분이었다.
일단 비용이 두배 정도 비쌌다. 그런데 더 문제는 예약 가능한 이사업체 자체가 없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학기초를 앞두고 이사 성수기라는 것이었다. 성수기도 이런 성수기가 없었다. 아무도 손사래를 치며 이사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간신히 업체 하나를 이사 세주 정도 앞두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잔금일을 하루 앞으로 당겨야 했다. 이것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는데 내가 알기로 전셋집에 대한 점유 조건이 사라질 경우 집주인이 만약 잔금을 안 주려고 마음을 먹으면 내 대항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안 줄 수 있는 구실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어쨌건 이사를 가능하게 해 준 이사업체 실장님께 계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삿날에 오기로 한 인력이 다 오지 못하였고 그래서 이사에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면서 같은 단지 내 바로 앞동으로 이사를 했음에도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짐 내려놓기가 끝났다는 것이 후유증이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 서둘러 돈 주고 보내고 보니 천장 벽등 새로 인테리어 한 집 내부의 벽지나 필름들이 뜯겨나간 것들은 살펴볼 여유도 없었다는 점은 교훈으로 남긴 했다. 그리고 이 덕으로 출근해야 하는 나 대신 아내는 밤을 새우면서 이곳저곳 정리를 하였다.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로 개학도 미루어지고 학교는 가지도 못하고 살고 있지만 지난 2월 초까지는 그렇게 돌아가는 일상이었던 것이다.
비가 오는 아침 늦은 출근을 하며 다시 코로나 사태의 확산을 돌아보고 있자니 이러했던 경험조차 그리운 마음이 들어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