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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3. 2022

닥치고 방문하라 8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닥방이 어려울 때는, 여럿이면 좀 쉽습니다. 혼자일 때보다 여럿이면 감정의 분산이 일어나거든요. 그리고 안 되더라도 내가 스스로를 위로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포교 활동들이 무리로 이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닥방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혼자보다 이미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인 경우가 흔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이런 지혜는 전단지 알바를 하면서 경험했습니다. 대학 시절 가장 많이 한 알바가 전단지 알바입니다. 단가도 괜찮고 편한 날에 할 수 있고 등등등. 이제는 바깥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일이 가아끔 목격되지만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흔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알바를 해왔지만 전단지 알바, 생리대 나눠 주며 홍보하는 알바는 여러가지로 배우는 바가 많았습니다. 

전단지 알바는 옆에 사장님이 함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장님이 혼자 하기 힘들어서 알바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알바가 일을 잘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거리가 분비는 경우 놓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최소 2인조, 3인조, 4인조로 여럿이 한번에 파도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건넵니다. 전단지는 사실 강력합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이 됩니다. 그래서 전단지를 건네는 사람이 매력적일 경우, 거부가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나레이터 모델 조건을 갖춘 친구들에 이런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최소한 인상은 좋아야 해요. 그러면 받은 전달을 펼쳐서 한번은 읽게 되거나 버리더라도 근거리를 지난 뒤에 버리게 됩니다. 이런 맥락을 읽어내는 건, 나에게 아주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가장 밀접한 방식의 닥방은, 생각해 보야할 요건이 많습니다. 먼저 건네는 사람이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혹은 거절하기 어려운 요건을 가져야 합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포함입니다. 그리하여 받은 전단지를 읽게 하고 읽은 즉시에 효용이 생기게 하려면 바로 근거리에 해당 가게가 있어야 합니다. 전단지를 뿌린 곳으로부터 먼 거리에 가게가 위치해서 찾아가게 하면 그건 효과의 증발 현상을 발생시킵니다. 때문에 매력적인 분으로부터 전단지를 받았는데, 그 가게가 전단지를 버리려고 했던 다음 쓰레기통에 도착 전에 입구가 있다면, 이 전단지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매력적인 분의 시선을 느낄 테니까요. 

앗, 이 때 급전 등과 같은 전단지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 오히려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을 테니까요. 그래서 급전 관련 전단지는 자동차 와이퍼에 꽂히는 게 적당한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단지 분야에서 내가 유일하게 취급해 보지 않은 항목이 '급전' 홍보지네요. ^^ 


자,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닥방. 이건 사람이 요건이다. 거리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이 분야, 이제는 흔히 볼 수 없죠. 시대가 변하면서 사라지는 영역일 겁니다. 더 강력한 인터넷의 랭킹, 추천 등이 가능한 시대가 됐으니까요. 


참고로 이 글은 이론적 배경이 없이 철저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므로, 이론에 입각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가볍게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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