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달 Jan 03.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0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이야기는 잠시, 나의 대학시절인 1995년도로. 아, 정말 까마득합니다. 특차로 학교를 들어간 나는 12월부터 몹시 여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다종다양하게 많이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첫달부터 한학기 동안에 용돈, 차비, 교재 사는 비용으로 최대 13만원을 주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대학에 가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몰랐지만, 고등학교 때에 가장 많이 받았던 용돈이 3만원이었고 당시 시간당 커피숍 알바비가 1200원~1500원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말이에요. 나는 옛이야기를 즐겨 읽고 지혜를 얻던 문학소년이었지 않나요? 그래서 소중하게 읽었던 옛이야기 하나를 떠올립니다. 


옛날 황해도 황주 조선 팔도 제일 가는 부자인 황부자가 살았는데, 이 집에서 며느리를 뽑는데 아무나 뽑을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지혜를 내어 초가에서 쌀 두 말로 머슴 2명과 여종 1명을 데리고 30일을 버티면 며느리로 삼겠다 합니다. 그래서 중간 과정 생략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며느리들은 어떻게든 주어진 걸로만 살려고 하는데, 한 며느리 후보는 쌀 두 말을 받자마자 떡을 해서 이웃과 나눠 먹고 이후에는 바느질을 해서 돈을 벌어 30일을 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쌓을 그득 쌓았다는. 


나는 늘 이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었어요. 너무 멋진 여성이잖아요. 주어진 제약을 넘어서서,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해서 곳간을 그득히 채우고 사는 모습이요. 부잣집 며느리가 아니더라도 나는 잘 살 사람이니까를 보여주었으니 부잣집 시부모감도 이 며느리를 귀하게 대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나는 13만원은 감사히 받고 그 돈을 미천 삼아 곳간을 그득하게 채울 생각을 했기에 마음이 풍족했습니다. 입학금을 걱정했던 형편이었는데, 무사히 입학금도 냈겠다, 뭘 더 바라겠어요. 그래서 열심히 알바를 하게 된 것인데. 여기에 어머니의 바람이 하나 더 들어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지요. 

어머니는 서울 온 뒤로 여러 식당에서 일을 하며 온갖 요리를 배워둔 뒤였고 타고난 손맛도 있었던 터에, 그 무렵 호프집 창업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 무렵 일하던 신림동 스톤타운 대표님은 기꺼이 어머니의 창업을 도와주셨어요. 어머니는 그런 배경은 말씀 안하시고 스톤타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하셨던 겁니다. 겨울 외투 한 벌을 사주시면서 몇 달만 여기서 일을 배우라고 하셔서 그때까지는 무슨 계획인지도 모르고 그 곳에서 일을 했겠지요. 혼자 생각에 황부잣집 부잣집 며느리 후보를 떠올리면서 말이에요. 

그해 6월, 나는 어머니가 노량진에 창업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2000년까지 쭉. 4년간. 어머니는 다 계획이 있으셨던 거죠. 


아, 어떡하나? 본론은 여긴데. 그래서 다시 닥방 이야기로. 그렇게 해서 나는 어머니 가게에서 또 다른 형식의 닥방을 기획합니다. 당시에는 아직 샵인샵 개념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인데요. 나는 어머니의 가게를 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려 시도합니다. 하나는 담배 심부름을 하기 위해, 홀을 비울 수 없으니 담배 판매를 하자는 것이었고요. 하나는 점심에 런치바를 열자는 것, 하나는 샐러드바 형태를 도입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런 제안들을 한 이유는 이미 모아진 손님을 대상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닥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지요. 물론 어머니는 모든 아이디어를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호프집이 대학로로 이전을 했을 당시 50평 남짓 하루 200테이블을 받을 정도로 손님이 많아서 낮시간에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손님을 주말마다 치르면서도 주방은 어머니, 카운터는 아버지, 홀은 내가. 이렇게 셋이 일을 했더라는. 

하지만 1997년과 1998년 이후로 샵인샵 개념으니 런치바들이 굉장히 많이 생겨나면서 우리 어머니가 종종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세요. 


닥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어쩌다 보니까 닥방이 아닌 것 같은 것들도 좀 끼어서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사실 닥방에 포인트는 마케팅인 걸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나의 닥방 이야기는 끝일까요? 아닙니다.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닥치고 방문하라 9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