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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4.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1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지금쯤 여러분은 궁금하실 겁니다. 나의 닥방 역사 11 위쪽에 붙어있는 '왜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요?'라는 말. 사실은 이 말을 위한, 닥방사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왜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요?


출판사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책이 좋은면 독자가 찾는다'입니다. 책이 좋으면 독자가 알아 보고 찾는다는 말. 맞습니다. 분명 나 또한 그런 독자이니까요. 나 같이 책을 좋아서 찾아보는 독자가 많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이 말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은 책이면 독자가 알아보니까.'라고 말하면 수동적이 되잖아요. 나의 독자를 찾는 일에, 수동적인 기다림이 웬말입니까? 


나는 기억합니다. 책들이 나를 찾아온 순간들을요. 


책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향해 자신을 보아달라 말을 걸어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 선물받은 책은 고모부의 손에 들려서 나를 찾아왔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책이 가득한 서재를 가졌던 친구의 집에서 발견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전집은 오랫동안 내가 가장 가지고 싶은 시리즈였지요. 한 권 한 권 자신을 사달라고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소리치던 제목들이 생생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읽게 했던 <꽃들에게 희망을>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내가 소장도 했지만 나로부터 많은 사람에게 건네진 책이기도 했습니다. 


눈이 펑펑 오던 날 노량진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사랑의 팡세> 광고와 고려원 출판사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광고. 노량진 국민문고 계단을 내려가며 보았던 서정주 시인의 홀로서기 시집 광고판, 서점에서 건네준 책갈비에 있었던 <배꼽>의 문장. 나를 좋은 독자로 성장하게 해주었던 수없는 메시지들이요. 


그리고 활동가로 다니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있었어요. 그런 책의 메시지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책을 만나는 법을 모른다는 것.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어떤 책이 재밌나요?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없나요? 


더구나 오늘의 시대는 재밌는 게 너무 많아요. 책이 아니어도 이야기가 넘쳐 나지요. 

더구나 오늘의 시대는 책을 알리는 광고들이 있던 자리들도 사라졌어요. 지하철의 광고판은 비었고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싣지 않아요. 책을 알리는 광고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요? 

밀리의 서재와 같은 업체들의 광고를 보며 나는 왜 반갑고 고마운 걸까요? 독자의 다양한 니즈를 이해한 유튜버들의 책 소개가 왜 반가운 걸까요? 


독자는 분명 좋은 책을 알아볼 힘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책을 만났을 때의 일이죠. 여기, 내가 있어요! 책이 당신에게 외칠 기회들이 있을 때의 일이에요. 


당신이 필요한 것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줄 이야기가 여기 있다. 


때문에 우리는 닥방을 해야 합니다. 독자는 사실 아파트에서 문을 꼬옥 다고 있는 중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달달북스 이달이라고 해요.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이에요. 어떤 말이 힘이 센지, 저랑 이야기 나눠 봐요. 우리는 말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이 그림책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나는 서점에 갑니다. 서점은 독자가 모이는 곳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나는 학교에 갑니다.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책의 구절구절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나는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는 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책을 살피는 곳이니까요. 그러니 위해서 나는 인스타에 책을 올립니다. 노출을 많이 해서 독자가 필요할 때 나를 찾을 수 있게 플라이어를 날리는 것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라방도 시작했습니다. 글로 쓴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 게 편한 어떤 독자님들을 위해서요. 그러기 위해서 나는 공구도 합니다. 아이들이 달달북스의 모든 책을 가지고 있으면요, 소통이 훨씬 신나요. 우리는 아는 이야기, 아는 작가에 더 충성도가 높아지거든요. 그렇게 해서 달달북스는 어떤 종류의 닥방도 가리지 않습니다. 


이걸, 독자에게 책을 떠먹이는 일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책을 독자에게 떠먹여 드리는 일을 열심히하는 출판사가 2022년에도 되겠노라! 떠먹여 드리는 작가가 되겠노라! 그리고 2022년부터는 그 일을 나 혼자를 위해 하지 않겠다고. 더 많은 출판사들과 함께 할 거라고 다짐합니다. 나의 책을 기다리는 독자를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책을 기다리는 어린이 독자를 위해 매순간 사랑이 가득한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그게 달달북스 이달의 닥방사로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길고 긴 글을 연말과 연초에 쓴 이유입니다. 

새해에는 독자로의 삶이 풍부하고 풍성해지도록, 

달달북스가 함께하겠습니다. 


이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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