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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7.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9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최고의 영업자라도 집에 있는 배우자에게 '닥방'이 어려울 수 있는 것처럼. 내게도 어려운 '닥방' 영역이 있어요. 성큼성큼 거의 모든 문턱을 넘어다니지만, 넘어서기 힘든 어떤 문턱.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넘기 어려운 문턱.  


이런 문턱은 보통, 잘 보여야 할 대상 앞에, 사소한 부탁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대상 앞에, 거리가 몹시 가까운 대상 앞에서 높아져요.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죠.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잘 보여야 할 대상 앞에, 사소한 부탁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대상 앞에, 거리가 몹시 가까운 대상의 무턱을 훌훌 넘어가기도 하죠. 그러니까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사적 경험 영역에서는 그랬답니다. 


그리고 한동안 내가 넘기 어려웠던 문턱은 출판사에 작가로 넘어서야 하는 '투고의 문턱'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을 출간하고 8년이 넘도록 다음 책을 내지 못한 이유예요. 

대학시절 수없이 해온 합평의 경험이 있지만, 이 무렵에는 어떤 합평도 지독하게 힘들었어요.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 틈에서 다시 합평을 하게 되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나의 원고에 대한 합평이 항상 절반으로 나뉘었어요. 문학적이다 vs 문학적이지 않다 / 재미있다 vs 가볍다 등으로 편을 나눠 다투었어요. 이상할만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반으로 나뉜 그런 합평을 들으면서 그때는 내가 한표를 던지면 이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결론 없이 좋다 / 싫다로 나뉘는 합평이 싫어서 그 뒤로 나는 누군가의 글을 볼 때, 어떤 부분에 가능성이 있는지만 말해 주고는 해요. 칭찬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 된 지점을 보고 장점을 강화할 수 있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어요. 괜히 나처럼 오래 상처받으며 헤매게, 외롭게 두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 자존감일 때는 투고를 할 엄두도 못 냈어요. 간신히 투고를 하고 난 뒤에도 출판사에서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때, 그냥 원고를 접어버리며 보낸 세월이 8년여. 


나는 넘기 힘든 문턱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했어요. 나의 어떤 마음이 합평을 두려워 하게, 투고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나? 그때 내가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상대가 문턱을 높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낮아져 있었던 거죠. 그러면 나는 왜 그 문들 앞에서 낮아진 걸까요? 


출판사를 하게 된 뒤에, 나는 그 문턱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며 그 문턱에 벽을 스스로 쌓아올리고 어려워했던 거지요. 


내가 감히 그래도 될까? 

내가 보낸다고 봐줄까? 

내가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원고를 보고 마음에 안 들어서 답을 안주면 어쩌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결국에는 원고를 보내지도 않고 좌절해 버립니다. 원고를 보내지도 않고 말이에요. 

원고를 보내고 거절을 받았다면, 다시 시간을 가지고 퇴고를 한 뒤에 다시 투고를 하면 됩니다. 원고를 한 편만 준비해서 여기저기 보내고 있는 중이라면 좌절할 시간에 새로운 원고를 한 편 더 쓰면 됩니다. 아무도 봐 주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 올라서 독자들에게 내 원고가 어떤지 반응을 봐도 좋습니다. 그렇게 출판사가 내 원고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물어보고 독자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면, 내가 직접 출간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직접 출간을 할 때는 그만큼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원이 없잖아요! 내가 원했던 게 책을 내서 독자에게 바로 묻고 싶었다면요. 그리고 그러면 내 책이 분명 잘 팔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요. 그 만큼의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면 자비출판을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넘기 어려워 보이는 '어려운 문턱'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닥방을 망설이는 대신에 다이렉트로 독자에게로 가는 길을 내기로 합니다. 예를 들면 독자가 찾아올 수 있는 직영점을 낸 셈이에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첫 지점을 낸 뒤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꼭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문턱으로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달달북스 그림책 <들어와 들어와>의 주인공 계란이 끝내는 어떤 요리도 되지 않고 그냥 병아리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우리는 꼭 어떤 요리의 재료가 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달달북스 그림책 <너의 특별한 점>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우리는 숨을 쉬고 꿈을 꾸는 존재로, 모두 특별하니까요. 그래서 나의 점이 다른 누군가의 특별한 점과 연결이 되는 어떤 순간까지 '홀로 반짝여도 좋은 점'입니다. 혼자로 반짝였던 덕분에 다른 혼자로 반짝이는 점을 알아볼 안목을 얻을 것입니다. 둘로, 셋으로, 넷으로 연결이 되어 우리가 아름다운 세상의 그림을 이룰 때 우리는 덥석덥석 어려운 문턱을 넘는 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나의 특별한 점'에 눈을 뜬 다음이라면 출판사를 내서 직접 출간을 하고 누군가 강사로 초대해 주길 바라지 말고 뉴북나우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리는 대신에 인스타라방을 할 수도 있어요. 그 과정에는 문턱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집을 짓고 문을 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 클수클럽도 만들어 버렸어요. 자, 이제 나는 모두가 들어올 수 있는 클수클럽을 만들었지만 누군가 이 클수클럽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모임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건 우리 각자의 선택사항이지,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닥방도 선택사항이지,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 필요하다면 그냥 길을 내고 집을 지어 버리세요. 와이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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