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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9. 2022

닥치고 방문하라 22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17년 <당신의 아이에게 책장을 돌려주세요>와 <우리 아이 책 어떻게 읽을까>라는 주제로 부모교육 강의를 많이 다니던 때의 일이에요. 그여름, 서점에 갔다가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했지요. 벌거벗은 등짝을 꼬옥 안아주고 있는 모습이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어요. 애슐리 몬터규라는 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지만 표지와 제목으로 이 책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피부의 정신, 시간의 자궁, 모유 수유, 다정하며 애정 어린 보육, 접촉이 생리에 미치는 영향, 피부와 성, 성장과 발달, 문화와 접촉, 접촉과 연령! 이 목차를 훑고 흥분하여 서문을 읽고 내가 찾던 책임을 알았거든요. 두꺼운 벽돌책 중에 하나인 이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책을 들고 바로 카운터로.


아마, 이 대목에서 <터칭>이 닥방과 무슨 상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밤 라방에서 도서관 운영하던 때를 이야기했었습니다.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나면 상당히 유순해 진다고요. 아이들의 정서를 지배하는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나 환경의 영향이 있을 텐데요. 그 두 가지에서 잘 먹는 일과 잘 자는 일이 해결이 대면 보통은 자기 기질을 발휘하며 잘 지낸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필리핀 세부에서 운영하던 콩세알 도서관에는 늘 간식거리가 있고 점심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낮잠에 필요한 담요와 이불도 있었지요.

그리고 여기에 덧붙일 하나가 '터칭'이었어요. 아이들은 적당한 스킨십을 필요로 해서 콩세알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이들이 원하면 30초에서 1분 동안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다가도 달려와 안기고는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화가 나거나 흥분하며 감정이 격해질 때는 손을 꼬옥 잡고 잠시 눈을 바라 보았어요. 시간이 나면 손을 마사지해주었어요. 셀프스킨십도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프로그램으로는 정기적으로 말을 타러 가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의 말타기 수업의 5분 정도는 말을 안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고는 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왜 넣었을까요? 이건 왜 닥방과 상관이 있을까요?


나의 닥방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터칭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나를 보신 분들은 이미 경험해 보셨겠지만 나는 대상이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많거나 상관하지 않고 손을 꼬옥 잡거나 악수를 해요.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거나 뜨겁게 포옹을 나누기도 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서로 따스하게 연결되는 것을 간절하게 원하는 존재입니다. 아이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그 본질적인 정신 세계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터칭에 거부감이 있지만, 교감하고 싶은 대상과의 친밀감으로 스킨십은 행복감을 최고치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내가 당신에게 스킨십을 나누고 싶은 대상이냐가 문제이지만요.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성공적인 닥방은 다른 지표 없이 대상자와 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만으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얼마나 가까이 앉았는가. 어떤 언어들이 오갔는가. 서로의 눈을 몇 번 마주쳤는가. 서로의 신체적 거리가 어느 정도가 가까워졌는가.


나는 극성맞다고 부모님이 미리 주의를 요한다고 말하며 맡긴 남자친구의 손을 꼬옥 잡고 눈을 본 적이 있습니다. 더없이 꼭 안아주고 더 자주 다정하게 어깨를 안아주고 더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그 아이는 도서관에서만큼은 항상 나에게 그만큼의 거리로 다정했습니다.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을 읽고 나는 그런 나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대상을 감각하고 연결되고 싶어합니다. 아름다운 닥방은 그런 존재에 대한 감각과 연결에 핵심이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감각하고 연결되면 서로가 진심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진짜 닥방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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