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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10. 2022

닥치고 방문하라 25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내일 익산에서 닥방 손님이 날 보러 서울까지 오실 예정이에요 10시30분까지 수서 역으로 차 끌고 모시러 나갈 생각. 오직 나와 함께 하루의 데이트를 하러 서울까지 오시는 귀한 손님. 닥방에 이런 사랑이 가득한 게, 요즘 트렌드래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생각해 보면 나도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 출간하고 처음으로 구매하고 인증해주신 독자님들 만나러 가뵙는 이벤트를 했었는데 그때 목포까지 갔더라니까요. 나는 그럴 수 있다 치고 아하, 어쨌던 오직 나를 만나러 익산에서 오는 닥방 손님. 다정한 방문객! 

덕분에 나는 <늦은밤 11시의 달> 라방 12회차를 마치고 2시간 가량 은행 계좌 들여다 보고 원천세 누락분 정리해서 세무사님께 보낼 자료 만들어 놓고요. <늦은밤 11시의 달> 라방 10회차에 선물 드리겠다고 약속한 10명의 인친님께 드릴 마티스 티켓 택배 라벨지 작업해서 붙여서 문밖에 내어다 놓고요. 내일 오전부터 집을 비울 예정이라 아이들 먹을 찌게와 밑반찬 챙겨 놓고요. 밀린 빨래 세탁기 돌려 놓고요. 이렇게 주부 생활 다 마치니까 새벽 3시예요. 잠들기 전에 브런치 25화를 쓰는 중입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종일 다정한 방문객, 닥방 손님과 함께 이루리북스에 갔다가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다도 떨고 바쁠 예정이거든요. 아마 거의 나의 정신이 아닌 상태로 하루 일과를 보고 돌아오면 벌려놓은 스타트업 본격 IR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요. 아하! 그 틈틈이 2월 출간 예정인 작가님 계약서와 이달부터 연재할 브런치 만화 작성해줄 작가님 계약서와 송금도 완료해야 하고. <늦은밤 11시의 달> 라방도 해야 오늘이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워낙 꼼꼼하지가 않는 나의 일상이 이렇게 아주 분단위, 초단위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나의 일과를 지켜 보고 DJ씨는 시간 분배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그래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꼭 매일 라이브를 왜 해야 하며 브런치 글은 왜 쓰고 있으며, 이 와중에 닥방 손님은 꼭 만나야 하냐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요. 여러분은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를 못하는 욕심쟁이 우후후, 이달이지만. 그런 중에도 내일 일정 중에 절대 바꿀 수 없는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익산에서 올라오시는 닥방 손님을 꼽을 겁니다. 왜냐고요? 첫번째는 그것이 나의 닥방이 아니고 그녀의 닥방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모든 일들은 미루면 되는 일들이에요. 나의 기준으로는요. IR 자료는 밤샘해서 쓸 수 있고 작가님들께 송금은 나의 닥방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오는 길에 할 수도 있고 <늦은밤 11시의 달>을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모두 집에서 나를 대체하실 수 있겠지만 '날 보러 오시는 다정한 방문객'의 기차표는 바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닥방은 나의 닥방만 소중한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내게는 나를 닥방하러 오시는 분이 일순위라는 점. 자신의 생을 기꺼이 하루 내어, 나와 숨을 나누자고 먼길을 달려오는 그런 닥방인걸요. 나의 인생과 그의 인생이 만나 나 시공을 함께하는 소중한 일인걸요.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혹시 알아요. 이번 닥방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일의 시작점이 될지 말이에요. 


모든 닥방이 그렇겠지만, 나는 지금 다가오는 오전 10시30분을 황홀한 심경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그가 오시는 길이 모두 안녕하고 나의 앞에, 무사히 오시라 기도하며 이제 단잠에 듭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이런 멋진 닥방의 때가 있으시길요.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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