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이 중독성!
브런치의 구조는 참으로 중독성이 있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쭉 올라가는 조회 상승 그래프를 보니까, 바로 노트북 앞에 앉게 되네요. 사실 내가 그닥 '엉덩이 힘'이 있는 쪽은 아니거든요. '가벼운 엉덩이로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캐릭터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이렇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일을 하다니! 브런치에 감사를 전해요.
오늘 아침 노트북 앞에 앉아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브런치 글의 제목을 바꾼 일입니다. 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글을 쓸 때 퇴고를 많이 거치는 편입니다. 아, 지금 이 글의 대부분은 퇴고 없이 쓰고 있습니다만. 이 순간에 중요한 포인트는 바쁜 중에도 1일 2브런치 연재로 속도를 내며 '우리는 달려야해, 말 달리자'의 속도를 내야 한다고 것. 덕분에 며칠 만에 26화를 올리고 있기도 하고요.
나는 생각을 미루는 편은 아니기에, 지인 H박사에게 받은 조언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Go!
-브런치 연재의 핵심은 제목이야. 제목에 따라 구독수가 달라지더라고.
그래서 결과를 고민하지 않고 바꿔 보았어요. 애초에 바로 알아듣게 직설적인 제목을 쓰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나, 나의 시작점이 아무래도 어린이책 기획자 앤드 어린이책 작가이다 보니 솔직하고 까발리는 제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우리 집 둘째가 내 글의 제목을 보고 '오, 엄마 실망이에요! 세상에, 닥치고가 뭐예요. 좋은 말만 쓰라고 하시더니' 이러고 갈 정도.
사람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이책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머뭇'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조언을 듣고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닥방스타일이 아닙니다. 좋은 문으로 안내를 받았고 그 앞에 서 있는데, '오, 아직 좀 그래. 내일 들어가 봐야겠어.' 이러고 머뭇거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냉큼 전체 원고의 제목을 수정해 버립니다.
일을 하다 보면 내용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제목만 바꿨을 뿐인데, 몹시 선명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제목이 다'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제목이 다 말해서 읽어 보면 정작 속이 없다. 부실하다. 이런 뜻이죠. 그런데요 그렇게 속도 없는데 책을 사들게 만드는 제목이 있다면 엄청난 성공이 아닐까요? 제목과 표지로 이미 자기 몫을 다한 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이쿠처럼 굳이 많은 말이 필요없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은 '속도 없이 제목만 근사하게 걸어라'는 아닙니다.
어떤 일에 대한 정의나 풀이를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그 일을 어떻게 명칭하느냐에 따라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26화까지 진행하면서도 댓글들을 보면 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댓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이 글을 찾아들어오기 위해 닥방을 찾아보거나 닥방이 뭐냐고 물어오기도 하고요. 다시 한번. 닥방은 '닥치고 방문'이란 뜻으로 영업자들 사이에서 영업 대상을 찾기 위해 무조건, 닥치는대로 방문을 한다는 뜻입니다. 무작위 방문, 혹은 망설이지 않고 방문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모두 뜻해요. 물론 나는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닥치고 방문턱을 넘다'라는 의미로 '왜 기다려야 하나요?'라는 부제를 달아서 심화했어요. 그러니까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왜 기다리고 머뭇거리느냐. 닥치고 방문턱을 넘어 당신을 성장시키라. 글을 방향을 이쪽으로 발전시키면 어느 순간에 사람들은 무조건 방문하는 영업 방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오늘, 제목을 싹 뒤엎어 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왜 기다려야 하나요?'가 아니어도 좋겠다는 판단에서요. 아, H박사님의 조언이 가장 힘이 됐어요. 고마워요. H박사님!
이제, 출판사의 주문 넣고 행복해지기 위해, 닥방을 맞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