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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18. 2022

당신이 가진, 당신이 가볍게 여긴  

우리들의 자원에 관해  

"제가요?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고요?"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칭찬을 흔히 하는 편이 아니에요. 가능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따뜻하게 말을 하긴 하지만, 어떤 가능성이나 탁월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고 특히 그것이 개인의 자질에 관한 경우는 더 입 열기를 아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서운하다고 말하는 지인이 대부분이죠. 

그러니까 만약 내가 당신의 어떤 면을 칭찬한다면 그건 정말 그 부분에 어떤 가능성에 확신이 들어서가 분명해요. 그리고 그 확신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감각되는 지점일 때가 많다는 것도 일러둘게요. 그러니까 남들도 흔히 알아볼 만한 거라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들었을 테니까요. 

만약 이미 충분히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만한 사람에게 내 시간을 들여 당신의 탁월함을 내가 칭찬하고 있다면 아마도 나는 당신이 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일 거예요. 모두에게는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도 쓰지 않은 상태로 오래 있으면 그 빛나는 순간을 살릴 시간이 줄어들고 끝내는 사그라들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가 만나고 내 삶의 긴 시간을 툭 내어줍니다. 당신은 그런 나를 자주 봤을 가능성이 있어요. 당신 앞에서 영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나를요. 그건 당신의 가능성이 가진 능력이 사그라들어 없어지기 전에 빛나게 만들어야겠다는 나의 기획자적 본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보세요. 왜 친구도 아닌 당신에게 나의 시간을 쓸까요? 날 오지랖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에요. 나에게는 아이가 셋이나 있고 머리 속에는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처럼 많거든요. 그리고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3시간 동안만 해도 원고지 300매 원고를 검토하고 디자이너에게 넘길 준비를 해야 하고 법인설립 관련 서류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택배를 20개나 발송하고 그 사이에 아이들 먹을 반찬을 준비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부엌 바닥을 닦고 급한 일을 마친 시원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이 글을 써요. 그런데 왜 당신은 그렇게 소중한 나의 시간을 들여 당신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나의 말에, 

"그 정도는 아니에요."

라고 말할까요? 왜 이 사람이 나에게 이 시간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까요? 당신은 자신의 그 능력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게 될지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보다 훨씬 문장력이 부족한 누군가의 글을 오래 다듬었고 당신보다 훨씬 그림이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이 그려온 그림을 손질하여 책에 실어온, 그래서 그 시간이 참으로 아깝다고 느꼈으며 독자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 

그것은 때로 쓰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말하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판을 짜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사람을 다스리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가르치는 능력이었고 그것은 때로 판매하는 능력이었어요. 

저 밑바닥부터 일하면서 수없이 만난 사람들을 탐구하며 이론서가 아니라 감각으로 알아버린 나의 말을 좀 믿어보는 거 어때요? 당신이 인생의 남은 시간을 쏟을만 하니까, 누군가 자신의 삶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당신의 삶이 유한하듯이 나의 삶도 유한한데, 나의 100년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 내가 차값까지 지불하며 당신에게 말하고 있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나와의 상담에 돈을 지불하라고 하나요? 

왜 스스로가 가진 자신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려운가요? 그래서 나는 수없이 보여주고 있잖아요. 나처럼 타고난 재주가 없는 사람들도 너무도 쉽게 나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인스타라이브 300방을 하겠노라 하고 실천하기도 하고 예닐곱 살부터 지금까지 닥방을 거듭거듭하고 궁금한 게 생기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파고 있잖아요. 100여 집의 책장을 보러 가고 100여 명의 사춘기 엄마들에게 커피를 사주며 만나러 다니고. 내 돈을 들여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내 시간을 들여 당신을 만나고 있잖아요. 

굳이 누군가 자신의 삶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당신을 칭찬하는 일을 가벼이 넘기지 마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잠시만이라도 거울을 한번 들여다 보고 내가 이룬 작업들을 거듭 다시 보세요. 당신에 대한 지적은 쉬워도 칭찬이 쉬운 시대가 아니라는 걸 한번 만 생각해요. 특히 상대가 당신에게 당장 팔아치울 게 없다면 말이에요. 무언가를 팔려는 목적이 아니고 순수하게 시간을 낸 어떤 사람이 칭찬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마음이 흔들려도 좋아요. 

"아, 나에게 그런 면이 보여요?"

그렇게 시작하면 아주 조금 빠르게 당신의 어떤 가능성이 발아를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면 우리의 대화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지해 질 거예요. 

"내가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그래요. 이제부터 우리 당신의 가능성이 싹트는 이야기를 해봐요. 그러면 나의 소중한 시간이 의미 있어지고 당신의 남은 인생에서 당신의 빛나는 면이 성장하는 모습을 내가 볼 거고 세상이 당신의 탁월한 면으로 조금 더 따뜻해질 거예요. 물론 당신이 두려워하는 지점이 있겠죠. 당신의 빛나는 면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지금 누리고 있는 안정된 삶을 잃을까봐. 그게 당신의 걱정이라면 그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가 필요해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빛나는 면으로 스타가 되는 게 두려운 건가요? 당신의 빛나는 면이 어느 정도 세상에 드러나길 바라는 건가요? 그걸 건드리는 순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나요? 세상이 송두리째 바뀌나요? 아, 그렇다면 내가 본 당신의 능력은 이미 완성된 거였던 것일지도 몰라요. 아니라면 이제 균형을 이루며 나를 성장시키는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텐데요. 굳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또는 

"제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요?"

모르는척 하거나 쓸데없이 겸손하지는 말자고요. 당신이 스스로에게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이요. 이미 충분히 알고 두려워 하는 쪽이라면 그 점에 솔직해 보면 어때요? 

당신이 가진, 당신이 가볍게 여긴 당신의 자원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거.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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