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날이 차고 술이 달아요
오해라는 것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순간에 등장하지 않나. 대부분의 오해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고 그것은 어쩌면 상호 간의 신뢰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가끔은 너무나 큰 애정을 가지고도 오해로 인해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서로의 입장을 다 보여주니까 시청자들은 그 모두를 이해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자의 입장은 자신만 알고 있으니 그저 서로 추측할 뿐 아무도 그 답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가끔은 서로를 너무 배려해서, 상대는 제발 덜 상처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숨기고 거르고 하다가 결국은 솔직한 진짜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에라이. 그게 대체 무슨 사랑인가. 아무리 '당신을 위해서'라고 포장한다 한들,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해서'가 아닌가. 내가 덜 상처 받기 위해서. 겉으로는 상대를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덜 상처 받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허울 좋은 거짓을 말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상처 받지 않겠다고 버둥대다 보면 오히려 그 상처는 다 내 것으로 돌아온다.
관계에서 배려는 무엇인가. 아마 상호 간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자연스레 그것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배려' 자체가 무척 어려워지기도 한다. 상대의 마음은 그쪽에서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기가 어려우니. 우리는 그 누구도 독심술사는 아니니까. 나는 상대가 원한다고 생각해서, 혹은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였으나 상대는 전혀 아닌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으니 아마도 그렇게 오해는 생기는 것이겠지. (그러니 지금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여, 제발 솔직하게 말해라.)
날이 차고 술은 달다. 드라마처럼 모든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직접 전하지 못하는, 풀리지 않는 오해들을 풀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사람이 진심으로 솔직하기란 왜 이다지도 어려운 것일까.
정리되지 않은 날 것의 글이기에 '이 글을 발행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였으나, 가끔은 이런 날 것의 글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순간 정리된 모습만 보여주는 상대와는 가까워지기가 참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글을 짧게 쓰는 것에 성공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