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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이룸oi Nov 28. 2020

03 임신한 것을 후회했어요.

적극 출산, 육아 권장하는 이야기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었고, 입덧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보통 친정 엄마의 입덧 증상을 따라간다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예외도 있는 모양이예요.

7주차부터 시작된 입덧은 남들 다 끝난다는 16주차까지도 아니고 거의 20주차까지 계속 되었어요.

입덧을 하는 동안은 24시간 파도가 큰 배에 타고서 계속 멀미를 하는 기분이라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입덧을 주로 밤, 새벽 시간부터 아침까지 하다 보니 잠도 잘 못 자서 입에 물집까지 생기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입덧이 영어로 Monring Sickness인데 저에겐 Morning + Night Sickness로 느껴졌었어요.


제가 상상했던 임신 생활과는 너무 다른 양상이라 입덧 기간 동안은 임신을 결심하고 고민한 기간이 무색할만큼 임신한 사실이 후회가 되기도 했어요. 물론, 지금 아기를 만나고 키우는 입장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지만, 입덧 자체만 놓고 본다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참 힘겨운 시간들이었어요.


뱃 속의 아이를 위해 태교도 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싶었지만 태교는커녕 하루 하루 버텨내기를 20주. 지옥같은 입덧의 시기가 끝나고 조금은 늦게 찾아온 임신 중기. 드디어, 하고(?) 싶었던 태교들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가야금 레슨 받기, 컬러링 북 색칠하기, 클래식 음악 듣기, 배넷저고리 만들기 등 입덧이 사라지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중기라고는 하지만 배도 많이 안 나와서 활동하기도 힘들지 않고 이대로만 유지가 된다면 참 행복한 임신 생활을 보낼 거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어요. 얼마나 행복했던지 불과 몇 주 전의 고통인 입덧까지도 싹 다 잊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임신 중기의 기간은 왜 이렇게 짧고 금방 지나갔던지요.

배가 슬슬 불러오고 살도 찌면서 손, 발이 땡땡 붓기 시작했습어요. 저는 엎드려 자는 자세를 참 좋아했는데 배가 나오고 나니 엎드려 자기는커녕 옆으로 자는 것도 버거워졌어요. 이 때부터 또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무거운 짐 드는 것도 조심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빨리 피로해지고 지쳐서 원하는 만큼 활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어요. 또한 괄약근의 힘도 제 스스로 조절할 수 없어진 건지 방귀조차도 뀌고 싶을 때 뀔 수 없게 되었단 사실은 얼마나 무력감을 주던지요. 무력감 뿐만 아니라 배 속의 가스가 가득찬 답답함은 경험해 보지 않을면 절대 알 수 없을 거예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위기까지 다가와서 꿈꿔왔던 태교 여행까지도 갈 수 없게 되었어요. 공원 산책은커녕 집에만 박혀 있다 보니 사람이 피폐해지는 건 참 순식간이라고 느껴졌어요.


입덧과 씨름해야 했고, 절대 이길 수 없는 감정 기복 호르몬에 좌절했고, 방귀 끼는 것조차 맘대로 하기 힘들었던 상상하던 것과는 참 많이 다른 임신 열 달이 그렇게 지나갔어요. 그리고 임신 열 달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출산을 겪으면서 깨달았어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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