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면 방학 동안 꾸준히 해 온 취미 같은 일들을 모아서 발표하는 '꿈끼 발표회'라는 시간이 있다. 방학 계획에 세워진 목표대로 실천된 결과물을 반 친구와 선생님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방학 동안 계획과는 다르게 (미술 학원에서) 그린 그림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면서 타이틀에 생활계획표를 넣더니 요런다. "진짜 하나도 안 지켰네? 맨날 1시에 자고, 10시에 일어나고, 그림은 하나도 안 그리고 운동도 안 했고, 이것도 저것도 안 했고..." 내가 영상 타이틀에 '하나도 안 지킨' 생활계획표라고 넣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더니 고롷게는 못하시겠단다. 아직 생활계획표를 하나도 지키지 않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꾸준히...'라는 족쇄
그 '꾸준히'라는 족쇄에 걸려 방학 끝날 한없이 헤매고 있는 나와 대비되는 용가 남매의 쿨하고 뒤끝 없이 해맑은 느긋함이 더욱 나를 열 받게 하고 있다.
개학하면 또 엄마 없이 집에서 스스로 수업 듣고, 과제 챙기고, 학원 다니며 고군분투해야 할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이번 학기도 힘을 내자!!!'
이렇게 말해주어야 하는데 방학 끝 스트레스는 내가 가장 심한 관계로 아이들을 닦달하다 못해 들들 볶는 못된 엄마가 되고 만다. 깐이는 약분이 어려워 세상살이 고됨을 깨닫고 나는 생애를 걸쳐 끝나지 않는 개학 스트레스에 세상살이의 고됨을 깨닫는다. 너는 세상 살기가 힘드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