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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Jun 30. 2021

오늘, 살아보기

일상이 행복하지 않은 모두와 오늘을 살지 못하는 모두를 위해


I. 살아봐야겠다.


산업화와 자본주의, 그리고 능력주의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오늘을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오늘을 사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삶과 같은 뜻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언젠가 올 지 모르는 먼 훗날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살아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일상을 목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3년 후에, 5년 후에, 10년 후에…

오늘은 미래를 위한 수단일 뿐이고, 일상은 성공을 위한 도구일 뿐.


우리는 어느덧 오늘을 사는 법을 잊고 말았다.

오늘을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은 사라지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만 남겨졌다.


행복은 미래가 되어버렸고, 오늘에는 견딤과 고통만이 남겨졌다.

아무도 오늘을 살아봐야겠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명 오늘도 과거 언젠가의 미래였고,

오늘도 나의 삶의 한 부분임에도,

오늘을 살겠다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오늘을 한 번 살아봐야겠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는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는 게 문제였다.
그 무엇보다도 조나단은 날으는 것을 사랑했다.

- <갈매기의 꿈> 중




II. 삶은 ‘빼기’처럼


행복을 찾는 건 먹고살만한 여유 있는 자들의 배부른 소리라 했다.

고단한 삶에서 행복은 사치일 뿐…


물론 네가 하고 싶은 비행술을 익히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창공을 비행하는 것만으로는 먹고살 수가 없잖아….
네가 날으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지?

- <갈매기의 꿈> 중 조나단에게 아버지가



행복을 찾는 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삶의 고단함이 가득 찬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여유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빽빽하게 들어찬 일상에서 어느 한 귀퉁이를 빼내고

그 자리에 행복을 찾는 여유를 집어넣는 것이다.


일상을 살면서 여유를 더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위해서 여유를 넣을 수 있는 자리를 빼라는 것이다.


음악을 들어도 좋고,

뛰어도 좋다.

산책도 좋고,

멍하니 밖을 보아도 좋다.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려면

삶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내일로 삶이 끝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의 삶을 반복하며 내일을 맞이할 자신이 있는가?

오늘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선택적으로 살아가는 옵션이 아닌,

내 삶의 메인이다.




III. 일상, 그 평범함, 그 비범함


일상이 목표인 사람을 만났다.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일상을 살아간다는 당연함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왜 행복하지 않느냐며,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 수백수천 가지를 나열할 수 있었다.

나에게 행복은 먼 훗날 언젠가 잡을지도 모르는 파랑새 같은 존재였던 것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그는 책 한 권을 읽으며, 행복을 느꼈지만

미래를 살아가는 나는 책 한 권을 읽으며, 성취를 동경했고


일상을 살아가는 그는 커피를 마시며, 향과 목 넘김을 느꼈지만

미래를 살아가는 나는 커피를 마시며, 졸음을 쫓을 뿐이었다.


오늘은, 최소한 오늘만은,

오늘을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조금 더 행복했다.

내일은 내일을 살아야겠다.


누군가 먹고사는 건 어쩌냐고 묻는다면,

먹고사는 건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건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니…

다만, 먹고사는 게 아닌 그 너머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으며,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제외한 또 다른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또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 <갈매기의 꿈> 중 갈매기들이 조나단을 내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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