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개미의 세상살이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폐기되었습니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은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2017년에는 도로에서 실제 테스트까지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지지부진 하더니 결국 2024년 2월 27일 결국 공식적으로 프로젝트를 폐기한다고 발표합니다.
애플은 아마 자신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난 수십년간 혁신으로 장애물을 극복해 왔기 때문입니다.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시작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뜬금없이 납작한 아이팟 같이 생긴 아이폰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며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기존 강자들의 이름을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에어팟이라는 무선 이어폰이 나옵니다. 우스운 모양새다, 과하게 비싸다, 한 쪽만 잃어버리면 어떻하나 등등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비난과 조롱이 뒤따랐습니다. (물론 이들의 혁신을 칭찬하는 기사도 많았습니다.)
핸드폰을 사면 번들이어폰을 끼워주던 세상에 십몇만원하는 에어팟은 가당치도 않은 시도로 보였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이 있는 이어폰을 찾는게 더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다시 2014년으로 돌아가서 애플은 자신있었을 것입니다.
신생기업 테슬라도 하는 자동차 정도야 든든한 캐시카우와 수천,수억의 팬을 가진 브랜드, 세상 누구보다 자신했을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과 제작 아웃소싱까지...
기대한 것은 애플 뿐만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애플이 만든 전기차가 나오길 바랬던 것은 우리들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저런 혁신의 길을 걸어온 기업이 만든 자동차는 어떤 것일지 모두 궁금해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애플은 실패합니다.
애플이 실패하니 여기저기서 왜 실패했는지 기사가 쏟아지고, 자칭 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분석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적하는 그 많은 어려움들을 테슬라도 똑같이 겪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플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협력업체에 RE100을 요구하고 재활용된 소재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광고의 포인트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https://www.apple.com/kr/environment/
사실 이런 것들 때문에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장을 앞서가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움직이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들은 슬그머니 따라온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애플은 지난 세월 퍼스트무버로서의 역할에 익숙(?)해 졌을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퍼스트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로서 역할과 기능을 했어야 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장벽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우리는 생각의 장벽이 사라집니다.
지금의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틀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었던 그들에게 이미 레거시 자동차 기업과 테슬라가 구축해 둔 생각의 장벽이 그들을 가로 막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애플의 실패에 대해 뭔가 큰 일 날 것처럼 떠들어 대는 수많은 기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해 떠들어 대는 수많은 기사 중 몇년간의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무엇을 배웠을지 고민하는 기사는 없습니다.
이제 애플은 AI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AI도 비슷한 형국입니다. OpenAI를 필두로 Antropic, Google, Meta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사용자 경험에 자신이 있었던 애플이니 이번에도 자신감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런 것까지 한다고?"하는 경쟁자의 푸념이 나올정도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다시 한 번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되게 앞서 나가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퍼스트 무버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