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적인, 너무나 직장적인 17편
조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없었던 일처럼 사라졌다.
그 일이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그들'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긍이 되었고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누군가 그들을 지정한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절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업무와 다른 팀의 소속이었다.
단 하나도 중복되는 업무가 없었으나,
그들의 업무범위의 총합을 벗어나는 일도 없었다.
맥킨지가 주창했던 컨설팅의 핵심이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이었다.
우선 그들 네 명은 모두 독특했다.
보살이라 불리며 한없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부터
눈 씻고 보아도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일이 밀리지 않는 인간,
'악마를 보았다'의 실사판과 항상 찌푸린 얼굴로 시니컬한 인간까지.
도무지 어울리래야 어울릴 수 없는 군상들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그들이 온다.
넷 중 한 명으로 시작하지만 곧 네 명이 모두 모이게 된다.
외부인들은 알 수 없는 그들 간의 유대감이 있는 것 같다.
찌푸리고, 불평하지만 전화 한 통이면 모두 뭉쳐 머리를 맞댄다.
그렇게 모여 웅성거리다가 헤어진다.
그리고 그 문제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빠져 사라진 비행기와 배들처럼
다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존재감조차 사라지게 한다.
그들 네 명은 각각 실력으로 최상이었다.
눈 씻고 보아도 일을 하지 않는 그 인간은 바로 옆에서 보면 도무지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두고 본 후 알게 된 것은 다른 이들이 며칠에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을 몇 시간에 해치우는 것이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수십 기가에 해당되는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다녔고, 시니컬은 도대체 모르는 분야가 없을 정도였다. 보살 마인드는 온갖 잡다한 타인의 부탁을 모두 해결해 주고 있었다.
각각 최상의 실력으로 무장하고, 실력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그들이
머리를 맞댄다는 것도 재미있고, 그들끼리는 양보와 인정이 존재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그런 그들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들 네 명은 회사에서 눈엣가시였다.
보살 마인드는 매번 정리해고 때마다 이름이 거론된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그가 해를 끼치는 사람도 없고, 그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그는 매년 불안 불안하게 살고 있다.
일을 하지만 하지 않는 자는 매니저들의 적이다. 안 되는 건 안된다는 소리를 자연스럽고 대차게 하는 까닭이다. 없으면 조직의 한 귀퉁이를 포기해야 할 만큼의 존재감이라 어찌할 수 없어 눈꼴 시리나 놔두는 느낌이다. 덕분에 모든 진급 누락과 낮은 평가는 그의 몫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회사에 붙어 있는 적이 없다. 항상 어디론가 팔려간다. 그는 모든 현장에 존재했고, 거기서 모든 해결책을 가진 존재였다. 그 역시 불안하게 붙어있기는 마찬가지다.
시니컬은 그나마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넷 중 그나마 나은 처우이지만 동기들에 비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없고, 항상 난이도 최상급의 일만 주어진다.
도대체 왜 이 조직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는 네 명이 만드는 시너지는 언젠가 풀어보고 싶은 미스터리이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이해하지 못할 질문이 쏟아졌다.
매니저들은 폭탄을 안기 싫어 날이면 날마다 회의를 열어 폭탄 돌리기에 열중했다.
연휴가 임박해오자 연휴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매니저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폭탄을 버뮤다 사각지대에 던져 넣었다.
예상대로 연휴가 끝나고 연말이 올 때까지 아무 일이 없었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
그렇게 폭탄은 사라졌다.
매니저들은 그들에게 한 통의 메일로 결과를 통보받았고,
클라이언트는 그들 중 누군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만 알고 있다.
9. 돌아볼 것 없이 달릴 때, 일은 완벽하게 소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