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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Oct 21. 2020

당신이 자동차를 가져야 할 이유

어머~ 이 차는 꼭 사야 해! #1편

필요한 물건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
돈을 들인 만큼 효용을 높이면 된다.
그것이 소비의 본질이다.


지난 며칠간 친구가 원하는 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원하는 바는 뚜렷했다. 

내/외장 색상, 연식, 배기량 등등 정확하게 원하는 바가 있었고 그러한 차를 찾기 위해 거의 한 달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했던 차를 찾아 4시간을 달려 그 차를 인수했다. 월척을 낚아 올린 낚시꾼의 심정이 이러할까, 둘은 기분 좋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들뜬 마음으로 차를 낚아 올렸다.


그렇다. 차는 꼭 사야한다.




들떠있는 우리의 한 달간의 탐험기를 호기롭게 풀어내고 우쭐한 기분으로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비판의 돌맹이가 날아들었다. 비판의 요지는 차는 돈 먹는 하마이므로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소비품인데, 오래된 연식의, 대배기량의, 유지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이 선택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소시민인 우리에게 맞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었다. 날아든 비판의 돌맹이는 우리가 구입한 자동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소비재가 가진 속성 때문에 자산증식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이 날 모임에는 수많은 자동차에 대한 집착병을 겪는 환자들이 다수 있었던 관계로 비판의 돌맹이는 모래처럼 바스러져버렸지만 부서진 조각들은 내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어쩌다 보니 자동차 구입이나 변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첫 차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자동차 구입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자동차는 돈 먹는 하마이므로 가급적 구입하지 말라는 글은 넘쳐나니, 자동차를 좋아하는 ‘환자’ 입장에서 자동차 구입을 부추기는 나쁜(?) 글을 남겨보고 싶었다.


나의 소비에 대한 생각의 기준 “쓴(Spend) 만큼 쓰면(Use)된다.”이다.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100만 원 이상의 효용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1000만 원 이상의 효용을 만들면 헛된 소비는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는 구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구입 시 취등록세부터 운용기간 내내 유지해야 하는 보험료,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하는 자동차세,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연료비, 타이어, 케미컬, 소모품 등등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무형의 감가상각까지 사실 비용이 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라는 물건은 소비할 가치가 있고, 효용으로 비용을 압도할 수 있다.


다만 효용이라는 것은 개개인마다 얻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를 구입함에 있어 얻는 효용의 크기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여겨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무리해서 사는 자동차일지라도 자동차 구입으로 인한 비용보다 자존감을 높이는 효용이 크다면 잘못된 소비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러한 무리한 소비는 지속성이 떨어지고, 향후 자산증식에 걸림돌이 된다는 조언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넘어서는 효용을 선택한 것이라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굳이 처음부터 '보여주기 위한 자동차 구입'이라는 부정적인 예를 든 것은 자동차를 구입함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의 편리함과 신속성,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효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용은 경제 논리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이라면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소비되는 비용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대중교통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를 생성하는 재화이다. 같은 자동차로 수많은 문화 양태를 만들어내는 자동차는 정량적인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고급 시계를 구입하는 이유는 단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듯,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물건을 담기 위한 목적만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 듯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정량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가치도 함께 소유하겠다는 의미다.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단순히 자동차라는 기계뿐 아니라 나만의 공간과 달리는 재미, 뿌듯함, 운전에 관한 앎도 얻을 수 있다. 이들의 가치와 효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제성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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