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안 Dec 06. 2020

당신의 목숨 값은 얼마입니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어찌 되었건 이미 현실 세계를 장악한 듯 보인다. 어떠한 정책 방향을 정할 때, 다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정의로운 방향의 결정과 다수에게 효용(Utility)이 더 큰 결정 사이에서 대부분의 경우 다수의 효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안타깝게도 정치는 대중의 인기를 지지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의롭더라도 다수에게 불이익이 가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업도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여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고 나의 이익도 극대화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경제성 평가' 혹은 '경제성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업이나 의사결정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타깝게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이러한 분석 속에는 '정의(Justice)'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정량적으로 산출될 수 없는 정성적인 가치는 경제성 평가 내에서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출처: https://historycollection.com/ten-historical-automotive-scandals-continue-affect-industry/>


1971년 출시된 포드(Ford) 사의 핀토는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이다.

출시된 해에만 무려 35만 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며, 1974년도에는 무려 54만 대를 판매하여 정점을 찍었다. 단종된 1980년까지 317만 대를 판매한 미국 컴팩트카의 대표작이었다.


하지만 핀토는 자동차 역사상 손가락에 꼽힐만한 흑역사를 장식한 차인데, 설계상 연료탱크가 리어액슬(뒷바퀴 차축)과 리어범퍼(뒷범퍼)사이에 설치되어 있어 후방 추돌 시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물론 포드 엔지니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후방 충돌 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변경도 고려했었으나, 변경된 설계도 확실한 솔루션이 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충돌시험 결과가 자동차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되었다.


<출처: https://historycollection.com/ten-historical-automotive-scandals-continue-affect-industry/>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였다.

1977년 기준으로 약 500~900명이 핀토의 연료탱크 결함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1977 년 8 월 10 일, Ralph Nader와 Mark Dowie는 기자 회견을 열어 1977 년 이전 연식의 핀토는 잘못된 설계로 인해 사망과 부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대중에게 알렸다. 


대중들의 분노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포드의 경제성 분석으로 더욱 불타올랐다.

1973 년에 포드의 환경 및 안전 엔지니어링 부서는 미국 교통안전국(NHTSA)의 새로운 연료 시스템 규제 제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경제성 분석을 하였는데, 포드가 파악한 바로는 연료탱크를 수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대당 $11로 총 $137,500,000가 소요되는 반면 수정을 하지 않을 경우 180명의 사망자와 18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계산한 결과 그 비용은 $49,500,000로 수정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었다. 한 사람의 목숨 값은 $200,000, 다친 사람의 고통은 $67,000이었다. (이것은 미국 교통안전국(NHTSA)에서 정한 1972년 기준이었다.)


핀토는 이후 끊임없이 소송에 시달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1978년 2월에 판결이 내려진 Grimshaw 판결을 들 수 있다. 1972년 핀토가 후방 추돌로 인해 연료탱크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운전을 하던 Lily Gray는 사망, 당시 13세였던 Richard Grimshaw는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다. 이에 대한 판결로 배심원단은 포드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과 피해자 보상으로 총 $127,800,000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판사는 이후 징벌적 배상액을 $3,500,000로 낮춰졌다.)



오늘도 수많은 사안들의 경제성을 분석의 결론을 기반으로 가장 효용이 높은 안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것이 입안될 정책일 수도 있고, 회사의 사업 방향일 수도 있다.

그 경제석 분석이라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얼마로 평가되고 있는가?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얻어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가?


징벌적 배상이 가능한 영미권에서도 비용과 편익과의 다툼에서 인간의 목숨은 한없이 가벼웠다.

인간의 목숨이 가벼이 평가받을 때 우리도 함께 위협받는다. 

하나 묻겠다. 당신의 목숨 값은 얼마인가?



당신의 목숨 값이 얼마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얼마면 당신의 두 눈을 내어 놓을 수 있겠는가?

두 팔 혹은 두 다리를 모두 내놓으려면 얼마를 받아야 하겠는가?


답은 스스로 찾아보길 바란다.

확실한 것은 내가 그랬듯이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그 정도의 보상으로 두 눈 혹은 두 팔이나 두 다리를 내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민한 이슈들 틈바구니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제성 평가에서 인간의 목숨 값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숫자들 사이의 인간 목숨은 하찮은 숫자일 뿐이었고, 경제적이라는 논리에 인간의 존엄은 무너졌다.


인간다움을 좇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