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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Dec 07. 2020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내가 공리주의와는 무관한 추상적 권리를 주장해 남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나는 공리가 궁극적으로 모든 윤리적 질문에 호소력을 갖는다고 본다. 그러나 이때의 공리는 넓은 의미의 공리 라야 하고, 진보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영원히 이익을 줄 수 있는 공리 라야 한다. - 존 스튜어트 밀


자동차로 속도를 즐기는 사람에게 규정속도는 항상 불꽃 튀는 논쟁을 불러오는 주제이다. 한쪽은 운전자 본인들의 책임 아래 속도 제한 없이 달리게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다른 한쪽은 현재 보다 더욱 엄격한 규정속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자는 표지판이나 교통신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도로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운전자들이 영향이 크기 때문에 속도를 규제하기보다 운전을 하기 전 보다 철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고, 일단 도로에 나오면 운전자의 책임 아래에 자유롭게 운전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후자는 미숙한 운전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으므로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하여 다수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4∼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모두 3천561건으로 983명이 사망했다. 연도별 사망자는 2014년 180명, 2015년 166명, 2016년 194명, 2017년 206명, 2018년 237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2020년 2월 2일 기사 "위험천만 과속운전 '사망률 30%' 달해… 강원경찰, 2월 특별단속")


과거 미국에서는 1974년 석유파동의 여파로 원유값이 치솟자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제한속도를 55 mile/hr (약 88.5km/hr)로 내린 적이 있다.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제한 속도를 낮추었더니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후 1980년이 되자 대부분의 주에서 제한속도를 65 mile/hr(약 104.6km/hr)로 상향 조정하였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증가했다.


규정속도를 높이면 운전자의 숙련도에 따라 이동시간 단축, 때에 따라 원활한 교통흐름으로 인한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규정속도를 상향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에 따른 위험의 증가 또한 높아지게 된다. 이익과 편의를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안전을 포기해야 한다면 우리는 달릴 수 있는 자유와 생명과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한 억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재산을 이용해 현재를 즐기고 말년을 어렵게 살기로 결정했다면 대체 무슨 권리로 그의 결정을 막겠는가? - 밀터 프리더먼, 자본주의와 자유


이제 조금 더 민감한 주제로 옮겨보자.

밀턴 프리드먼은 현대 영미 경제학에서 통화를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강조하는 통화주의를 창시한 통화주의의 아버지로 한때 시카고학파를 이끈 거두이며,  1976년에 소비분석, 통화의 이론과 역사 그리고 안정화 정책의 복잡성에 관한 논증 등의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다.


그는  '흔들림 없는 자유주의자', '자유경쟁체제의 굳건한 옹호자', '통화주의의 대부', '작은 정부론의 기수', '반(反) 케인즈 학파의 창시자' 등의 별명으로 정부의 개입보다 자유로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이 글은 밀터 프리더만의 '보수적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옹호'를 평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처음 그의 글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가난함을 선택하는 것도 개개인의 자유인데, 왜 사회보장제도로 가난하게 되고자 하는 자유를 침해하느냐의 그의 도발적인 글에 사고의 벽이 깨어졌다. 최저임금제도, 국민연금 등 현재 우리가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둔 울타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유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을 펼친다. 일손이 부족하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서라도 종업원을 채용할 것이며, 일손이 남게 되면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으므로 최저 임금으로 공급과 수요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지이다.


주위의 '자유 시장 신봉자'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였을 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업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까지 나아가게 되면 돌연 반발감을 드러내며 프리더먼이 지나치게 나아갔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 자유 시장이라면 직업과 관련해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의무 또한 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다. 미용사 면허가 없더라도 머리를 더 잘 깎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옳은 것이 되고, 의사 면허가 없더라도 더 싼 가격에 맹장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이 되면 누구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군을 선택할 것이고, 그 중에서 실력있고,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이들은 이익을 취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도태되어 자연스럽게 시장의 균형이 형성될 것이다. 금전적인 위험과 신체적인 위험의 경중은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고 이 모두를 자유시장에 맡기자는 의견까지 나오면 많은 이들이 (특히 면허로 독점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 지나친 자유는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자유로워야 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확장되어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까지 침범하면 더 할 수 없을 만큼 분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슬프게도 많은 이들은 진정한 자유로움을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타인을 짓밟을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은 타인으로부터 침범당하지 않을 만큼의 자유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진정하고 한없는 자유로움을 꿈꾸는 이들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끝없이 울타리를 치는 이들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나, 자신의 자유만 보장받고자 하는 이들과는 조화롭게 살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이들은 '자유'라는 가치를 휘두르며 자신들의 무한한 탐욕을 억제하는 타인의 울타리를 부수면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를 세운다.


자유의 가치와 의미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 버린 세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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