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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Sep 10. 2021

구글 갑질 방지법의 의미

한 때 IT강국이었던 한국의 세계 최초의 모범 사례

작년 말부터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되는 개발사들이 사용자에게 유료 과금을 할 때 반드시 애플이나 구글에서 제공하는 결제 솔루션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이때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시행을 예고했다. 이후 모바일 업계와 정치권에서 연일 구글의 독주에 불만을 쏟아냈다. 사실 구글세 훨씬 이전에 애플은 구글보다 강력하게 애플세를 부과했다. 모든 앱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이렇게 결제하는 비용의 30%를 수수료로 부담을 시켰다. 그간 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로웠던 구글도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 시에는 앱 내에서 제공되는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고 이렇게 결제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할 계획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두 기업의 텃세에 앱 운영사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심정으로 이들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으로 기존의 요금 정책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그렇다보니 이에 대한 국내외의 모바일 개발사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전 세계의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와 법률 마련을 준비해왔다. 8월11일에는 미 상원에서 ’The open App market Act’라는 법안을 발의해 애플과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국회와 언론에서조차 미국 기업인 애플과 구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EU 역시 애플을 앱마켓 경쟁 방행 혐의로 기소하고 일본 등 각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 와중에 세계 최초로 한국 국회가 단순 발의를 넘어 8월31일 앱 마켓 플랫폼 기업 즉 구글이나 애플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법률안 일명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가결했다.  사실, 이들 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는 독점에 대한 해석차와 플랫폼 지배력의 남용 기준에 대한 모호함 등으로 인해 각국 정부에서는 말만 많았을 뿐 실제 법률 제정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 세계가 한국의 이같이 발빠른 시행에 박수를 보내고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트렌드를 리딩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구글과 애플이 모든 정부와 앱 개발사들에게 몰매를 맞는 이유는 이들의 모바일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자사 결제 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30%나 되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당 이익으로 가져가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발사들이 애플, 구글의 강제화된 결제 솔루션 외 다른 결제 솔루션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수수료만큼의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요금을 높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구글이나 애플의 이같은 소위 ‘디지털세’에 대한 입장은 서비스를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와 운영의 비용이 들어가는만큼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료가 아닌 대부분의 앱들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앱 개발사들이 별도의 비용 지불없이도 이들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구글과 애플이 이같은 플랫폼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은 애플의 디바이스 판매와 구글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이니 이 시스템 비용을 앱 개발사들에게 공짜로 퍼준다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간 플랫폼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들어가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호의적일 수 없는 이유는 수수료를 기업 규모에 따라 15%~30%로 차등화하고 수수료 지급 대상 영역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해주긴 했음에도 이같은 정책은 구글이나 애플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들이 이미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기본적인 앱 스토어가 되어 버린 구글 플레이를 버리고 다른 스토어를 이용할리 없고, 앱 사용 도중에 필요에 따라 즉각 결제를 하지 않고 우회경로인 웹 등을 통해 결제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리 없다. 즉, 구글 스토어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사용자들이 익숙해졌기에 구글의 인앱결제와 구글 스토어를 통한 서비스 제공 외의 옵션은 서비스 운영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보니 구글 스토어에 자리 잡은 서비스 운영사들은 구글의 정책을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애플과 구글의 디지털세 30%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강제 조항이다. 그런데, 이 30%는 과연 공정한 것일까? 왜 20%가 아닌 30%일까? 30%가 합당하다는 것은 ‘갑’의 위치에 있는 플랫폼 지배자가 정한 숫자이다. 이 숫자를 40%라고 하더라도 누가 이 비중이 높으니 줄여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30%가 높으니 줄여야 한다라고 말해도 그것을 플랫폼 지배자가 수용할리 만무하다. 결국 플랫폼을 지배한 지배자의 양심을 믿는 수 밖에 없다. 지배자가 욕심을 부리면 서비스 운영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보이콧하는 수 밖에 없다. 실제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운영사인 스포티파이는 2019년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이 애플의 뮤직 서비스와 자사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고 EU에 제소했다. 또한, 배틀로얄식 게임인 포트나이트의 운영사인 에픽게임즈는 2020년 8월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미국 연방 지방 법원에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가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30% 수수료에 반발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애플과 구글이 포트나이트를 퇴출시킴으로써 발발된 사건이다.


넷플릭스 역시 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30% 수수료에 대한 부담으로 스마트폰에서의 인앱 구독 서비스 제공은 종료하고 웹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넷플릭스는 정기 결제로 구독할 수 있는 모델이고 워낙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이같은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작은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지배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서비스 운영사들은 플랫폼 지배자들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한 갑질 정책에 제갈을 물렸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 국회의 법률 통과는 플랫폼 기업,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규제에 대한 세계적인 확산의 계기이자 선례가 될 것이다. 또한,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에 대한 당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숨통은 트이겠지만 애플과 구글의 입장에서는 그간 회사의 주력 수익원이었던 앱스토어 사업에 대한 투자 등에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한 다른 정책 대안을 모색하거나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10년 넘게 고도 성장한 앱스토어 시장의 축소와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변화의 기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최대의 수혜주로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정한 경영에 대해 규제라는 견제 장치가 작동되어 균형있고 공정한 기업 경영의 필요성을 대두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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