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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03. 2021

첫 강의. 23년 전의 그 추억

처음 강의하던 그때의 설레임과 긴장감

1998년 8월에 영진출판사 통해 출간했던 [PC조립 수리 쉽게 배우기]라는 책이 소위 대박을 터뜨렸었다. 교보문고를 포함한 대형 서점의 전부문 서적 중 베스트셀러 1위를 몇 주간이나 했으니 정말 대박이었다. 그렇게 컴퓨터 조립에 관심갖는 사람이 많았나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전국의 컴퓨터 AS, 수리 업체 그리고 용산의 조립상가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대부분의 조립PC 구매자들이 직접 컴퓨터를 수리하려고 책을 필요로 하다보니 그렇게 책이 많이 팔렸었나 보다. 어찌나 많이 나갔던지 지금 버는 수입보다 더 큰 돈을 벌었었다.


그 책 출간 후 며칠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화요일 저녁으로 기억하는데, 대뜸 KBS 인재개발원(수원에 있는)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강사인데 급히 내일부터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강사 말인즉슨, 5일간 합숙하며 진행하는 강연을 하고 있는 중인데 내가 집필한 책을 가지고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생들의 수준이 높아 급하게 책 집필한 분께 강연을 부탁하고자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 번도 강연이란 것은 해보지도 않은데다, 또 바로 내일부터 그것도 1~2시간 특강도 아닌 하루 7시간을 연이어 3일 내내 강연을 해야 하는 것이라.. 당연히 거절을 할 법도 한 데 무슨 마음으로 덜컥 내가 하겠다라고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렇게 내 첫 강연은 시작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26세.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을 때다.


수원이 어디인지조차 모를 때여서, 어머니께 부탁해서 바로 전화를 받고 그 날 강연장소를 찾아가보았다. 당시 반포에 살 던 때라 거리가 꽤 되었던 기억이 난다. 어둠컴컴한 밤에 수원 KBS 인재개발원을 찾아 강의장을 가보니 약 30석되는 좌석마다 조립 PC가 올려져있고 드라이버에 나사에 무슨 기계 공장 같은 분위기였다. 바로 이곳에서 다음날부터 강연을 시작해야 했다. 그것도 7시간 넘게 앞으로 3일이나..

그때 그 공간, 달라진 책상과 의자


그렇게 내 강의는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스파르타식으로 강사로서의 첫 강의를 한 셈이다.


그래서, 간혹 그때 처음 강의하던 날이 생각난다.

그 긴장감. 불안감 그리고 또 설레임.

매시간 50분 강연을 끝내고 강사 대기실로 와서 다음 강연은 어떻게 때워야 하나, 무엇을 50분 동안이나 말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벌떡거리는 가슴을 숨죽이며 눌렀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떨리던지 내 심장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고, 입술은 바짝바짝 말랐다.

이런 강사 대기실에서 다음 시간을 뭘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번뇌


그렇게 하루 강연을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머님도 혹여나 내가 큰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사람들 앞에서 쑥기도 없는 내가 잘 버티기나 했나 걱정을 하셨다는 말을 들으며 '오늘 하루 강연이 끝났구나' 하는 안도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강연장으로 향하면서 또 오늘은 어떻게 7시간을 때워야 할지 번뇌와 근심으로 당장이라도 못하겠다고 포기해야 하나 싶은 마음을 움켜잡았다.


그렇게 강연을 하다보니, 1~2시간 특강은 부담을 덜 가지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강단에 서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벌렁대는 심장, 갈 곳 잃은 시선, 마이크를 잡고 있는 손의 떨림, 긴장된 목소리... 그래서, 매번 강연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했었다. 그렇게 10년간 1000번 정도 강연을 하고 난 이후에야 이제 조금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강연을 하면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준비한 장표의 순서를 바꿔가며 청중의 눈빛과 호흡을 보면서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첫 강의에서 소위 빡세게 경험한 덕분이다.


그 KBS인재개발원의 그때 그 추억.

23년만에 다시 그때를 기억하며 그 강의장에 방문했었다.

그 장소와 강연장 여전했지만, 사람은 모두 바뀌었구나.


그렇게, 20년간 ICT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여러 주제의 강연을 해오면서 최근들어 기존의 웹, 모바일보다 더 큰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변화를 느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메티버스와 NF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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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 첫 책, 첫 강연 그리고 첫 직장은 그때는 무척 힘들고 어려웠고 그 어떤 스승도 없어서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곤욕을 치루었지만... 지나고 나니 그 덕분에 더 알차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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