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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02. 2021

내 첫 직장. 21년 전의 추억

당돌했던 그때 그 패기

내 첫 직장은 pcBee라는 컴퓨터 포탈 사이트를 운영하던 제이씨현의 자회사 이비커뮤니케이션이었다.

1996년부터 테크라이터, 강사로서 활동을 하면서 늘 마음에 걸리던 것은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한계와 배움에 대한 갈증이었다. 적어도 기업에서 직장인으로서 일을 해야 회사의 시스템, 동료들과의 협업 그리고 좀 더 큰 비전과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반드시 입사를 해서 직장 경험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닷컴,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젊은 인재들을 많이 필요로 했기에 입사의 기회는 많았다. 덕분에 용산에 자리 잡은 컴퓨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한마디로 온라인 컴퓨터 잡지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pcBee에 제안이 있었고, 그곳에서 첫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나름 돈도 많이 벌고 있었고 아직 직장, 기업에 대한 개념이 없던 무모함이 커서 근무 조건, 연봉과 보상에 대해서 지금으로 보면 황당한 제안을 갑에게 을이 했었다. 연봉을, 1억을 부른 것이다. ^^ 내 나이 28살. 아무런 경력도 없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겁대가리가 없었던 거지.


당연히 협상은 불발되었고.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유연근무제. 즉, 매일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주 3~4일 출근하는 것으로 하고 1/2 정도로 연봉을 줄이는 것으로 협의해 입사를 했다. 당시 닷컴버블과 함께 벤처기업들의 연봉이 전통기업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게 첫 직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큰 수확은 뛰어난 동료들(그 동료들 일부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며 함께 일하고 있다)과 사업 운영과 비즈니스 전략을 포함한 회사 시스템에 대한 깨달음이다.


직장 생활이 전무하다시피한 젊은 동료들과 일하다보니, 당연히 직장생활 속에서 회사의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한마디로 체계가 없어서.. 전혀 관리도 안되는 사업, 서비스 그리고 주먹구구식의 조직 운영으로 학교 동아리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보니 모든 것(회사의 운영 방침이나 조직 운영과 팀 구성 및 근무 규율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프로세스, 해야할 task 정의와 점검, 업무 보고 방식, 사업 계획과 BM 등..)을 그 어떤 참고 자료나 샘플 자료, 유경험자의 코칭없이 맨 땅에서 다 만들어가야했다.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어떤 회사에서든, 무슨 일이든 기존 관성과 고정관념없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이 쌓였던 것 같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이후 7곳이 넘는 직장을 스트레스없이 옮겨다니며 다양한 산업, 직무 경험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탈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 첫 직장에서의 배움 덕분이다. 세상 만사 공평하고 ZERO SUM이라, 처음이 힘들면 나중이 쉽고.. 처음이 쉬우면 나중이 어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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