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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07. 2021

25년을 해도 어려운 글쓰기

책은 마라톤, 블로그는 100m 달리기

지난 25년간 수 많은 매체에 글을 쓰는 작가이자 필자로서 살면서, 늘 글쓰는 것은 (내가 산고의 고통을 감히 알지 못하지만 그만큼) 애를 낳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피를 말리는 일이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책 쓰는 것은 매번 탈고를 한 이후 다시는 책을 안쓰겠다고 다짐하지만, 머릿 속 생각들을 비워내고 싶은 욕망에 무너져 다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곤 한다.


그간 52번이나 책을 쓰면서도 매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매번 책 쓸 때마다 힘들다. 그냥 힘든 것이 아니라 정말 토나올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난 책 쓰는 것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한 번도 42.195km를 달려본 적은 없지만 마라토너가 겪는 그 고통처럼 책쓰는 것은 기나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연속이다.


하지만, 2~3page 내외의 짧은 기고글(잡지나 사보 등)이나 블로그에 쓰는 1page 남짓되는 글은 책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100m 달리기 정도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진도도 안나가고 책쓰는게 어려울 때는 200page 넘는 책의 각 목차를 세분화하고, 2~3page로 조각을 내서 블로그에 글 쓴다 생각하고 100m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볍다. 그렇게 매일 아침 조깅하는 기분으로 달리기를 422번 가량 하다보면 책이 완성되니까..


그렇게 오늘도 가벼운 조깅을 한다. 브런치에도 그렇게 포스팅을 한다.


단, 책의 얼개를 염두에 두고 작게 세분화해서 글쓰기를 하지 않고 그냥 산발적으로 쓰고 싶은 글뭉치들을 쏟아내고 이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글뭉치들간에 연결이 잘 안되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는 스토리 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 쓰는 것이 낫지 아무런 연결 고리도 없고,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지지도 않는 글뭉치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글은 손이 아닌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는 익숙하지 않다. 매번 어렵다. 간혹 1시간 내내 앉아도 한 글자도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애꿎은 키보드를 탓하며 키보드를 바꾸거나, 조명을 바꾸거나, 장소를 바꾸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 바꿔가며 그분(신내림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키보드가 많다. 글쓰기 때문에..


글쓰기로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사안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논리 사고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책을 쓰다보면 전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fact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제언 등이 글-문장-문단-단락으로 모여져 책으로 완성된다. 각 문장들은 서로 간에 상호관계로 이어져야 하고, 문단과 문단이 연결되어야 하며, 단락을 구성하는 문단은 서로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 단락과 단락은 서로 위상 즉 Level이 맞는지, 단락간 순서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따져보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 구조적 사고 역량이 커져간다.

그것이 회사 업무를 보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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