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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을 해도 어려운 글쓰기

책은 마라톤, 블로그는 100m 달리기

by OOJOO

지난 25년간 수 많은 매체에 글을 쓰는 작가이자 필자로서 살면서, 늘 글쓰는 것은 (내가 산고의 고통을 감히 알지 못하지만 그만큼) 애를 낳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피를 말리는 일이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책 쓰는 것은 매번 탈고를 한 이후 다시는 책을 안쓰겠다고 다짐하지만, 머릿 속 생각들을 비워내고 싶은 욕망에 무너져 다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곤 한다.


그간 52번이나 책을 쓰면서도 매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매번 책 쓸 때마다 힘들다. 그냥 힘든 것이 아니라 정말 토나올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난 책 쓰는 것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한 번도 42.195km를 달려본 적은 없지만 마라토너가 겪는 그 고통처럼 책쓰는 것은 기나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연속이다.


하지만, 2~3page 내외의 짧은 기고글(잡지나 사보 등)이나 블로그에 쓰는 1page 남짓되는 글은 책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100m 달리기 정도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진도도 안나가고 책쓰는게 어려울 때는 200page 넘는 책의 각 목차를 세분화하고, 2~3page로 조각을 내서 블로그에 글 쓴다 생각하고 100m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볍다. 그렇게 매일 아침 조깅하는 기분으로 달리기를 422번 가량 하다보면 책이 완성되니까..


그렇게 오늘도 가벼운 조깅을 한다. 브런치에도 그렇게 포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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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책의 얼개를 염두에 두고 작게 세분화해서 글쓰기를 하지 않고 그냥 산발적으로 쓰고 싶은 글뭉치들을 쏟아내고 이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글뭉치들간에 연결이 잘 안되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는 스토리 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 쓰는 것이 낫지 아무런 연결 고리도 없고,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지지도 않는 글뭉치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글은 손이 아닌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는 익숙하지 않다. 매번 어렵다. 간혹 1시간 내내 앉아도 한 글자도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애꿎은 키보드를 탓하며 키보드를 바꾸거나, 조명을 바꾸거나, 장소를 바꾸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 바꿔가며 그분(신내림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키보드가 많다. 글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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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사안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논리 사고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책을 쓰다보면 전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fact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제언 등이 글-문장-문단-단락으로 모여져 책으로 완성된다. 각 문장들은 서로 간에 상호관계로 이어져야 하고, 문단과 문단이 연결되어야 하며, 단락을 구성하는 문단은 서로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 단락과 단락은 서로 위상 즉 Level이 맞는지, 단락간 순서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따져보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 구조적 사고 역량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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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회사 업무를 보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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