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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08. 2021

1000번을 하고서야 편해진 강연

쓰는 것과 다른 말하기

글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글이야 혼자하는 것이지만 말은 상대가 있다. 글은 수정 삭제가 자유롭지만 말은 주어담기가 어렵다. 글은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쓰기 싫을 때 쉬면 되지만, 말하는 것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3년간 고생해 하루에 결판이 나는 수능시험과 같다.

그러니 강연을 위해 연단에 서는 것은, PT를 위해 앞에 나서는 것은 여간 긴장되는 것이 아니다.


1998년경 첫 강연 이후에, 정말 다양한 연단에 서봤었다. 기업체 강의, 컨퍼런스, 작은 세미나, 대학, 복지회관 등등.. 대상도 기업인, 대기업 회장님과 경영진, 고등학생, 대학생, 할아버지 할머니, 예비 강사들, 교수님, 공무원.. 규모도 10여명부터 1000명에 이르기까지..


매번 연단에 서기 전부터 심장은 쿵쾅거렸고, 강의 시작 후 10분은 목소리의 떨림을 내가 느낄 정도인데다 두서 없이 흐릿한 메시지를 남발했었다. 그럼에도 강의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10분이 지나기 시작하면 발동이 걸리기 시작해서 또렷하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연단에 서기 전 10분, 선 후 10분 그 20분은 긴장, 땀, 떨림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그런 스트레스가 가시기 시작한 것은, 강연을 15년 정도 대략 1000번 정도 한 이후다.

여러 번 반복해서 다양한 장소, 대상, 내용으로 하면서 소위 인이 박혔나 보다. 그 이후부터는 적어도 강연 시작 전 떨리지는 않았다. 또, 강연 시작하며 임팩트있는 영상이나 시사점을 전달하면서 초반부터 청중의 주목을 받는 기교를 부려 불안함도 없앨 수 있었다.


그렇게 수년을 반복하고, 자신감을 가지다보니. 이제는..


강연의 목적, 대상자에 따라 다른 스토리와 사례, 내용 구성으로 강연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졌다. 즉, 같은 주제의 강연이라도 같은 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순서나 스토리의 맥락, 사례를 바꿔가며 재구성이 가능해졌다.


더 지나니, 청중의 반응을 보면서 미리 준비한 강연 자료의 순서와 무관하게 특정 슬라이드를 SKIP하고, 앞 뒤 슬라이드를 바꿔가며 발표하면서 강연 스토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맥북프로의 OLED 터치바가 내겐 필수다. 앞으로의 발표 자료를 썸네일로 작게 보면서 즉시 순서를 바꿔가며 키노트를 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그렇게 강연을 실시간으로 스토리 재구성을 해가며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체 발표 자료를 한 눈에 보며 각 슬라이드마다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슬라이드간 관계와 연결의 맥락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청중의 반응을 보면서 즉석에서 재구성하면서도 강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강연은 발표할 전체 슬라이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인쇄를 해서 틈틈히 보면서 전체 스토리 구성을 살펴보곤 한다.


이런 경험 덕분에 회사에서 사업계획서나 기획안 등의 각종 보고서를 발표할 때에도 큰 득을 본 것이 사실이다. 또, 이같은 발표/보고 자료를 만들기 이전에는 전체 문서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세부 내용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등에 대해 마인드맵을 통해서 주요 키워드들을 나열하고 분류하면서, 서로 간의 level과 인과관계 그리고 변수와 상수 등을 점검해야, 강연자료나 보고서를 보다 탄탄하게 구성하고, 강연/발표할 때에도 중간에 길을 잃지 않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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