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OJOO Nov 18. 2019

고객과의 직접적 만남, D2C 전략

고객 접점의 중요성

최근 외국계 오프라인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만났다. 유통쪽은 난리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한다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해 퇴직을 준비하는 임원과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에 대한 매스마케팅을 하고, 본사 차원의 이벤트를 준비해서 전국 각 지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상품을 출하하고 전국 주요 백화점을 통한 영업 활동을 해오던 기존 방식이 효율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틱톡, 작은 소호 쇼핑몰과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등을 통해 개인 판매자들이 다양한 국내외 경로로 상품을 소싱해와 바이럴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것을 당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한 두명도 아닌데다 워낙 다양한 채널에서 빠르게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다 보니 현황 파악도 어렵고, 가격 경쟁이나 대응 전략의 수립도 쉽지 않다. 반면, 거대 유통 기업 내부의 조직 구성이나 의사결정 체계는 이같은 온라인의 공습을 이해도 못할 뿐더러 발빠르게 대응할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기민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속수무책 시장 변화를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 신문 판매부수가 줄고, 방송 시청률이 줄고, 마트와 시장의 수가 줄고, 은행 지점이 줄고 있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 창구 즉 채널이 줄어들면서 이들 기업은 위기에 빠졌다. 왜 신문사, 방송사, 유통사, 은행의 영향력이 이전만 하지 못하다. 이들의 자리는 누가 대체한 것인가? 이들을 대체한 것은 온라인이라는 채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ICT 플랫폼 기업과 유투브와 SNS에서 활동하는 영향력을 갖춘 개인들 그리고 독자적인 고객 채널을 만들어 중간 미들맨들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만날 수 있게 된 제조업체와 작은 유통업체들이다.


인스타그램과 위챗에는 인플루언서가 되어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 마케팅까지 하는 1인 기업들이 개미처럼 많다. 한 인플루언서는 본인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화장품, 배게, 원피스, 신발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소개한다. 심지어 전용 쇼핑몰을 만들어 이들 상품을 스토리로 묶어 마케팅하고 공동구매, 한정판매 이벤트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해당 제품의 공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해외 기업의 제조업체 사장을 만나기까지 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회사, 총판이 하지 못하는 재미와 볼거리를 제시한다. 그렇다보니 팔로워, 추종자가 모이고 사진 하나와 동영상 한 편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기꺼이 주머니를 연다.


D2C는 Direct to Consumer라는 뜻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서 거래한다라는 의미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거대 브랜드는 고객과 만나는 창구를 통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시장을 지배하던 방식과 전략적 이점이 먹혀 들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 구도가 기존과 전혀 달라 회사의 역량과 전략의 전면 수정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니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더 방대한 채널들로 혼재되어 있다. 직접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웹이든, 앱이든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고, 혹은 페이스북이든, 카카오톡이든 다른 채널에 입점하거나 제휴를 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해오던 기업은 온라인 채널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언제, 어떤 채널을 어떻게 구축해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지 못한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갈 것인지 파트너십 기반으로 주력 채널을 선정해서 운영할 것인지, 모든 채널에 다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수립하지 못한다. 또한, 그렇게 채널 대응을 한다하더라도 채널의 개발과 운영 그리고 급변하는 IT 시장에 따라 신규 채널의 개설과 기존 채널의 관리 등에 대한 종합적 대응안을 체계적으로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KBS 1박2일 예능 프로그램은 pooq, 유투브, 카카오TV 그리고 페이스북 등에서 짤방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KBS는 무엇을 얻을까? 적어도 콘텐츠 제공에 대한 유료 수익과 광고 매출의 수익쉐어를 통한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한 수익의 가치는 기존에 7번, 9번 채널을 통해서 얻을 수 있던 일관된 비즈니스 가치에 비하면 파편화되고 분산되어 총합의 기대 가치는 적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더 파편화될 수 있는 채널의 다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란 더욱 묘연한 일이다. 특히 각 채널별로 시청자들이 어떻게 1박2일의 콘텐츠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고객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신경쓰지 못하면 매번 새로운 채널의 등장과 변화에 따라 동분서주할 뿐 고객 가치 실현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거대한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보하고 있던 기존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20년 전 웹의 등장과 함께 예고되었던 일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얼까. 오랜 기간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해오다 보니 온라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이와 관련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온라인 채널을 어떻게 개발하고 다른 채널과 플랫폼과의 제휴 전략과 오프라인과의 연계 기획 등을 제때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의 변화는 오프라인보다 5배 이상 빠르다. 그런 변화의 속도를 제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오프라인의 속도로 대응을 하니 위기가 턱 밑까지 온 것이다.


반면, 온라인 비즈니스와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IT 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개인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는 것을 넘어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 많은 숨은 경쟁자들의 전략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기 위해 기술을 이해하고 디지털을 활용하려는 전통기업들도 있다. 제조 역량과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에 투자를 하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기존과 다른 사업 전략을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온라인 기업의 공세를 뒤쫒지 않고 기존의 밸류체인을 스스로 재정의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혁신하려는 노력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픈 플랫폼을 추구해야 할 하드웨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