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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Feb 09. 2022

[북리뷰] 크래프톤 웨이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우여곡절 성장기

혹시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2017년 출시된 이 게임은 한국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PC용 게임은 전 세계 7천만장 이상 판매되며 역대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에 올랐고, 모바일 게임은 글로벌 누적 가입자수가 10억명을 돌파하며 연일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웠죠. 게임은 1조 6천억원 매출을 올리며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곳이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입니다. 사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변두리에 머물던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덕분에 글로벌 회사로 순식간에 거듭났습니다. 이 책은 2007년 이 회사의 창업부터 배틀그라운드의 출시까지 10여년간의 여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 도원결의 사람들의 모임

기업 경영의 8할은 사람이라고 하죠. 크래프톤의 성공 역시 사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7년 3월 서울 강남대로 뱅뱅사거리에 사무실에서 6명의 창업자는 300억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처음의 회사 이름은 블루홀이었고 3년간 300억을 투자한 초대형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닻이 올랐습니다. 당시 일반적인 국내 MMORPG 게임의 제작비는 약 50억원 정도만 되어도 대작으로 취급되었으니 이 규모면 정말 역대 최대 규모였던 셈이죠. 이렇게 무모할만큼 도전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은 5명에서 시작합니다. 바로 세이클럽과 첫눈으로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 장병규의장과 앤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제작을 총괄한 박용현총괄과 게임 기획, 디자인, 개발 등을 담당하는 5인의 만남이었죠.


박용현팀은 게임 창작자로서 충분히 보상을 누리고 만들고 싶은 게임 제작에 매진하는 생산자로서 우대받기를 원했습니다. 비록 최고의 게임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경영진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과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게임 개발을 손 뒤집듯이 하는 것에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곰처럼 재주를 부리고 경영진은 왕서방 노릇을 하는 것에 상처를 입어왔던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직접 새로운 회사를 창업해 본인들이 꿈꾸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죠.


반면, 장병규의장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벤처 투자자로 무력감에 젖어 있던 차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야 부럽다고 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전장에 나서는 젊은 병사들에게 총과 대포를 보급하는 노회한 장군 노릇을 하며 팔짱 끼고 앉아 있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 와중에 비록 게임은 모르지만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팀을 만났으니 눈이 반짝 거릴 수 밖에 없었겠죠. 여러 차례 만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코드를 맞추었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앞서 새로운 경영 파트너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장병규의장이 창업한 네오위즈에서 함께 일한 김강석이었습니다. 마침 김강석은 네오위즈의 게임 퍼블리싱 책임을 맡으며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게임 마케팅과 유통의 전문가였습니다.


▣ 회사의 비전과 원칙 그리고 목표

이렇게 6인의 창업자가 뭉치게 된 것이죠. 이들은 각자 전문 분야와 경험이 달랐습니다. 장병규의장은 회사의 경영과 전략, 투자, 박용현팀은 게임 개발의 모든 것 그리고 김강석은 게임의 마케팅과 유통 분야의 전문이었고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역할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탄 한 배의 철학, 원칙, 문화 그리고 비전을 정리하는데 공을 드렸습니다.


김강석은 일하는 문화에 있어서 수평적 소통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직급별 호칭이나 이메일 작성법 등 세부적인 일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장병규의장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개인이 켤코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성취를 얻기 위해 도전해야 하기에 모두가 공유하는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박용현팀은 뛰어난 게임 개발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모두의 의견과 목소리가 반영된 기업 비전과 철학을 만들기 위해 동참해서 3개의 중심축을 설정했습니다.


첫째. MMORPG의 명가.

둘째. 경영과 제작의 분리

셋째. 대규모 제작을 정해진 예산과 시간 내 완수.


사실 회사의 비전은 회사가 지향하는 존재 이유입니다. 서로간에 이견이 있고 어지러운 논쟁이 발생할 때 그 의사결정의 기준은 결국 비전이어야 한다고 장병규의장은 믿었습니다. 그래서 비전 수립에 공을 많이 들였죠. 그 비전이 바로 MMORPG 분야의 전문 개발사로서 세계 시장에 두각을 보일 수 있는 명가가 되길 바랬고, 직원들도 이 명가라는 낱말 속에서 자존심을 발견하길 바랬죠.


또 회사의 중요한 원칙으로 경영자와 제작자를 구분해 역할과 책임을 맡기고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앤씨소프트를 그만두는 박용현팀의 게임 창작자로서의 권한을 존중해준 것이죠. 물론, 인사, 재무, 투자유치나 글로벌 전략과 같은 경영 전반 업무는 2명의 창업자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분했습니다. 당연히 게임 제작자들을 위한 보상안도 확실하게 세워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로 개발자에게, 직원에게 이익을 배분하고 회사 주식도 인센티브로 줌으로써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일치하게 만들었죠.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자들이 정해진 시간과 자금 안에서 퀄리티를 갖춘 완성품을 반드시 내기로 신뢰를 보여줘야겠죠. 그래서, 마일스톤을 두고 게임 개발 과정에 중간중간 납기일을 정해서 제작 결과물을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제작 기한 3년에 300억원을 투입하는만큼 그 여정 사이사이에 마일스톤을 세워 개발 결과가 증명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6인의 도원결의는 한국의 대표 게임 리니지처럼 장수 제품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을 홀리는 배그 즉 배틀그라운드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 우여곡절과 극복의 과정

하지만, 우리 인생사가 그렇듯 시작은 희망적이고 이상적이었지만 실제 3년이 흐르면서 초기 세웠던 3가지의 중심축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정해진 마일스톤으로 달리던 프로젝트가 3년차가 되는 즈음 베타테스트로 사용자들의 평가를 받아보니 에러와 MMORPG의 명가로 불리기에 창피할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만큼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 개발팀의 수장인 박용현은 우선 출시를 강하게 주장하며 경영과 제작의 분리 방침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경영 담당인 김강석과 큰 충돌을 일으킵니다. 3개월이 넘는 이견 끝에 창업자 5인은 다수결로 개발 총괄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고, 이 프로젝트는 추가 1년, 추가 100억원을 지출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논쟁과 고민이 있었을까요.


4년 후에 테라라는 이름의 게임이 출시되어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만 MMORPG 게임은 그 특성 상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사용자들의 요구와 불만을 들어주며 운영을 해야만 사업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테라는 시장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지 못하고 직원을 감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르기도 하죠. 그 와중에 창업자인 장병규의장이 김강석에게 번아웃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상실감, 허탈감에 빠져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사실 그는 300억원 상당의 개인 은행 예금을 담보로 잡히면서까지 돈을 쏟아 붓기까지 했는데 회삿돈이 바짝 말라버린 것이니 그럴만도 하죠. 그렇게 둘 간의 심각한 고민 끝에 나온 해법은 신규 게임 제작 프로젝트이고 이를 위해 다른 게임업체와의 합병을 고려 합니다. 죽더라도 마지막 베팅을 해보고 차기작으로 시장에 평가를 받자고 김강석이 뚝심있는 제안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시작한 또 한 번의 도전은 성공했을까요. 역시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게임을 개발하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였고 추가적으로 카카오게임즈 등을 통해 투자를 받으며 회사를 겨우 운영해야 했던 것이죠. 그리고 지금의 크래프톤을 있게 한 대작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TSL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프로젝트가 초대박을 칠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아니 오히려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김창한PD의 의견에 딴지를 걸고 이견을 내기 일쑤였죠. 김창한PD는 게임 개발 17년간 세번 창업하며 만든 게임 3개가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운 교훈은 속도가 완벽함을 이긴다였죠. 그만큼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빠르게 출시해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며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죠. 그래서 1년안에 개발을 끝내고 시장에 진입하자는 것이 전략이었죠.


창업 10년째를 맞이한 2017년 3월 김강석대표와 장병석의장은 회사의 자금 상황이 2개월치 직원 월급을 줄 것밖에 남지 않은 현실에 괴롭기만 했습니다. 9380만원이 드는 회사 10주년 기념 행사 예산이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 있던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개발한 김창한은 배그에 대한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아 열기에 고취되어 있었죠. 하지만, 한국의 창업자는 이 온도를 맞추지 못할만큼 암울했죠. 사실 한국에서 5명의 게이머들에게 배그를 테스트해본 결과는 낙제점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국내 퍼블리셔들도 비슷한 평가로 사업 제휴를 거절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판단은 오판이었죠. 배틀그라운드의 바람은 매서웠습니다. 이를 제대로 인지못하고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회사 경영진에 반감을 강하게 들어낼 정도로 김창한PD는 분노했죠.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배틀그라운드는 회사의 재무적 문제를 일순한 해결했습니다. 국내외 내노라하는 기업들의 투자 제안서가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김강석대표는 타이어의 마모가 심해 이제 갈아 끼우고 달려야 한다는 메일을 남기고 사임했고, 김창한은 2020년 크래프톤 대표에 선임됩니다.


10년간 그 어떤 기업보다 드라마틱한 성공의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 크래프톤입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과정은 처음 그 마음같지 않았죠.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수 많은 인연과 끈기 그리고 창업자의 고뇌와 인내 그리고 끈기와 신념이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들었죠. 사실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모든 기업들은 크래프톤처럼 경영과 기술 개발간에 간극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경영인, 금성에서 온 개발자라고 하겠습니까. 그 간극을 메우고 회사가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은 결국 사람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그들간의 소통과 협력이 기업의 사업 혁신을 가능하게 하죠. 크래프톤 웨이라는 이 책은 비록 일반 기업과는 다른 게임 개발사의 성공 분투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과정은 우리의 기업 내 일하는 혁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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