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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ug 22. 2022

[북리뷰] 그레이트 컨버전스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근원을 찾아

지구상의 국가가 몇개인지 아세요? 국가를 세는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0여개 정도입니다. 이 나라들마다 경제 수준이 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지구가 이렇게 번영하고 문명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나라가 서로 무역을 하면서 거래가 활성화된 덕분입니다. 그렇게 세계화의 과정을 거치며 지구촌이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책에서는 그런 세계화를 3가지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과정에 ICT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향후 세계화의 방향과 그에 따르는 산업 변화, 국가 정책 등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넓고 깊으며 지구촌의 오랜 역사 속에 기술의 변천 그리고 산업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중 ICT 기술 중심의 변화에 대한 최근의 변화상과 이들 기술이 가져올 앞으로의 변화상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ICT 혁신에 의한 지식의 거래 비용 하락

저자는 세계화의 동인을 1가지 원칙, 3가지 요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원칙이 생산과 소비를 떼어내는 언번들링 즉 해체입니다. 즉, 무역이죠. 한 쪽에서 생산한 것을 다른 한 쪽에서 소비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입니다. 해상에서는 바람의 힘으로, 육상에서는 동물의 힘으로 물건을 운반하던 시절에는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수익을 낼만한 운송수단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을 생산이 소비에 강제로 결합되었다고 말할 수 있죠. 세계화란 이러한 강제적인 결합을 해체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해체하는 영역이 3곳입니다. 상품, 지식, 사람입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세계화의 발전 유형은 이 3가지 요소의 분리 비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세기 초부터 상품과 지식, 사람을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이 모두 하락했지만 이것이 한 꺼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운송비가 대폭 하락한 것은 통신비가 하락하기 한 세기 반 전이었고 통신비 가운데 대면 접촉 비용은 지금도 여전히 높습니다. 세계화를 제대로 진단하려면 이 세가지 비용의 순서를 잘 살펴야 합니다.


1820년 무렵 산업혁명으로 인한 운송과 선박 기술의 발전과 무역업의 성행과 함께 상품 이동비용이 하락하면서 상품 이동 비용은 하락했습니다. 덕분에 국가간 운송이 쉬워지고 멀리서 온 상품을 사는 사람이 이전보다 많아졌죠. 그래서, 중산층 영국인이라면 중국산 찻잎에 자메이카산 설탕을 넣어 우려낸 차를 마시고, 미국산 밀로 구운 빵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인도산 면화로 짠 식탁보 위에 차려져야 하죠. 운송비용이 갈수록 낮아지는 동안, 지식과 사람의 이동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게 하락했습니다. 분리비용이 이렇게 제각각으로 줄어든 탓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엄청난 소득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낮은 무역비용과 높은 통신비용의 조합에 의해 이같은 소득 불균형이 만들어진 것이죠.


하지만, ICT 혁명으로 지식의 이동비용이 대폭 낮아진 1990년대 무렵 세계화는 두번째 질주를 향해 갑니다. 급격히 향상된 통신기술 덕분에 복잡한 원거리 활동을 조정할 수 있게 되어 해외 이전이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수익성도 높아졌습니다. 생산단계가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면서 세계화의 성격이 변했습니다. 단순히 생산시설만 이전한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마케팅, 경영, 기술의 전문 지식까지 함께 옮겨간 것입니다. 상품에 이어 지식의 분리 비용까지 하락해 세계화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죠.


두 개의 축구팀 감독이 선수 교환을 상의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죠. 거래가 성사되어 각자 쓸모가 적은 선수를 내주고 필요한 선수를 얻으면 두 팀 모두 이득입니다. 하지만, 최강팀의 감독이 주중에는 자신의 팀을 훈련시키고, 주말에는 약팀을 훈련시킨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약팀의 전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리그의 경쟁력도 높아지겠죠. 이 과정에서 감독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한 팀 대신 두 팀에 전수함으로써 수당을 챙기겠지만, 최강팀은 이 거래에서 이득을 본다는 보장이 눈곱만큼도 없을 것입니다. 1차 세계화는 선수 교환이고, 2차 세계화는 바로 약팀 훈련시키기와 비슷한 셈이죠.


▣ 3차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기술

그렇다면 앞으로 3차 세계화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마지막 남은 사람의 이동 즉 대면접촉에 대한 거래 비용이 줄어들어서 상품, 기술, 사람 이 모든 것의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미래를 상상하면 됩니다. 대면 접촉비용의 감소 역시 ICT로 인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텔레프레즌스와 텔레로보틱스입니다. 굳이 해외 국경을 넘어 공장으로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회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화상회의와 가상회의 기술이 텔레프레즌스입니다. 또한 손으로 직접 조작해야 하는 환경에서 사람은 여기에, 로봇은 저기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텔레로보틱스가 있습니다.


이들 기술로 인해 세계화의 특성은 극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제 노동자는 다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자기 나라에서 서비스 과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즉, 세번째 세계화는 한 나라의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물리적 존재가 현장에 있어야 하는 서비스를 포함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노동자와 노동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것이죠. 증기혁명이 세계화를 변모시키는데 수십 년이 걸릴 반면 ICT 혁명은 불과 몇 년 만에 이를 완수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은 항공화물을 포함해 생산과 제조, 유통 등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면서 세계화의 3가지 요소인 상품, 지식, 사람의 분리 비용을 줄이고 있으며 분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줄이고 있습니다.


ICT 혁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정보를 나타내는 Information인 I의 혁명을 이끈 것은 계산 비용과 자료 저장 비용의 하락입니다. Communication 즉 통신의 C는 전송방식의 개선이죠. 기술인 Technology의 T는 재편성을 나타내는 Reorganization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는 작업 방식과 작업장 조직을 재편할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I와 C의 경제적 효과를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전송, 처리, 저장하는 능력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확대되었고 그것의 총아가 클라우드입니다. 계산력과 통신에서 이루어진 이같은 발전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보완됨에 따라 원거리 정보 공유가 대폭 혁신되었습니다. 그것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 깔린 케이블로 전문 정보를 보내면서, 기존의 작업 및 관리 방식 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급자, 소비자간 관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달라질 미래 세계화

그렇다면 이같은 최첨단의 ICT로 인해 미래의 세계화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자는 상품, 지식, 사람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비용의 최근 동향을 검토함으로써 미래를 추측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역비용과 대면접촉 비용은 하락할 것이고 이로 인해 여러 생산단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쉬워졌지만, 이와 동시에 생산 공정을 더 세부적인 단계로 분리하기도 쉬워졌습니다. 심지어 3D 프린팅과 같은 제조 기술 덕분에 아예 상품이 아닌 데이터가 전달되어 소비 현지에서 생산됨으로써 상품 운송 자체를 대체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기계가 가상으로 접촉하는 혁명은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의 지형을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게 만들어 더 많은 국가로 아주 멀리 퍼져갈 것입니다. 기존의 세계화는 선진국이 선택한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확대되었다면 이제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죠. 텔레로보틱스를 통해 개발도상국 출신 노동자들은 선진국의 해당 장소에 실제 있지 않고도 노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가상이주, 텔레커뮤팅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있는 호텔 방을 필리핀의 마닐라에 앉아 있는 가정부가 오슬로에 비치된 로봇을 이용해 청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쇼핑몰의 보안요원은 페루에 있는 보안요원이 작동하는 로봇으로 교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페루에는 10여 개 원격조정 로봇의 도움을 받는 한 명의 인간 보안요원이 있을 수 있죠.


이렇게 노동 서비스의 원격제공은 양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래의 세계화는 2가지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첫째. 실제라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도 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자신의 재능을 판매하는 개발도상국의 노동자와 관리자가 생겨날 것입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한 산업화의 기적은 여태껏 소수의 개발보상국 중심이었는데 이제 그 범위가 넓어져 더 많은 나라가 급속한 산업화 대열해 합류할 것입니다. 둘째. 자기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부자 나라에서 발휘하는 가난한 나라 노동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제조업 부문에서 하나의 혁명입니다. 부자 나라 기업이 저임금 노동을 이용하려고 생산단계를 해외로 내보내는 시대는 끝나고 공장은 부자 나라에 일은 각자 나라에서 재택근무로 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특히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구매자는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래되지 못했던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든 일자리의 3분의2 가량이 서비스 부문에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적, 국각적 영향력은 사상 초유로 클 것입니다. 오늘의 세계화는 이처럼 우리 아버지 세대의 세계화와 전혀 다를 것입니다.



20세기까지 촉발된 세계화는 증기혁명으로 촉발된 상품 이동비용의 하락이었습니다. ICT 혁명은 지식 이동비용의 경이로운 하락을 가져왔고, 상품 이동비용도 낮춰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느끼듯이 사람이 이동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이제 사람의 이동 비용도 ICT로 인해 낮춰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추진력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 혁명으로 더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 기술의 변화가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에 국가간 경쟁력과 산업 구도의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국가를 넘은 세계적 관점에서 정책과 사업의 재설계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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