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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May 20. 2022

[북리뷰] 테크심리학

역사 속에 기술이 가져온 우리의 감정, 심리 변화

여러분은 가끔 스마트폰이 있기 전을 생각해보시나요? 저는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있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간혹 합니다. 모두들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고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엘레베이터를 타도, 커피숍에서 음료를 기다릴 때도 우리는 잠시의 지루함도 견디지 못합니다. 스마트폰 알람 소리가 나면 모두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을 쳐다보곤 하죠. 이렇게 디지털 환경에 지나치게 노출된 나머지 우리는 왠만한 것에는 놀라지 않게 되지는 않았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는 집중력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인문학과 컴퓨팅을 함께 배운 저자 루크 페르난세스는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연구를 하며 인문학이라는 틀을 사용해 컴퓨터 문화를 조명합니다. 그가 말하는 우리의 감정 그 밑바닥부터 바꾸고 있는 기술의 활약상을 진단해볼까요.


▣ 기술 덕분에 달라진 감정의 정의와 인식 변화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떤 생각이 드나요?


 ✓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을 자아도취에 빠지게 하는가?

 ✓ 디지털 기기 때문에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되었는가?

 ✓ 멀티태스킹 환경으로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사실 우리의 감정과 자의식이 디지털 기술로 급격하게 달라졌는지 확인을 하도록 해줍니다.

실제 우리의 감정적 일상은 지난 200년간 급격히 변해왔고, 그 변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19세기 미국인들은 새롭게 등장한 사진에 열광했고, 값싸게 대량생산되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술은 자신을 표현하고 살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죠. 자아성찰을 고취했고, 허영심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필름 사진에서 거울로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와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는 한 세기 전의 사람들보다 자신에 대해 덜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또한, 우리의 업적과 일상 속 자랑꺼리를 만천하에 떠들어대는 것에 거리낌이 없죠. 요즘 신세대들은 평생 셀카를 2만5천번이나 찍는다고 하는데, 수 십년 전에는 평생토록 수 백번도 안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기술의 진화 과정 속에 우리 자신에 집착하는 더 이상 허영심, 자만심에 빠졌다고 비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자아도취를 SNS에서는 당연시 여기고 추종하고, 심지어 기업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맞물려 이런 행동을 자신을 자랑하고 높은 자긍심을 품는 것이라고 여겨지게 만들고 있죠. 게다가 SNS의 좋아요와 공유는 타인의 인정이 뒤따라야 자부심도 커지게 만듦으로써 자립심과 독립성은 약화됩니다. 그렇다보니 현대인들은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자아도취성 글과 사진을 남기고,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것이죠.


외로움 또한 마찬가지로 기술에 의해 변했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연결되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할 때 불안해 합니다. 이전에는 외로움을 견디고 고독을 감내하면서도 불안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19세기에는 고독이 중요한 덕목과 가치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독립적이고 강인한 개인을 이상으로 삼고, 외로움의 해소를 위해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을 통한 타인과의 유대관계가 기본 인권이 되었고 다른 사람과 SNS에서 연결이 끊어진 상태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홀로 있는 것은 견디는 능력이 퇴화되고 고독을 강인함의 원천이 아닌 더 SNS에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과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상하고 선택하는 힘

물론 긍정적인 감정의 변화도 있습니다. 17세기 식민지 주민들은 분노라는 감정을 오직 하나님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18세기에는 엘리트 계층만의 특권으로 인식했죠. 이후 19세기에는 백인 남성들에게만 주어진 합법적 권리로 인식되었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죠. 마찬가지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자랑하는 행위는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부자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만 이용할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죠.


인터넷과 SNS로 모든 사람이 친교를 맺고 정보와 지식을 나눌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는 무한한 두뇌 능력을 누구나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특권층 일부만 가질 수 있던, 누릴 수 있었던 것이었죠. 그 덕분에 우리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은 고조되었죠. 반면 우주의 위력에 대한 경외감은 사라져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분노와 자기자랑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인간의 초월성에 대한 경외감 덕분에 많은 사람은 전통이나 도덕의 제한을 받지 않는 무한한 자아라는 개념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무제한적인 감정 표현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평등한 특징을 보입니다. 모두 기술의 진화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 뒤에는 결국 사람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손에 들린 도구가 날로 강력해진다고 해서 유토피아나 초월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이 훌륭한 인생을 이루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은 오직 자신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 그리고 우리가 가진 도구의 사회적, 감정적 함의를 자각함으로써만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상하고 선택하는 능력과 책임으로 인해 독특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즉, 이제 우리는 기술을 넘어 우리의 감정에 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감정의 역사를 보면 감정은 타고나거나 자연적인 것이 아니며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집단적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즉, 우리의 감정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입니다. 그 감정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 투영되어 있죠. 그렇기에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감정을 더 나아가 사회의 감정을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무슨 기술을 선택할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위 북리뷰는, 고전5미닛(약 5분으로 정리된 책의 시사점을 정리하는 책리뷰 전문 사이트)를 위해 제작된 초본으로 보다 정돈되고 통찰력있게 내용을 정리한 내용은 고전5미닛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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