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즈니스의 수익모델은?
알파고로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장미빛 미래를 꿈꾸고 AI가 만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AI에 대한 투자가 오래도록 있어왔다. 5년이 지난 지금 정말 AI로 돈 벌고 있는 기업들은 있을까? AI는 정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기대 수준의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일까.
구글의 알파고 이전에 IBM의 왓슨이 2011년 2월에 미국 ABC 방송의 제퍼디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 두 명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화려하게 데뷔를 했다. 사람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이해해 답을 제시하는 왓슨은 AI의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 왓슨이 지금은 IBM의 골칫덩이가 되었다. 왓슨 사업은 대부분 중단되고 의료 산업에 적용되는 왓슨 사업부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사업은 어떨까? 바둑을 정복한 딥마인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전력 효율화를 목표로 딥마인드 에너지라는 팀을 구성해 사업화를 꾀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 팀은 해체되었고 딥마인드의 AI 사업들도 대부분 시장에 출시되지 못한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대중에게 화려하게 데뷔한 왓슨과 알파고는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평가 절하를 받으며 사업적으로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스타트업은 꾸준하게 증가해왔고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빅테크 기업들도 AI에 대한 투자를 꾸준하게 늘려오고 있다.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공지능 수준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개발과 사업을 운영하는 AI 전문 스타트업은 465곳으로 집계되었고,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24년 6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은 2021년 1월 스위치 트랜스포머, MS와 엔비디아는 2021년 10월 메가트론, 같은해 8월 테슬라는 AI 데이에서 인공지능을 위한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발표해 기존의 AI를 넘어서는 AI 기술을 투자해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통신3사와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 기술력 증대를 위해 합종연횡을 하며 투자에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수익도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주요 상장 AI 기업들 대부분은 이익을 내는 곳이 거의 없다. AI 기반의 기업용 솔루션 제공 기업인 C3.ai나 고객 경험 관리 솔루션을 AI 기반으로 개발하는 sprinklr, 클라우드 AI 기반의 콜센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Five9은 대표적인 AI 기술 기업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2020년 기준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AI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상장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정작 AI가 실제 사업의 수익에 도움이 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또, 이렇게 기업의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활용되는 AI 외에 2015년에 본격 보급된 아마존의 알렉사와 2016년 구글 어시스턴트 그리고 국내에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한 SKT 누구, 카카오미니, 네이버 클로바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 역시 지난 7년간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나 가전기기의 보급은 늘어가지만 정작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1년 Civic Science의 자료에 따르면 일상 생활 속에서 AI assistant의 중요도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61%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한, 컨슈머인사이트의 2020년 국내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비율은 늘어나고 있지만 주 3회 이상 이용률이 50%로 하락하고 만족률 역시 42%로 전년 대비 하락 추세이다. 그만큼 AI 비서의 수익화도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AI로 돈 버는 것은 묘연한 일일까?
기업들이 앞다퉈 AI를 도입하는 것은 AI로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는 AI로 기존 사업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AI 덕분에 새로운 사업 기회와 비즈니스 혁신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AI가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주지 않아도 이를 지렛대로 삼아 사업 혁신을 모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히 얻고도 남는다. 그렇다보니 이 AI가 당장 사업에 기여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된다. 지금 그런 AI 솔루션을 만들어 이들 기업에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에 돌입할 때까지 투자를 하는 단계이다. 단, 지난 5년간 AI 시장은 밸류체인이 명확해지고 관련 기업들간 M&A가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인 수익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I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데이터의 측정, 수집, 축적, 분석을 위한 시스템과 각종 센서들 그리고 그런 AI 고도화에 핵심 역할을 하는 컴퓨팅 파워 그리고 AI를 솔루션화하여 다른 소프트웨어와 패키징화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들 영역이 세분화되고 영역간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좀 더 많은 산업 영역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AI 솔루션들의 적용 사례가 커지고 AI 기업들간 통합의 시너지가 나타나면서 AI의 사업 규모는 확대되어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 AI 그 자체만으로 돈을 버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특히 AI는 기존 전통기업의 비즈니스 문제 뿐만 아니라 웹, 모바일에 이은 메타버스 등 새로운 ICT 플랫폼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고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보니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 수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