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vs 애플페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주, 오래 사용하는 것을 가리켜 킬러앱이라고 한다. 그런 킬러앱으로 대표적인 국내 서비스가 바로 카카오톡과 네이버앱이고 글로벌 킬러앱으로는 유투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있다. 그런데, 그런 킬러앱들은 대부분 소위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라고 부르는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왜 그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T, KT 등과 같은 제조사, 통신사들은 변변한 킬러앱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이들이 만드는 킬러앱은 있을까?
애플의 아이폰에는 애플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킬러앱이 있다. 바로 Apple Music, iMessage, 페이스타임, Safari, 팟캐스트 등이 있다. 즉, 제조사로서의 애플은 아이폰에 경쟁력있는 킬러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애플페이는 아이폰의 효자 킬러앱 중 하나다. 2014년에 출시된 애플페이는 전 세계 3억명의 사용자가 사용할만큼 사용자가 많은데다 미국, 영국, 일본 등 40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생체인식으로 결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메시지로 송금도 가능하며 온라인 결제도 지원한다. 2019년 4분기 기준으로 연간 150억건의 결제량을 달성했고 거래량도 빠른 속도로 증가추세에 있다. 미국 온라인 리서치 업체인 쿼츠는 2020년 2월 전 세계 신용카드 거래 규모의 5%가 애플페이로 결제되었고 4년 후에는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2019년 미국에서 애플은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애플카드라는 실물카드를 출시했다. 애플페이로 결제가 안되는 가맹점에서 실물카드로 결제를 하도록 하고, 애플카드로 애플매장과 애플 충성고객 대상으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금융 서비스를 통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렇게 애플페이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결제의 편의성 덕분이다. 비접촉식 NFC를 활용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만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즉시 결제를 할 수 있고, 사용자간 송금도 손쉽고 안전하다는 편의성이 애플페이를 킬러앱으로 자리잡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아이폰의 앱 클립이라는 기능을 활용하면 별도의 앱 설치없이 사용자 인증과 애플페이를 통한 인증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유킥보드, 길거리 음식점, 벼룩시장을 활용한 개인간 중고거래 결제 등 다양한 오프라인 결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기존의 POS, VAN 단말기를 통한 정형화된 결제가 아닌 사용처 특성과 용도에 맞춰 결제의 유연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애플페이의 강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유의 킬러앱을 애플만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공고한 킬러앱으로 성공시킨 것이 애플페이와 유사한 시기에 시작된 삼성페이다. 한마디로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제조사로 유일하게 성공시킨 글로벌 킬러앱이다. 삼성페이의 강점은 NFC 뿐만 아니라 이미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원되는 접촉식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와 호환되는 루프페이의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를 채택해 갤럭시폰을 카드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카드를 긁는 것처럼 결제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애플페이는 매장이 NFC 단말기를 지원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지만 삼성페이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카드사들이 삼성전자에 결제건별로 간편결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서 국내 은행, 카드사들이 삼성페이를 적극 지원하면서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성공한 킬러앱이 되었다.
실제 삼성페이 덕분에 아이폰으로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갤럭시폰 사용자들도 있을만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고객을 이탈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21일부터 애플은 한국에서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고 애플페이에 현대카드를 등록하면 국내에서 아이폰에서 비접촉 결제를 가능한 서비스를 런칭했다. 물론,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이 이마트, 코스트코, 백화점, 편의점 등 제한적이라 삼성페이만큼 범용적이지는 않고 모든 카드를 지원하지는 않아 사용성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페이보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과 로열티 높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애플이다보니 애플페이로 인해 현대카드 발급수와 아이폰 가입자 비중이 얼마나 더 크게 높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신용카드가 아닌 선불 충전으로 사용하는 스타벅스 페이의 사용량이 높고, 카드만 긁으면 즉시 결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QR코드를 이용하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사용량이 높은 이유는 결제 과정의 편리한 사용자 경험 덕분이다. 결제 시에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 지급과 결제의 신속성 그리고 결제 이후의 영수증 관리의 편의성 덕분에 간편결제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킬러앱이 되었다. 애플페이 역시 한 번 공고하게 자리를 잡으면 이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떠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의 빈 공백을 지난 5년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삼성페이로 익숙한 습관에 젖어든 국내 사용자들이 애플페이의 초기 제한된 결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사용자 경험의 유혹에 빠져 아이폰 사용자로 전환될 것인가? 그 전환 비율이 몇 %일지는 앞으로 애플페이 지원 가맹점의 증가 추이와 현대카드의 마케팅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매장주 입장에서도 국내의 애플페이 이용자를 넘어 해외 애플페이 여행객들이 국내에서 결제할 때 편의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애플페이 도입은 국내를 넘어 해외 방문자를 대상으로 한 고객 편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핵심은 제조사도 이제는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킬러앱으로 사용자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전기차에도 그렇게 킬러앱이 있다. 차량에 탑재된 앱 중에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유투브 그리고 ZOOM 등이 있지만 테슬라가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킬러앱으로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게임 등이 있다. 그중 테슬라 사용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킬러앱의 하나가 바로 결제앱이다. 테슬라 차량 등록을 하며 카드를 등록하면 슈퍼차저라는 테슬라 차량 충전기에서 인증과 결제의 신속성, 편의성을 보장해준다. 슈퍼차저 충전소 앞에 차량을 주차 후 충전 어댑터를 차량 충전구에 가져다 대고 버튼만 누르면 바로 충전구가 열린다. 이후 꽂으면 즉시 충전이 시작되고 충전 끝난 후에는 앱으로 알람이 올 뿐 아니라 미리 등록된 카드에서 자동 결제가 이루어진다. 충전을 위한 인증과 결제 등에 대한 전 과정에 그 어떤 멈춤도 없다. 한마디로 차량 결제 즉 ICPS(In Car Payment System)가 훌륭한 경험으로 제공된다. 매주 한 두 차례 이루어지는 차량 충전 시의 결제가 이렇게 편리하게 제공된다. 앞으로 자동차에서의 결제 영역이 충전을 넘어 드라이브 쓰루 매장과 자동차 극장, 하이패스와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으로 확장될 시에 ICPS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즉, ICPS라는 킬러앱이 자동차 제조사의 중요한 킬러앱일 수 있다. 그렇게 제조사는 이제 킬러앱을 제품 경쟁력으로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